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기술탈취’로 스타트업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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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SK텔레콤이 ‘기술탈취’로 스타트업을 죽였나? CSA코리아 “인수제안 믿었다 도산위기” vs “사업 진출계획 없다”

기사입력2017-02-22 18:3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SK텔레콤㈜·SK테크엑스㈜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모양새만 취한 후, 기술만 탈취하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래가 유망했던 스타트업이 재벌대기업의 말을 믿고 있다가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얘기다.

22일 오전 중구 SK텔레콤 사옥 앞에서 ㈜CSA코리아 황성수 대표 등 임직원 10여명은 집회를 열고, 재벌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규탄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CSA코리아가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젝트 ‘브라보리스타트’에 참여했다가, 기술탈취만 당하고 오히려 도산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22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SK텔레콤 사옥 앞에서는 CSA에 대한 SK네트웍스의 기술탈취와 갑질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중기이코노미

“SK에서 사업한다면 어떠한 비판을 받아도 좋다”

기술탈취 주장에 대해 SK테크엑스 대외협력팀 한슬기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기술탈취라고 주장하지만 SK는 현재 해당사업에 대한 진출계획은 전무하며, 이 사업을 SK에서 하게 된다면 그땐 어떠한 비판을 받아도 좋다”고 반박했다.

CSA코리아는 자동차인테리어를 가르치는 학원으로 자신들의 경험과 기술을 살려 자동차썬팅·광택, 유리막코팅과 출장스팀세차 등 자동차 인테리어 서비스를 O2O로 연결해주는 ‘카피플’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 어플을 통해 CSA코리아는 2006년 1월경 브라보리스타트 4기 모집에 참여, 6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됐다.

카피플을 접한 SK텔레콤 브라보리스타트 운영팀은 자회사인 SK테크엑스에 소개했고, SK테크엑스는 2016년 6월초 카피플측에 자산인수 및 공동운영을 제안했다. 이후 SK테크엑스 사업협력팀은 인수를 위한 실사를 시작했다.

CSA코리아의 황성수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브라보리스타트 지원을 받아 어플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SK테크엑스가 먼저 인수를 제안했다. 전반적인 서비스운영은 CSA코리아가 담당하고, 마케팅과 추후 기술개발은 SK테크엑스가 담당하는 형태로 계약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카피플 인수는 SK테크엑스 대표이사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지며 거의 성사된 듯 보였다. 지난해 9월에는 계약조건에 대한 얘기가 오갔고, 11월 CSA코리아는 브라보리스타트 운영매니저로부터 ‘계약이 확실시 되며 세부사항 조정만 남았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CSA코리아는 카피플 어플에 대한 기술정보와 운영솔루션, 전국 가맹점리스트와 SK테크엑스가 요구한 사업계획서까지 제공했다.

CSA코리아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인은종 변호사는 “CSA코리아에서 제공한 정보들은 실질적으로 관련 사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도 있으며, 제공한 정보만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정보”라고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밝혔다.

그러던 중 11월10일, SK테크엑스측이 카피플을 인수를 할 수 없다는 의사를 CSA코리아에 전했다. 장래성을 보고 63대1의 경쟁률 속에서 선정한 기술이고, 6개월간 지원을 했던 카피플에 대해 SK테크엑스는 “대기업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이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브라보리스타트의 성공사례로 CSA코리아를 선정해 홍보책자까지 발간했다. SK텔레콤 스스로 인정했던 ‘성공사례’가 어떤 이유에서든 ‘사업성이 없는 실패사례’로 뒤바뀐 것이다.

사업성 평가 결과 갑작스럽게 바뀌어 “이해할 수 없어”

이와 관련 SK테크엑스 한슬기 매니저는 “카피플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기업 부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내부검토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사업성 평가 결과가 인수를 포기하게 된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SK텔레콤의 '브라보리스타트' 지원사업을 받은 후,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던 '카피플'서비스는 현재 CSA코리아와 SK네트웍스의 인수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이미지=구글플레이스토어>

사업성에 대한 평가도 갑작스레 바뀌었다. CSA코리아 인수작업을 진행하던 사업협력팀은 6개월여간의 조사 끝에 11월2일 카피플의 미래가치를 436억원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SK테크엑스의 경영지원팀은 카피플 가치를 -150억원으로 평가했다. 같은 회사에서 조사한 평가액이 무려 580억여원의 차이가 난 것이다.

황 대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6개월간 함께 개발을 진행하며 내부검토도 하고 실사도 마친 사업협력팀의 평가는 무시하고, 무슨 기준으로 -150억원이란 평가를 내렸는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매니저는 “사업협력팀과 회계팀은 역할이 다르다. 사업협력팀은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사업성을 평가한다”며 “반면 회계팀은 리스크에 대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부정적인 요소까지 모두 포함시켜서 평가해 결과를 도출한다. 또 회계팀은 제시된 숫자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돌려볼 수 있지만, 사업협력팀은 그런 예측적인 부분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평가기준 공개 거절” vs “담당 변호사에게 평가기준 설명”

그러나 CSA코리아와 카피플의 미래가치는 다수의 회사 또는 기관으로부터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SK테크엑스로부터 인수제안을 받기 전 CSA코리아는 IBK투자부서로부터 기업가치 80억원이란 평가를 받았으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SBS미디어크리에이트에서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경영지원팀이 행한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정황이다.

황 대표는 “평가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외부기관에 맡기자고 요구해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매니저는 “다른 기관에서 몇 십억원으로 가치를 평가했어도, 실제 인수당사자가 된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평가기준 공개거부 주장에 대해서도 “CSA코리아측의 담당 변호사에게 평가기준을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반박했다.

“2000만원에 436억원의 미래가치 기술 제공한 셈”

CSA코리아는 브라보리스타트 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2000만원의 상금과 6800만원의 사업지원자금을 받았다. 이 중 사업지원자금은 향후 매출이 발생하면 최대 1.5배까지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다. 또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기술개발도 CSA코리아가 독자적으로 수행해왔다. 결국 2000만원에 436억여원의 미래가치를 가진 기술을 SK테크엑스에 제공한 셈이 됐다는 것이 황 대표의 주장이다.

CSA코리아는 11월부터 이뤄진 SK테크엑스와의 인수협상 이전, 2곳의 투자처로부터 각각 30억원의 투자약속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SK테크엑스의 인수입장이 확실함에 따라 거절했다.

황 대표는 “SK테크엑스가 사업성이 없다고 인수를 무산시킨 상황에서 어느 투자자가 다시 나설 수 있겠느냐”며 “지난 6월 시행하던 카피플 서비스는 현재 중단됐고, 2400여개에 이르던 가맹점 중 500여개가 이탈한 상태다. 23명의 직원도 절반 이상이 실업자가 됐고, 회사가 어려워지자 핵심개발인력도 나가버리고, 10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CSA코리아는 존망의 기로에 처해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