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무성 ‘3D프린터 육성’ 상용화 일조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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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말만 무성 ‘3D프린터 육성’ 상용화 일조했는데 삼디몰 “고객, 부품 구매해 직접 제품제조”…정부 “인증없이 판매”

기사입력2017-01-23 16:2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3D프린트 스타트업 ‘삼디몰’. 지난 3년간 약 3000명이 이곳에서 3D프린터를 제조해 갔다. 국내에서 3D프린터 사용자가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연간 1000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청년창업가인 김민규 대표는 “현재 시장상황을 봤을 때, 삼디몰은 3D프린터 보급에 분명 기여한 바가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3D프린터 산업을 유망산업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활용률이 낮다. KDB산업은행이 지난 2014년 발표한 ‘3D프린팅 기술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3D프린팅 기술 활용도는 2.3% 수준이다. 60% 이상의 미국·독일·일본과는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고, 8.7%인 중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이처럼 열악한 시장환경을 놓고 볼때, 삼디몰은 우리나라 3D프린터 기술 활용도를 높이는데 분명 일조한 셈이다.

3D프린트 스타트업 ‘삼디몰’은 “부품만 제공하고, 제품조립은 소비자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누구나 쉽게 조립·사용, 3D프린터 상용화 일조” 자부심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디자인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3D프린터가 필요했고, 국내에서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중국산 부품을 이용했다.

“중국산 부품의 품질이 떨어져 고장이 자주 발생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용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을텐데, 직접 좋은 부품을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된 것이죠.”

그 시작은 중개상 역할이었다. 국내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3D프린터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창업 3년째, 현재의 목표는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3D프린터 보급’이다. 부품을 국산화·단순화해 3D프린터 보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내 3D프린터 시장에서 부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많아도, 부품을 제작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품질이 낮아도 중국산을 사용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삼디몰은 부품을 판매하기 보다는 직접 부품을 제작하거나, 국내업체에 OEM방식 외주를 주고 있습니다.”

삼디몰의 김민규 대표는 “삼디몰은 3D프린터 보급에 분명 기여한 바가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삼디몰이 3D프린터 부품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품을 직접 제작하는 이유는 아직 기반이 약한 국내 3D프린터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사실 국내 3D프린터 기술은 언론에서 말하는 수준보다 낮습니다. 인공장기나 인물을 스캔해 똑같은 모형을 만드는 3D프린터 기술은 전문가가 몇 억원대 이상의 장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국내의 경우 필라멘트를 녹여서 제품을 만드는 FDM방식이 대부분이지만, 외국은 금속재료를 사용하거나 액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레진방식도 많습니다. 또 3D프린터 사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차이가 커서 국내 이용자들 대다수는 외국의 오픈소스를 사용하고 있죠.”

따라서 일단 3D프린터를 상용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삼디몰이 부품만 제공하고, 제품조립은 소비자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삼디몰의 전체 고객 중 60%가 디자인이나 3D프린터를 꼭 필요로 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다. 부품을 단순화하고, 조립방법을 매뉴얼화해 반나절 이상 걸리던 조립시간을 줄여 4~5시간이면 일반인도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완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수 밖에 없죠. 무엇보다 조립과정을 통해 3D프린터기 구조를 이해하니 좀 더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장이 나도 부품만 구입해 직접 쉽게 수리할 수 있습니다. 3D프린터 사용처는 무궁무진한데, 전자부품업계의 마트 역할을 하는 것이 당장 삼디몰이 바라보는 미래입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삼디몰에서 3D프린터 부품을 구입해 본인이 직접 조립할 경우,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50만원 정도면 시중에 유통중인 100만원대 이상의 제품과 유사한 기능을 갖는다.

정부 “인증받지 않고 제품 판매” 고발…삼디몰 “고발 이유 없어”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삼디몰.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삼디몰이 ‘전자부품업계의 마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장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다음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고발사유는 제조업체인 삼디몰이 인증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디몰은 고객이 원하는 경우 제조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할 뿐, 제조는 부품을 구입한 고객이 직접한다고 했다.

“조립피씨의 경우 같은 논란이 있었지만, 업계반발로 부품 전체가 아닌 파워부품에 대한 인증만 받으면 됐죠. 우리가 판매하는 3D프린터 부품 각각은 모두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고발을 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말 정부는 제8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열어 ‘미래 지능정보사회를 대비한 주요 정보통신정책’ 중 하나로 3D프린터 시장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국방·철도 등 공공분야에서 3D프린터로 부품을 만드는 사례를 늘리고, 의료계도 인공 뼈와 재활 보조기 제작 등에 도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삼디몰의 미래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부의 이번 ‘규제’가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받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