재벌체제 개편하고 대·중소 양극화 해소방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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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재벌체제 개편하고 대·중소 양극화 해소방안 제시 야 3당, 경제민주화를 포함 국민행복 위한 정책 내놔야

기사입력2016-12-26 17:5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농단(壟斷)의 본래 뜻은 깎아(斷) 세운 듯이 높은 언덕(壟)이다. 또 다른 뜻은 ‘간교한 방법으로 어떤 일을 좌지우지하거나,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는 행태’다. ‘맹자’에 등장하는 이 말은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물건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상업상의 이익을 독점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최순실 일당과 공모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그 규모조차 알 수 없을 정도의 재산을 축적했거나 하고자 했다. 또 ‘친박’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 그리고 정부 곳곳에 암약한 고위관료 상당수가 여기에 적극 가담했거나, 동조 또는 묵인했다. 사유화된 국가권력을 되찾고 주권재민의 민주주의공화국을 회복하기 위해 들불처럼 일어난 것이 ‘1000만’ 촛불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견제해야 할 야 3당 모두 자신의 책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최씨 일당과 박 대통령이 공모한 국정농단 사건에 법률적 책임과 무관하게 야 3당 또한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말이다.

1000만 촛불이 있어야 할 곳은 광장이 아니라 회사내 사무공간이고, 또 생산현장이다. 그리고 하루 노동을 마치고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몸을 뉘어야 할 가정이다. 그럼에도 촛불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벗어나 하나 둘씩 광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비바람과 눈 그리고 살을 에는 한기도 매일 또 매주 광장으로 향한 열기와 분노를 막지 못했다. 그래서 하나 둘 모인 촛불이 1000만이고, 여기까지 오는데 두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1000만 촛불이 요구한 것은 단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함께 이후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공화국의 그림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1000만 촛불이 광장을 사수하는 그 시기에 검찰수사, 청문회 그리고 탄핵소추가 있었다. 이게 전부다. 야 3당이 한 일이라곤 국회의사당을 포위한 촛불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것 외에는 없다. 검찰수사와 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확인됐거나 추가로 드러난 진실이 일부 있지만, 그 공을 야 3당에게 돌리기에는 야 3당의 역할은 턱없이 미흡했다. 지금도 정국의 주도권은 야 3당을 포함 정치권이 아니라 여전히 촛불에게 있다. 촛불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정치현실 이면에는 야 3당의 무능과 무책임이 있다. 촛불의 염원인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 회복보다는 대권행보 또는 그 선행조치로 권력구조 재편을 위한 개헌 논의에 집중돼 있다.

촛불의 염원을 담은 민주주의공화국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재벌기업 총수 대부분이 최씨 일당과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유무형의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검찰조사와 청문회과정에서 드러났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정경유착의 검은 거래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 속에서 이른바 ‘낙수효과’가 존재한다면 그 수혜자는 부패한 정치권력과 재벌총수 자신뿐이라는 진실도 밝혀졌다. ‘재벌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벌기업 재편을 통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이를 관철할 수 있는 유리한 정세였음에도 야 3당은 이를 외면했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때만 되면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방안을 쏟아냈던 야 3당이다. 대선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총선 또한 4년 가까이 남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정치자금줄인 재벌을 건드리기 부담스러웠던 것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야 3당 모두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가장 핵심적인 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호기를 놓쳤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지난 정기국회에서 야 3당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경제민주화와 역행하는 구태도 보였다. 야 3당이 합의했고, 또 지난 총선 당시 야 3당 모두의 공약이었던 법인세 인상방침을 철회했다. 누리과정 예산과 맞바꿈으로써 연례행사였던 보육현장의 혼란을 막았다지만 납득할 수 없다. 지난 총선에서 제1당을 민주당에게 주고, 여소야대 지형을 만들어준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라 규정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최씨의 재산축적을 위해서든 또는 최씨와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자 했던 것이든 박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악용해 재벌총수들로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은 커졌다. 재벌총수들은 가업승계에 도움을 받고자, 또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를 풀기위해 기업의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횡령 또는 배임죄를 저질렀다. 이들이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한 기업자금의 상당부분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하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에 따른 부산물이다.

22%가 최고한도인 법인세율은 발표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15~18% 수준, 20%가 넘지 않는다. 실효세율도 낮지만 실제 대기업이 부담하는 비중도 낮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에도 법인세 신고의무가 있는 55만472곳중 실제 법인세를 납부한 곳은 29만290곳(52.7%), 절반 가까이(47.3%)는 영업손실 등을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또 대기업 가운데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은 37.5%로 중소기업 56.2%보다 적었다. 대기업들은 R&D 투자 및 고용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보다 법인세 면세비중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대기업에 편중된 조세지원 이외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또한 대기업보다 높다는 사실이 지난 여름 전기요금 폭탄논란 와중에 확인됐다.

그렇다고 이들 대기업이 신규로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국감에서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위 매출 100대 기업의 고용계수는 0.35, 상위 20대 기업의 고용계수는 0.17이다. 대기업 자산이 10억원 증가할 때 100대 기업은 0.35명을 신규 채용하고, 상위 20대 기업은 0.17명을 고용한 것이다. 대기업의 자산은 늘어가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얘기다.

1000만 촛불이 촉발시킨 탄핵정국에 무임승차한 야 3당이 집중해야 할 지점은 대기업에 편중된 ‘특권’ 폐지와 함께 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입법대안이다. 더 이상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용인하지 않고 대·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집권 플랜을 내놓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촛불만 바라보고 따라다녔다. 이제라도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을 사용해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정상적’인 경제구조로 돌리겠다는 각오와 함께 실행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재벌기업들 사이에 오간 뇌물과 그 대가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특검수사가 진행중이다. 재벌체제 재편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야 3당은 이제라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空約(공약)으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 방안을 하나하나 재검검할 수 있다. 이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야 3당이 제기했던 공약을 다시 한번 다듬어서 현실성있고 실질적인 공약(公約)으로 준비해야 한다. 권력장악이 목표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사용해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야 3당은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