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만들어 정규직 전환…단체교섭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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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자회사 만들어 정규직 전환…단체교섭권 제한 허울뿐인 자회사와 단체교섭…“모회사 사정따라 근로조건 악화도”

기사입력2017-05-23 20:0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첫 외부일정으로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시대’ 방침을 선언했고, 이에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은 “비정규직 1만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확정된 방안은 아니지만 정규직 전환방식으로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간접고용 형태인 ‘자회사 직고용 방식’으론 자회사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제약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안정화 교수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것인가’ 토론회에서 “자회사는 용역업체에 비해 고용의 안정성과 사용자 책임이 연계된 형태지만, 간접고용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한 형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방식은 서울시에서 이미 사용했다. 지난 2013년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비정규직 3116명을 양 공사의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화한 것이다. 안 교수에 따르면 서울시의 자회사 직고용 방식은 모회사(공사)가 자회사와 사업계약을 하고, 자회사가 정규직 전환대상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방식이다.

모회사 사정에 따라 자회사 근로조건 악화될 가능성 있다

서울시의 자회사 직고용 방식은 고용안정, 임금 및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임금 및 근로조건 결정이 대개 일방향이다. 모회사인 공사가 자회사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정하면, 이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즉 자회사의 경영사정이나 근로자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근로조건 협상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회사 근로자들은 공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허울’뿐인 자회사와 단체협약을 진행하게 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 제약을 받는다. 또 모회사의 사정이 변경되는 경우, 예를 들어 서울시장이 바뀌는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회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교수는 “청소노동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근로조건이 가변적이었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의 임기동안 비정규직에 대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간접고용의 근본적 해결방식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또 “자회사 직고용 방식은 공기업이 자회사 근로자와 해야 할 단체교섭을 외주화한 형태며, 이는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자회사 직고용 형태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안전, 청소 등 상시고용의 경우 자회사 보다는 직접고용 바람직”

이어 안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임금 및 근로조건 향상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회복 역시 중요하다”며 “따라서 안전, 청소 등 상시고용의 경우 자회사 보다는 직접고용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연구원 주진우 초빙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는 자회사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직접고용, 재단 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등 근로자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나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지하철운영이라는 독자적 역할이 있고, 청소직과는 기능도 다르고 규모도 커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자회사 설립 이전 용역연구나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의견수렴이 이뤄졌고,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서울시가 공사, 노동조합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