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더 넓게…특허 검색, 시간과의 싸움이다

프린트

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넓게 더 넓게…특허 검색, 시간과의 싸움이다 연구개발 앞서 검색 필수…사업 아이템 발굴할 수도 있어

기사입력2017-01-09 00:00

“특허 검색을 좁게 했다 실패하는 경우는 있어도 넓게 해서 실패하는 일은 없다. 최대한 과감하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최근 특허청이 주최한 특허 검색 전략 컨퍼런스에 참석한 LG화학 특허센터 윤현모 특허분석팀장의 말이다. 윤 팀장은 “LG화학 역시 특허 검색을 소홀히 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면서 “좋은 검색이란 최대한 넓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특허 검색은 시간, 비용과의 싸움이다. LG화학은 특허전담팀까지 갖춘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특허 전문인력이 없어 연구자들이 검색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나중에 소송에 휘말려 문제가 되는 것보다는, 검색 단계를 충실히 하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허검색 Why…IP 확보·사업 아이템 발굴

특허 검색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연구개발을 진행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어떤 업종이든 연구개발에 앞선 선행기술 조사는 필수적이다. 연구개발을 할 때 특허 정보를 조사하지 않는 것은 새 집을 구입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특허업계의 정설이다.

이미 나와 있는 특허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국내 출원된 특허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모두 특허 공보 전문을 열람할 수 있다. 최근에 만료된 특허만 모아서 보여주는 특허검색 사이트들도 있다. 이런 경우 시장에 풀린 특허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할 수도 있다.

특허청의 무료 특허 검색 데이터베이스인 ‘키프리스’

<자료=키프리스 검색 화면 캡처>

특허검색 Where…무료제공 ‘키프리스’, 심층검색 ‘윕스온’ ‘위즈도메인’

가장 널리 활용되는 특허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는 특허청 산하 특허정보원이 운영하는 ‘키프리스’다. 한국 특허청은 특허가 출원된지 1년6개월이 지나면 출원인이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아도 해당 특허를 외부에 공개한다. 여기서는 국내 출원된 특허·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를 모두 공개한다. 해당 지식재산권의 출원인과 출원일자, 특허 공보 전문을 열람할 수 있다.

분쟁에 대비하는 기업이라면 키프리스가 제공하는 심판, 판례 정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심판 검색에서는 특허 심사에서 거절당한 업체가 불복신청을 한 결과, 타사 특허에 무효 심판을 신청한 결과 등을 알 수 있다.

해외 지식재산권 검색도 할 수 있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 유럽 특허청(EPO), 일본 특허청(JPO)에 등록된 특허·상표·디자인 공보를 제공한다. 해외출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해외 특허 공보는 해당 국가 언어로 돼 있다. 미국은 영어, 일본은 일본어, 유럽은 영어·프랑스어·독일어 중 한 가지다. 특허를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빌려야겠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면 키프리스에서 제공하는 자동번역 기능도 활용할 만하다. 단, 한국어와 어순이 유사한 일본어는 자동번역 정확도가 높은 반면 프랑스어, 독일어는 떨어지는 편이다.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원한다면 민간업체의 유료검색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국내 특허DB회사 중 가장 많은 고객사를 확보한 ‘윕스온’에서는 해외 11개국의 특허 전문과 번역본을 제공한다. 일본어, 중국어 검색도 가능하다. 또 다른 DB회사인 ‘위즈도메인’에서는 키워드별로 가장 많은 특허를 가진 기업을 분석해 보여준다. 특허평가 등급별 결과도 볼 수 있다. 유사특허 검색, 침해 기업 탐색, 소유권 이동 분석, 대응 특허 발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부 서비스는 유료다.

©중기이코노미

특허검색 How…키워드 검색은 동의어 유의어 포함

◇키워드 검색=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널리 활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면 발명의 필수 구성요소인 ‘스마트폰’을 검색어로 넣는 것이다. 문제는 동의서, 유사어다. 특허 명세서에서 쓰는 용어는 출원인이 작성하기 나름이다. 특허청에서는 오타 등 명백하게 틀린 내용에 대해서만 수정해준다. 용어를 바꾸면 해석의 여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해도 유사어와 동의어가 수십가지에 이른다. 핸드폰, 휴대폰, 휴대전화, 휴대용전화, 모바일폰, 무선단말기, 셀룰러, PCS 등 다양한 표현으로 쓸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레이저포인터’라는 단어만 해도 레이저, 레이져, 뢰이저 등을 혼용해 쓰고 포인터, 포인타, 포인팅을 함께 쓴다. 일일이 경우의 수를 만들어 검색하는 것은 번거롭다. 이때는 검색식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레이저+레이져+뢰이저)/(포인터+포인타+포인팅)을 검색창에 넣으면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검색 결과가 나온다. 유사어, 동의어 키워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놓고 다음번 검색에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허정보진흥센터 김인수 팀장은 “키워드 검색을 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말했다. 가령 날개 없는 선풍기와 관련된 특허를 검색하는데 ‘날개’, ‘선풍기’만 써선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업계에서 주로 쓰는 단어는 날개가 아닌 ‘블레이드’다. 이 단어를 모르면 날개 없는 선풍기 관련 기술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허청 계측분석심사팀 권민정 사무관은 키워드 검색에 대해 “명세서에 기재된 기술용어를 신속하게 검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기술적 관련성이 없는 문헌도 다수 검색되고, 키워드 선택에 따라 검색 결과가 누락되기도 한다. 해외특허문헌을 검색하려면 외국어를 적용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분류 검색=키워드검색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 분류 검색이다. 관련 기술의 고유 코드를 입력해 관련 문헌을 찾는 방식이다. 한국에선 국제특허분류(IPC)와 선진특허분류(CPC)를 병행해서 쓴다. IPC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서 만든 국제표준으로 7만여개의 코드로 이뤄져 있다. CPC는 이를 세분화한 분류체계다. IPC코드에서 숫자가 더 붙어 총 코드 수가 26만여개에 이른다. 현재 유럽, 미국, 중국, 한국 특허청에서 CPC 체계를 함께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