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의지·노력 없으면” 저성과자 해고 정당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개선 의지·노력 없으면” 저성과자 해고 정당 객관적 잣대로 충분한 기회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고 가능

기사입력2017-03-06 16:43

박홍기 기자 (phk4876@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직무성과가 나쁘고, 개선의 기회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라면 해고가 가능하다.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 내용이다(서울행법 2016.7.14. 선고, 2015구합12830). 저성과자 해고를 둘러싸고 노정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급심이긴 하지만, 법원은 인사평가가 좋지 않은 저성과자에 대해 해고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기존에 엇갈린 판례들을 정리해 정부가 지난해 1월 내놓은 ‘공정인사지침’을 보면, 저성과자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토대로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정당한 해고가 가능하다. 행정지침이 나온 후에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공정성 및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평가결과에 근거해 해고처분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의적인 평가결과를 토대로 노동조합활동 등 ‘입바른’ 소리를 내는 근로자를 회사에 쫒아내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자료=고용노동부/그래픽=박홍기기자> ©중기이코노미

3년 연속 최하등급, 기회를 줘도 개선되지 않아

근로자 A는 2009년 회사에 입사해 2010년을 제외하고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최하등급의 성과평가를 받았다. 회사는 2014년부터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하는 ‘역량향상과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했고, 3년간의 저성과를 이유로 A를 역량향상과정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A의 역량은 개선되지 않았고, 대기발령 이후 회사는 취업규칙 제25조 ‘근무성적 또는 업무능률이 현저하게 낮을 때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해 해고했다. A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해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가 아닌 이상 그에 따른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로 보는 것이 판례입장이다.

직무성과가 나쁘고, 개선의 기회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의지와 노력 없이 ‘그대로’라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근로관계의 바탕인 신뢰가 깨져” 해고는 정당

서울행정법원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A의 책임있는 사유’에 대해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최하등급의 근무성적을 받았고 낮은 업무능률을 보였음에도, 근무시간에 업무 이외의 일을 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등 근무성적이나 업무능률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역량향상 과정 시행 이후에도 향상이 없었고, 근로자의 낮은 근무성적과 업무능률 및 불성실성과 개선 불가능성으로 회사의 부서 중 근로자를 필요로 하거나 받아들이려는 곳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 스스로도 회사 측에 나갈 생각임을 밝히는 등 서로 간에 근로관계의 바탕을 이루는 신뢰가 깨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행법은 이같은 사정이 “(회사)취업규칙 제25조에서 해고사유로 정한 ‘사원의 근무성적 또는 업무능률이 현저하게 낮을 때에 해당된다”고 전제하고 A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지금까지 근로자의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례는 종종 있었다. 법원이 해고사유로 인정하는 저성과자 기준에 대해 노무법인 ’원’ 김우탁 노무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정인사지침 발표 후 처음 나온 판례라 아직 기준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노무사는 “지금까지 하급심 판례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사안마다 달리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 법원에서 평가의 공정성 부분을 많이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