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개혁·모피아 청산’ 나온 원인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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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기재부 개혁·모피아 청산’ 나온 원인 돌아보라 경제부총리 개인의 ‘선의’에 기대기엔 기재부 기득권이 너무 많다

기사입력2017-05-22 19:5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왜, 김동연 경제부총리인가 의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피우진 국가보훈청장 그리고 무엇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서는 ‘감동’이 있었고, 스토리도 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담겼고, 해당 부처 공무원들에게 개혁방향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도 보냈다.

그러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도, 기획재정부 관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찾을 수 없다.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기재부 관료들은 자신들의 수장이 누가 될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가, 안도의 한 숨을 내 쉬고 있다고 판단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김 내정자 인선 이후 한 경제신문은 “한국경제의 컨트롤타워로서 최고 적임자”라는 기재부 관료들의 반응을 전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의 명령은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 독식의 수직적인 원하청구조를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수평적 산업생태계로 바꾸라는 것이다. 자본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경제운용을 통해 경제성장의 과실을 소수 재벌만이 아닌 중소기업 그리고 근로자와 가계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라는 염원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 또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해서 소득주도성장을 약속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였기에 국민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반겼다. 그런데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직접 집행하는 것은 물론, 공정거래위원장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 자리에 김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의외다. 더욱이 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기재부 제2차관을 역임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2년간 역임했던 ‘정통’ 기재부 출신이다.

기재부가 어떤 곳인가? 한 경제신문 취재에 응한 기재부 관료들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재부장관은 우리나라 금융 및 산업정책, 거시와 미시경제 전체를 조정한다. 또 관련 정책을 직접 집행하거나 유관부처에 대해 정책을 집행하도록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실제 이같은 권한을 행사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엘리트관료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가 기재부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18개 중앙부처중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갑중의 갑’이 기재부다.

김영삼 정부가 국가발전전략으로 ‘세계화’를 선언한 이후 기재부는 영미식의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하고, 수호하려는 관료집단의 대명사가 됐다. 공공부문 개혁이란 미명하에 공공기관 본래의 목적인 공적기능을 사장시키고, 효율성 주장과 함께 민영화를 기획·추진한 사령탑도 기재부다. 최근 1심이긴 하지만 법원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인 곳도 기재부다. 민간기업 못지않게 공공기관에 만연한 비정규직 일자리도 기재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1300조원 이상의 가계부채에 대해 관리통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기재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부동산투기를 조장했으며, 가계에 빚폭탄을 떠넘기며 부채성장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대기업 중심의 정책이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대해 자유시장 논리로 맞서며, 재벌친화적인 정책만을 고집함으로써 정경유착의 씨앗을 뿌린 곳 또한 기재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를 포함 재벌개혁론자 대부분이 기재부 개혁과 모피아 청산을 주장한 이유도 이같은 폐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가 기재부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시장만능주의 기조를 걷어내고,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첨병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정서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단언할 순 없지만 지금 상태라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거 정권에서 추진됐던 검찰개혁이 낡아빠진 기수문화에 발목이 잡혔듯이, 지금껏 기득권을 누려왔던 모피아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과 정태인 비서관 등 개혁론자들이 모피아의 저항에 밀려 낙마했고, 이후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음을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 내정자 인선에 대해 이른바 진보언론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획을 하고, 그 집행을 기재부가 할 것이란 전제하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김 내정자의 ‘선의’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의지에 기대어 기재부 개혁을 주문하기엔 기재부가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많고, 조직생리상 지켜야 할 기득권도 너무 많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큰 틀에서의 경제개혁이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의 조직개편이 최상책이다. 그러나 연내에는 기재부의 예산편성권과 기획조정권한을 조정하는 정부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기재부 수장으로서 김 내정자가 인사권행사 등을 통해 내부개혁을 추진하겠지만, 기재부 출신에 따른 한계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선은 결정됐고, 이제 칼자루는 김 내정자의 손에 들렸다. 김 내정자의 칼날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갖고 있다. 기재부를 견제하고 모피아를 통제할 수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등 대통령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라건대 이번 인선에서 느꼈던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보여주고, 개혁의 의지 또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개혁적인 성향의 수석인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