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제, 불법행위 면죄부로 악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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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동의의결제, 불법행위 면죄부로 악용하는데… 이통사 허위광고 민형사책임 면제사례…사업자·신고자 합의있도록

기사입력2017-04-13 19:0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동통신 3사(SKT, KT, LG U+)가 ‘무제한 요금제’로 광고를 하고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의 무제한 요금제는 기본 제공 데이터를 초과하면 속도가 느린 데이터를 제공하고, 정상적인 속도의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무늬’만 무제한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여부 조사에 나섰고, 이동통신 3사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후 이동통신 3사는 소비자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 공정위에 제출함으로써 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에서 벗어났다. 또 허위광고 등의 불법행위로 소비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한 민사책임까지도 면제받은 셈이다.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대가로 이동통신 3사가 시행한 소비자 보상방안은 소비자에게 데이터쿠폰 등을 지급한 정도였다. 거짓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해 돈을 번 불법행위에 대해 이처럼 관대한 처분이 가능했던 것은 ‘동의의결제’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여부 조사에 나섰고, 이동통신 3사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후 소비자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 공정위에 제출함으로써 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에서 벗어났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2012년 4월 도입된 ‘동의의결제’는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원상회복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형사처벌이 필요한 중대한 또는 명백한 위법행위와 담합사건은 동의의결제 대상이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형준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이득을 보는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본래 취지는 피해를 본 소비자를 위함”이라며 “소비자가 빠른 시일내에 피해구제를 위한 합의를 볼 수 있게 공정위가 대신 나서 합의안을 제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의의결제를 통해 민형사책임에서 벗어난 이통3사

신속한 소비자피해구제라는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피해당사자인 소비자의 의견과 무관하게 공정위가 독단적인 결정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의 제도상 허점이 있어 법개정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동의의결제도가 법위반 혐의가 있는 행위에 대해 최종 불법판단을 유보함으로써 사법정의를 거래용으로 이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밖에도 사업자가 시정조치나 고액의 과징금, 나아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통신 3사’ 사건에서 보듯이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들이 동의의결제를 통해 민형사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동의의결을 신청하면, 공정위가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에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 이어 잠정 동의의결안을 작성한 후 이해관계인, 관계행정기관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때 형사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총장과 협의해야 한다. 의견수렴이 끝나면 최종 동의의결안을 공정위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에서 심의·의결한다.

동의의결 앞서 사업자와 신고자 합의·재발방지 약속 있어야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현행 동의의결제에서는 소비자 또는 신고자의 의견을 동의의결 절차에 반영할 통로나 수단이 사실상 없다. 동의의결 이전 3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관련 사항을 신고인 등 이해관계인에게 통지하거나, 관보 또는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이와관련 이 변호사는 “동의의결 내용을 통지 또는 공고하는데 그칠 뿐, 절차 자체에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의의결은 소비자와 신고인 등 이해관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고인의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동의의결에 앞서 사업자와 신고자의 합의 및 재발방지 내용을 담은 시정방안을 제출할 경우, 동의의결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동의의결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불이행하는 경우 제재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개선방안도 있다. 현행법에서는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거나, 동의의결 신청을 취소하기 전까지 1일 2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사업자가 동의의결 신청을 취소하는데 있어 사유나 기한 등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점도 개선해야 할 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1일 200만원이라는 금액이 동의의결시 합의안 내용을 강제할 만큼 부담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업자가 동의의결 신청후 합의하는데 시간만 끌다가 취소해 버리면, 신고자의 피해만 더욱 커진다. 합의안 이행강제금이 실질적인 효력을 가질 만큼까지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행강제금은 사업자 매출액의 3/10000을 초과하지 않는 금액을 매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이행강제금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동의의결절차 개시 후 1개월이 지나거나,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에서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사업자가 취소 또는 철회하지 못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대안이다.

이외 형사처벌에 이르지 않는 사건은 검찰총장과 불필요한 협의를 거침으로써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정위가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이 변호사의 개선안에 포함됐다. 이 변호사는 “중대한 사건의 경우 사실 동의의결제도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검찰총장과의 협의는 허울에 가깝다”며 “동의의결을 통한 신속한 해결이 필요한 사건은 공정위가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