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일자리’ 필요한데 왜 반대하는 것인가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공공 일자리’ 필요한데 왜 반대하는 것인가 ‘고용은 민간과 기업이 몫’ 하나 마나한 소리…대안부터 제시해야

기사입력2017-04-17 17:2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지난 10일 “일자리에 대해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는게 중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과 기업”이라면서 “어떤 분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라고 한다. 제 생각은 그것과 완전히 반대”라고 밝혔다.

안 후보가 지목한 ‘어떤 분’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다. 문 후보는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의 고용주다”라며 “일자리 창출, 이제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공공부문 중심으로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5월9일 ‘탄핵대선’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후보간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하는 선거전략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안 후보의 반론은 너무 나갔다. 일자리를 만드는 가장 큰 주체가 민간과 기업인 것은 맞지만, 문 후보의 말처럼 정부·공공부문 또한 최대고용주인 것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실업자 통계가 바뀐 지난 2000년 이후 실업자가 지난해 100만명(3.7%)을 넘어섰고, 청년 10명중 1명이 일자리가 없는 ‘고용절벽(9.8%)’의 심각성을 외면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공공부문 일자리는 소방관·경찰·교사·복지공무원·근로감독관·부사관 등 국민의 안전과 치안, 복지수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으로 17만4000명이다. 그리고 보육·의료·요양·사회적기업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 일자리부문 34만개와 공공부문의 위험안전업무 등을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만들어지는 30만개의 일자리다.

‘큰 정부’ 또는 ‘작은 정부’ 논쟁을 떠나 문 후보가 약속한 공무원 일자리 중 어느 하나 충원의 필요성이 없는 직렬이 있는가. 일자리 창출이란 절대적 명제차원을 차치하더라도, 대국민 공공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한 일자리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올해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인구절벽’ 앞에 서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고사하고, ‘재정절벽’으로 사회공동체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보육·의료·요양 등 사회적 서비스 부문을 확대하는 등 공공복지의 총량이 늘어난 복지국가만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어 19살 생일을 하루 앞두고, 사망한 ‘김군’, ‘생명보다 돈’을 선택한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인재였다. 김군 사망 이후,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라고 밝혀,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여유 탓으로 치부한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공감능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SNS에서 계속되자 안 상임대표는 해당 트위터 내용을 삭제하고, 새글을 통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할 일”이라고 쓴 바 있다. 문 후보가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만들고자 하는 30만개의 일자리가 바로 ‘살아있는 또 다른 김군’이 현재 하고 있는 위험업무다.

대안없는 반대는 억지일 뿐이다. ‘일자리 만드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그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공약을 갖고 있다면, 그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안 후보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안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공약’ 중 제1순위가 ‘안보공약’이란 점은 좀 의외지만, 2·3·4순위 공약이 일자리 관련 공약이다. ‘좋은 성장 좋은 일자리Ⅰ,Ⅱ,Ⅲ’이란 제목의 3개의 일자리 공약이 그것이다. 공약Ⅱ와 Ⅲ의 주요 내용은 각각 ‘정경유착 및 불공정거래 근절’과 ‘임금격차없는, 고용불안없는 미래 일자리’ 공약이다. 일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아닌 ‘좋은 일자리’의 모습을 제시한 것이다. 그 내용은 민주당 문 후보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안 후보가 제시한 일자리 창출 공약으로 남은 것은 공약Ⅰ인데, 이 또한 교육 및 과학기술혁명을 통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인재 10만명 양성 등 큰 그림만 보여주고 있다. 물론 R&D 예산 19조원 조성, 네거티브규제 시스템 도입, 창업중소기업부 설치 등의 공약이 있지만, 이 역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질적인 공약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문 후보의 공공일자리 창출 공약에 반대하면서 안 후보는 “공공의 일자리는 그런(민간과 기업의 일자리 창출) 활동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고 피해갔는지 모른다.

공공부분의 일자리 창출과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양립불가하다는 근거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 없다. 상호간 보완될 수 있는 것이고, 국가가 당면한 현실에 따라 공공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공공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육아·보육·교육·의료·주거 등 공공의 영역을 국가와 공동체가 부담하지 않고, 개인에게 온전히 떠 넘김으로써 복지의 양극화가 도를 넘었다. 월급받아서 아이 키우고, 공부시키느라 노후준비는 고사하고, 소비여력 자체도 바닥을 드러냈다. 공공복지를 포함 공공부문에 대한 획기적인 확대를 통해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고, 경제선순환의 기반을 조성해야 할 때다.

문 후보가 제시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OECD 회원국 평균 1/3 수준에서 1/2수준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문 후보의 공약이 달성되면 2013년 기준 한국의 공공부분 일자리 비중(7.6%)은 3%p 올라 OECD 평균의 절반 수준(10.6%)에 도달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고용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약에 반대하고자 한다면, 반대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고용은 민간과 기업이 몫’이라는 하나 마나한 소리말고, 예컨대 재정문제 등 구체적인 근거를 대야 한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논리 중 하나로 제시하는 돈의 문제라면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직원 300명 이상인 기업의 취업자 수는 24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000명 줄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6만명이 줄었던 2010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또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2월 336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들 중 44.4%는 ‘채용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조선·해운 업종에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철강과 석유화학 또한 한계업종으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민간과 기업이 고용창출 여력을 단기간내 끌어올릴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재벌대기업은 곳간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와 고용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나서지 않는다면 고용절벽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 안된다고 하지 말고 공공부문을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돈을 만들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