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과 ‘청탁금지법’은 다른 사안이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소상공인 지원과 ‘청탁금지법’은 다른 사안이다 소비위축·매출감소 판단 어려워…청탁금지법 본질 훼손 말아야

기사입력2017-07-17 17:4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완화를 위해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대책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김영란법)’ 보완방안 마련도 검토한다고 발표, 논란이 예상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경제장관회의 후속 브리핑에서 “가계소득을 확충하고, 내수 활성화와 경제성장이 선순환하는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최저임금 인상의 의의를 전했다.

당초 노동계에서 요구한 최저임금 1만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현행 6470원의 최저임금을 받았던 근로자들은 내년부터 시간당 1060원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하루 8시간 일하면 8480원, 한달 20일 일하면 16만9600원을 더 받는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늘 빠듯한 살림살이에 조금은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하자는 아이들 보챔에도 한번 쯤은 응해줄 수 있을 것이며, 아내의 혹은 남편에게도 새 옷 한 벌 장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당장 인상된 최저임금에 맞춰 지출이 늘어나게 생겼다. 가뜩이나 경제상황도 악화일로인데, 매출 증가는 없이 영업비용만 증가하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보면, 우선 3조원 내외의 ‘일자리안정자금’을 마련해 직접 지원한다. 사회보험료·신용카드수수료·부가가치세·금융채무 부담 완화 등 ‘경영상 제반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과 상가임대차 공정화·프랜차이즈 합리화·적합업종제도 강화·대규모점포의 입지와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골목상권 전용화폐 사용과 예약부도 방지책,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고 과당경쟁을 예방하는 등 ‘경영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 대책의 대방출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원대상과 지원금액·전달체계 등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의 논의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고 절충해야할 부문도 있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분담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지원대책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김영란법)’ 보완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지난해 9월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일부 언론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소비 위축을 가져와 매출을 감소시켰으며, 이로 인해 고용이 감소했다며 청탁금지법의 부작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KB카드가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아 카드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식당 -1.9%, 유흥주점 -1.8%, 단란주점 -1.5%의 매출감소를 보인 반면 중식당은 14.8%, 한식당은 11.8%, 양식당은 3.2% 매출이 증가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요식업 전체 매출은 증가했고, 단란주점과 고급일식당 등의 매출은 감소하면서 불건전한 접대문화를 줄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여신금융협회의 ‘2016년 개인법인카드 전체 승인금액’은 2016년 10월과 11월 각각 12.4%와 11.7%씩 증가했으며,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소매판매액지수에 따르면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한 액수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 비해 시행이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는 2016년 10월 이후 음식점 및 주점업의 종사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그동안은 당연하게 여겨졌던 접대 문화도 달라졌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접대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고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잡고 있으며 명절, 기념일 그리고 경조사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청탁방지법 시행 6개월을 지나며 부정적인 효과보다 긍정적인 시그널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로인해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는 일부 요식업과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청탁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농축수산물은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제외하자거나 3·5·10만원 기준에 예외를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예외’를 둠으로써 당장 특정산업 종사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산업에 한번 허용된 예외를 다른 산업에는 적용못한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청탁금지법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과 청탁금지법은 동일선상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도 청탁금지법도 공정경쟁 풍토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라는 큰 틀에서 시행된 정책이라면,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올해 초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1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CPI 순위는 176개국 중 52위다.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는 29위로 꼴찌 수준이다. 이제 막 시동을 건 청탁금지법이 완화된다면, 부패인식 개선 가능성도 요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