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개 일자리 약속했는데 이마트 비정규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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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1만개 일자리 약속했는데 이마트 비정규직 논란 정용진 부회장 “양질의 일자리”…이정미 의원 “나쁜 일자리부터 좋게”

기사입력2017-06-05 18:3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 개막식에서 “신세계는 그동안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으며, 매년 1만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마트노동조합과 함께 한 기자회견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이 말한 ‘양질의 일자리’는 양질이 아니다”라며 “1만명 일자리를 운운하기 전에 지금 그룹에 존재하는 나쁜 일자리부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마트노동조합은 “그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마트 내에서도 비정규직 차별이 계속되는 만큼, 정용진 부회장의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규모가 적다” vs “통계에 안 잡힌 근로자 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채용박람회 자리에서 “신세계는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확실히 적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수가 2016년 9월 기준 1872명에서 2017년 3월 177명으로 1695명 줄었다. 무기계약직은 1210명에서 1337명으로 127명 늘었다.

하지만 이마트 분기보고서에는 비정규직이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근로자가 있다. 2017년 3월 분기보고서에는 ‘인원변동 가능성이 큰 AR(아르바이트) 인원은 상기 직원 현황에서 제외하였습니다’라는 단서조항이 있다. 이마트노조는 “회사에서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지만, 제외된 근로자 수가 노조 추산 1800명에서 2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배제”라며 “이마트 기간제 노동자들은 단서조항이 생기기 이전과 동일하게 이마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이 돼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1만명 양질의 일자리를 운운하기 전에 현존하는 나쁜 일자리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같은 기간 이마트의 기간제 근로자 계약관행도 바뀌었다. 이마트노조에 따르면, 1년단위로 근로계약 및 추가연장 계약을 하던 관행이 2016년부터 1개월에서 3개월, 길어야 6개월 단기계약으로 변경됐으며, 최대 1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마트노조는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이상 근무시 무기계약 전환대상 인력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중노위에서 “차별적 처우 정도 극심”…“이마트 묵묵부답”

앞으로 만들어질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인지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 있다. 이마트노조에 따르면, 2012년 3월까지 이마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는 15명으로 전체 직영노동자 중 0.001%에 불과했다. 하지만 4년6개월이 흐른 2016년 9월기준 3082명, 전체 직영노동자의 10%까지 증가했다.

이마트노조는 “2016년 3월에서 2017년 3월 사이 ‘이마트’가 2개, ‘이마트 트레이더스’ 1개, ‘일렉트로마트’ 1개, ‘노브랜드샵’ 19개 점포가 출점했다. 또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8.4%, 영업이익은 8.6% 증가했다. 이마트 1개점에 최소 200명 내외 직영노동자들이 근무하는데, 그럼에도 고용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은 그룹 전체에서 겨우 39명 증가했고, 비정규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정규직과 다르다. 2017년 이마트 정규직 고과 최하위 근로자의 시급은 9130원이며, 무기계약직은 이보다 2190원이 적은 6940원이다. 이는 법정 최저시급 6470원보다 470원 많은데, 하루 8시간 월 25일 근무하면 최저시급보다 월 9만4000원 더 버는 수준이다. 단시간 노동자는 이보다 낮은 6790원이다.

이정미 의원은 “3개월, 6개월로 쪼개기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저임금보다 300원 내지 400원 높게 주는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라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리후생 처우도 다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마트노조는 지난해 7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을 냈다. 여기에는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은 병가시 무급이며, 1개월로 기간 제한 ▲휴양시설에 대한 이용불가 ▲3개월, 6개월 단위 반복계약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지노위는 이 세가지 사안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정했다.

이마트의 불복으로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단기계약 반복과 휴양시설에 대한 이용불가에 대해 차별을 인정했고, 병가제도에 대해선 이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이마트노조는 기자회견 후 병가제도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노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비정규 단시간 근로자는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전속적 공헌을 하지 않으며 ▲사원들이 병가제도를 악용·남용해 회사 손실이 커, 단시간 근로자들에게까지 병가유급을 할 경우 남용이 심화된다는 이유를 들어 차별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휴양시설 이용제한은 근무시간에 비례한 합리적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마트노조는 “마트업무 특성상 불규칙한 스케줄로 부업은 꿈도 꿀 수 없으며, 1개월로 제한된 병가로 유사병명으로 반복 신청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또 기간제 근로자들은 동일업무, 장기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더 많다”며 “중노위에서 ‘차별적 처우 정도가 극심하다’고 인정했고, 노조가 즉각 시정을 요구했지만, 이마트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시만 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