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직급 체계 없는 ‘무기계약직’ 정규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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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임금·직급 체계 없는 ‘무기계약직’ 정규직인가 기관별 사업계획·예산변경 따라 고용불안…처우도 들쭉날쭉

기사입력2017-06-01 18:5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무기계약직은 과연 정규직일까? 기간제 근로자나 간접고용 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무기계약직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의 근로환경을 따져 보면, 정규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남우근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토론회에서 “민간부문은 물론, 공공부문을 봐도 무기계약직은 임금체계도 없고 직급체계도 없는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주장했다.

남 정책위원의 자료를 보면, 우체국시설관리단의 경우 정규직 신입사원과 10년차 직원의 연봉차이는 약 1900만원이다. 하지만 신입 무기계약 근로자와 10년차 무기계약 근로자의 기본급은 같고, 근속수당으로 월 5만원을 지급해 실제 연봉차이는 60만원에 불과하다. 근속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직제도 마찬가지다. 거의 대부분의 기관에 무기계약직의 직제가 없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의 승진체계가 있는 기관은 15.4%며, 직급을 부여하는 곳도 35.8%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1일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토론회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남 정책위원은 “지자체나 교육청에 소속된 일부 무기계약직이 공무직 형태(조례)로 존재할 뿐”이라며 “무기계약직에게 승진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직급을 부여하지 않는 기관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은 고용관계 안정성이나 조직성과 향상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규직이 반대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무기계약직은 이미 적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리규정을 보면, 성적평가와 고용이 연관돼 있다. 국토부의 ‘무기계약근로자 및 기간제근로자 등 관리규정’ 제27조 1항에는 ‘채용권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중략)…근무성적 평가표에 의해 근로자의 근무성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3항에는 ‘근무성적평가 결과는 계약의 해지, 재계약 및 무기계약직 전환 등의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결국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는 다른 의미의 고용상태이며, 완전한 고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 정책위원은 “무기계약직 사용기준 자체가 공무원 인력조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은 여전히 정규직 고용형태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업계획 및 예산변경 등으로 고용불안을 겪고 있고, 차별도 심각하다. 또 같은 직종이라도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그리고 지자체간에도 임금과 근로조건이 다르다”며 “지자체 및 교육기관 무기계약직의 신분안정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