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류 적합업종 일몰 앞두고 대형유통업체 눈독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면류 적합업종 일몰 앞두고 대형유통업체 눈독 생산(中企)-생산·유통(대기업) 경쟁…“中企제품 판매할 이유없어”

기사입력2017-03-22 18:1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수·냉면·당면·유탕면류·파스타류·기타 면류를 생산하는 면류제조업은 오는 1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된다. 2011년 적합업종 지정 이후, 지난 6년간 대기업의 시장진입 및 확대를 제한함으로써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울타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대기업이 국수·냉면·당면·유탕면류·파스타류를 직접 생산하고, 이미 확보한 전국적인 유통망을 통해 판매까지 나선다면, 면류제조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생산 그 자체만으로도 버거운 중소기업으로선 유통망까지 장악한 대기업에 맞설 여력 자체가 없는 것이다.

생산 대기업 이외 대형유통업체까지 눈독 들이는 면류시장

익명을 원한 한국면류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CJ의 경우 설탕부터 밀가루까지 소재를 다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사까지 하고, 이를 ‘CJ프레쉬웨이’를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 식자재 생산부터 유통을 넘어 외식업까지 진출해 있다”며 “CJ뿐만이 아니다. 대상의 ‘대상베스트코’, SPC의 ‘SPC GFS’ 등 지금은 식자재유통을 대기업이 직접하고 있다. 직접 생산해서 직접 가져다주면, 중소기업은 물론 지역에서 알음알음 공급을 맡고 있는 소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트에 진열된 면류 제품들 중 중소기업 브랜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생산해 대기업 브랜드를 붙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적합업종 일몰이 확정되면 면류를 직접 생산하는 대기업 이외 대형유통업체까지 면류시장에 신규로 진출하면서 면류제조 중소기업은 사실상 고사위기를 맞을 것이란 게 면류조합 관계자의 분석이다.

현재 신세계푸드의 경우 직접 면류를 생산해 이마트에 PB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제품은 물론 대기업 제품들마저도 매대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적합업종 이전에 면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었기에 기득권 인정 차원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적합업종이 해제되면 신세계푸드 뿐만이 아니라 대형마트들이 어떤 형식으로든지 PB제품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면류제조업이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 대형마트에서 굳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다”며 “대기업들도 대형마트에서 매대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중소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곳을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적합업종에서 빠지면 대기업들의 가격·물량 공세에 중소기업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를들어 농심에서 봉지냉면 제품이 나오기 이전, 중소기업 브랜드의 봉지냉면 제품이 있었다. 농심은 기계로 면을 뽑아내고 건조시키지만, 중소기업 제품은 자연의 바람으로 건조하는 등 전통방식으로 제조해 양자의 생산기술은 달랐다.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제품도 대기업의 마케팅과 홍보에 밀려 매출이 뚝 떨어졌다. 대기업의 시장장악력에 맞서, 기술로도 시장을 점유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OEM 확장자제 빠지면서, 대기업에 의한 OEM 물량 급증

2011년 적합업종 지정 당시 권고사항은 국수·냉면류에 대한 신규 진입제한 및 OEM 물량 확장자제였지만, 2014년 2차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OEM 부분은 빠졌다. 적합업종협의체에서 중소기업측은 OEM 확대자제를 권고사항으로 요구했지만 결국 빠진 것이다. 대기업으로부터 OEM 물량을 받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한국면류공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생산에서 유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개입하고, 대형마트에서 자체 PB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중소기업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사진=한국면류공업협동조합>

2차 적합업종 지정 당시 협상과정에 참여했던 면류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대기업은 권고사항을 다 풀자는 입장이었다. 그래야 시장도 크고 기술도 발전하며 수출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대기업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면류조합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대기업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비싼 기계를 들여오거나, 새롭게 창출한 기술에 대해선 적합업종협의체에서도 인정했다. 그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며 “대기업이 자본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미 중소기업이 다 만들어 놓은 기술을 OEM이나 인수를 통해 가져가고, 자본을 앞세운 유통력과 마케팅, 홍보를 통해 경쟁을 하는 건 상생이라고 부를 수 없으며 인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면류시장 76.8%를 점유하고 있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라면㈜ 등 3개사를 포함해 규모가 큰 기업은 대부분 OEM 방식의 생산을 하고 있다. 면류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OEM 생산물량이 급증한데는, 2차 적합업종 권고대상에서 OEM이 제외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면류제조 중소기업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기업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는 반면교사가 지난 2차 적합업종 협상이란 것이다.

“동반위·중기청 자료제출만 요구…도움을 준 적이 없다”

올 12월 적합업종 일몰을 앞두고 면류조합은 적합업종 유지를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묘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정보력을 포함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적합업종협의체에 가서 대기업과 동등한 조건으로 협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사내 변호사들 조언을 받아 많은 양의 서류를 가져와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한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각 업체 대표가 직접 데이터까지 준비해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청도 서류를 제출하라고만 하지, 이렇다 할 도움을 준 적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측은 ‘중소기업은 기술이 없지 않느냐’, ‘위생관리가 부족해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지 않느냐’며 자신들의 시장진출 명분을 주장하는데, 면류제조업은 이미 고유업종 당시부터 중소기업이 해왔던 것”이라며 “대기업이 R&D 투자없이 중소기업이 만들어 놓으면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 대량생산하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말이면 중소 면류제조업체의 보호막이 없어진다. 적합업종 법제화를 원하지만, 하다못해 연장이라도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현실성 있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