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에서 주식양도를 금지한 규정은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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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정관에서 주식양도를 금지한 규정은 “무효다” 비상장회사 주식분배할 때 분쟁가능성 주의…③주식의 양도성

기사입력2017-01-05 11:05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비상장 중소기업 A사의 B대표는 회사를 설립할 당시부터 있었던 직원에게 주식을 일부 주고, 일부를 명의신탁했다. 이 직원을 믿었기 때문에 별다른 명의신탁 약정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A사의 대표가 주식을 직원에게 줄 때만해도 회사가 매우 작고 수익도 없었기 때문에, 주식을 주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회사가 견실해지면서, 이 직원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직원과 대표 간의 다툼이 발생했고, 양측 감정의 골은 깊어 갔다. 결국 A사의 B대표는 이 직원이 가진 주식을 매수하고, 직원을 회사에서 내보내기로 결정한다. 직원도 주식을 팔고 회사를 떠나기로 한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직원 혹은 투자자에게 주식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 회사가 잘나갈 때 이 주식을 놓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회사 혹은 대표의 입장에서는 싼 값에 주식을 매수하려 하고, 주주는 비싼 값에 주식을 팔려고 한다. A사의 B대표는 명의신탁한 주식은 회수하고 증여했던 주식의 액면가만을 지불해 주식을 전부 되찾고 싶어 하나, 직원은 ‘명의신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주식 전부에 대해 시가로 매수할 것을 청구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다가, 돌연 이 직원이 외부에 주식을 양도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하기만 하다. 이같은 사례는 이른바 ‘스타트업’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주주의 입장에서 또는 회사의 입장에서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어떻게 양도해야 할까?

주식의 양도제한과 이사회의 승인

우리 상법 제335조는 ‘주식의 양도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주주는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 다만,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발행하는 주식의 양도에 관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할 수 있으며, 이에 위반해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않은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해 효력이 없다. 원칙적으로는 비상장회사의 주식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매각·양도할 수 있는데, 정관에서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 직원에게 주식을 일부 주고 약정서 없이 일부를 명의신탁한 경우, 향후 회사가 견실해지면서 직원과 대표 간의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회사의 주식을 분배할 때는 이런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업체라면, 주식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주식 거래가 쉽다. 그리고 많은 양의 주식이 발행돼 있기 때문에, 이른바 ‘개미’ 주주가 주식을 보유한다 하더라도 그 양에 한계가 있고, 대부분의 경우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회사의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상장회사가 아닌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주식이 공개돼 있지 않다. 주식이 공개되지 않아, 주식의 시장가격을 쉽게 평가할 수 없다보니 주식 거래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주주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배당인데,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주주에 대한 배당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회사가 배당을 하도록 소수주주가 강제할 권리도 마땅치 않다. 이 지점이 주주들의 불만이 발생하는 곳이다. 회사 운영이 잘 되고, 회사에 비축된 돈이 많이 있는데, 주주들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가치가 올랐을 때, 주식을 팔아 수익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에 중소기업 경영자나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상장회사의 주식처럼 회사의 주식이 거래된다면 주주의 간섭으로 인해서 회사를 운영하기가 불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비상장 중소기업에서는 회사를 설립할 당시, 위에서 언급한 ‘주식 양도시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정관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주식을 양도하고자 하는 주주 또는 주식의 양수인은 회사에 대해 주식 양도의 승인을 청구하고, 회사는 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주에게 승인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주주에게 양도 거부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이사회가 주식의 양도를 승인한 것으로 본다. 만약 회사가 주주에게 양도 승인거부의 통지를 한 경우, 주주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내에 회사에 대해 양도의 상대방을 지정하거나 또는 회사가 주식을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335조의 2, 제335조의 7).

쉽게 설명하면,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회사 혹은 경영진이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양도하려고 하는 경우, 회사는 회사가 직접 주식을 인수하거나, 회사에 우호적인 사람을 지정해서 그 사람에게 주식을 양도하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주는 자신의 주식을 팔아 돈을 가져갈 수 있고, 회사로서는 적대적인 주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회사는 원칙적으로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없는데, 이 경우 예외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는 약정은 상법이 규정한 ‘주식의 양도성’에 반대되는 약정이기 때문에 약정 자체도 무효이고, 이를 정한 정관규정도 무효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식의 가격이다. 회사가 주식의 양도를 승인한 경우라면, 주식의 가격은 주식의 양도인과 양수인이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회사가 주식의 양도를 불승인한 경우 어떻게 가격을 결정할까? 주주로서는 많은 가격을 받고 주식을 팔고 싶어 할 것이고, 회사는 최저의 비용으로 주식을 인수하려고 할 것이다. 양측이 생각하는 가격이 일치한다면 아무런 문제는 없다.

만약 회사와 주주 간에(또는 회사가 지정한 양수인과 주주 간에) 주식매매가격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상법 제335조의 5, 제374조의 2). 법원은 보통 감정평가인의 감정에 따라 적정한 가격을 산정한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법원의 주식감정 평가 결과, 의외의 가격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사실은 재정이 어려운 데도, 대출이나 금융기관 간의 관계 때문에 재무제표를 흑자로 만들어 놓은 경우, 생각보다 주식가격을 높게 평가받는다. 반대로 회사가 튼튼한데도, 세금문제 등 어떤 이유로 적자 상태의 재무제표가 만들어 진 경우 주식가격을 낮게 평가한다. 그래서 어떤 시기에 주식을 매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결국 회사가 공개한 정보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정관과 특약으로 주식 매각을 제한할 수 있을까?

사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주주를 내보내고 싶어한다. 당장 돈이 있으면, 주식을 사들여서 주주를 내보내겠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다. 소규모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주주의 이탈을 막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회사를 설립하면서, 회사와 주주들 사이에서 혹은 주주들 사이에서 회사의 설립일로부터 5년 동안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매각·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를 정관에 규정했다면 어떤 효력이 있을까? 실제로 회사 설립 시에 이런 종류의 약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법원은 “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는 주식의 양도를 전제로 하고, 다만 이를 제한하는 방법으로서 이사회의 승인을 요하도록 정관에 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지 주식의 양도 그 자체를 금지할 수 있음을 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정관의 규정으로 주식의 양도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주식양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둘 수는 없다.…설립 후 5년간 일체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를 정관으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주의 투하자본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48429 판결).

즉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는 약정은 상법이 규정한 주식의 양도성에 반대되는 약정이기 때문에 약정 자체도 무효이고, 이를 정한 정관규정도 무효다.

따라서 비상장주식도 좀 복잡하지만 매각·양도가 가능하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주식을 양도해서 최대의 수익을 올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회사 혹은 대표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투자금을 반환하고 주식을 회수해서 회사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분쟁은 항상 회사가 잘 나갈 때 발생한다. 회사의 주식을 분배할 때는 이런 문제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