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와 삼성의 커넥션 여부 명백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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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공정위와 삼성의 커넥션 여부 명백히 밝혀야 ‘경제검찰’이 의혹대상인 자체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기사입력2017-02-09 15:1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정농단’ 사건의 불똥이 공정거래위원회로 튀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8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그를 특검사무실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부위원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는 지난 3일 공정위에 대한 특검팀의 전격적인 압수수색 이후 취해진 행보다. 특검팀이 조사하는 대목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결과 삼성그룹의 강화된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공정위가 삼성측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공정위에 대한 특검팀의 압박과 속도전도 주목되지만, 연일 계속되는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한 공정위의 발걸음도 늦지 않다. 지난 3일 한겨레신문이 관련의혹을 최초 제기한 이후 대다수 언론이 관련의혹 내용을 확대·재생산하자 공정위는 6일 2차례, 7일 1차례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며 해명에 나섰다.

공정위 보도참고자료에 따르면 2014년 7월15일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이 시행된 이후, 삼성물산-제일모직이 합병함에 따라 순환출자 이슈가 불거졌다. 삼성은 2015년 9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유권해석을 공정위에 요청했고, 그해 12월 공정위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다. 이후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지분을 500만주로 통보했고, 삼성은 500만주를 처분함으로써 순환출자구조 문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을 포함 대다수 언론의 얘기는 다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후 순환출자 금지조항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소지분은 500만주가 아닌 1000만주라는 것이다. 공정위의 최초 판단 역시 1000만주였으며, 이같은 사실을 삼성측에 이미 통보했다는 것이다. 1000만주 통보 이후 삼성이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고, 청와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나서면서 공정위가 당초 입장을 바꿔 500만주로 완화된 내용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다는 보도다.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 특검이 진위를 밝힌 바가 없어, 아직까지는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 단정하긴 이르다. 다만 언론이 제기한 관련의혹의 출처와 그 내용 자체가 상당히 구체적이란 점에서 허투루 듣기엔 뒤 끝이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특검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순환출자 특혜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순환출자 해소’, ‘정관개정 필요’ 등의 메모가 적혀있고, 이에 대해 특검이 수사한다는 것이 언론보도 내용이다. 또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가 2015년 말 공정위에 대해 수차례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담은 공정위 담당자의 ‘외압일지’를 특검이 확보했다는 내용도 있다. 청와대가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2015년 말은 공정위가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 삼성의 고위급 임원 3명은 이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했다는 혐의로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함께 삼성그룹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것임은 특검 조사결과 이미 밝혀졌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라 삼성그룹 내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가 약화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양사를 합병할 이유 자체가 없어진다. 따라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순환출자 해소문제는 서로 뗄 수 없는 동전의 앞 뒷면 관계 다시말해 패키지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또 이 부회장이 박대통령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청탁했다면, 당연히 양사 합병에 따라 발생하는 순환출자 해소방안까지 청탁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시된 순환출자 관련 용어들은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하는 간접적인 증거다.

공정위는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이 경제권력을 남용하거나,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명실상부한 ‘경제검찰’이다. 공정위가 자신의 존재목적을 망각하거나 주어진 역할을 방기하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그리고 소비자의 권리는 빈 껍데기가 된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온갖 형태로 나타나고, 관행화까지 된 ‘갑질’도 그 원인을 추적하면 공정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갈데까지 간 ‘갑질문화’는 개별 경제주체에 대한 고통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 자체를 좀먹고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엄단해야 할 경제검찰이 우리나라 최대기업 삼성과 결탁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경제검찰이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 자체에 대해 공정위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공정행정이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면 이같은 의혹은 제기되지도 않았고, 이처럼 의혹제기가 잇따라 보도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순환출자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경제검찰의 수뇌부가 범죄단체와 연계해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과 다름이 없다. 국기문란 사건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롯된 불똥이 발화력 부족으로 불똥 그 자체로서 사그라질지, 아니면 인화물질로 튀어 대형화재로 번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특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아울러 공정행정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에게 수사결과를 발표해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