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 철수’ 부인…수그러들지 않는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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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GM ‘한국 철수’ 부인…수그러들지 않는 의혹들 적자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아…한국GM 경영재기 역할 컸지만 찬밥

기사입력2017-08-28 22:0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GM이 수출시장 관세인하, 신기술 혁신을 위한 정부지원 등 자동차업계와 정부간 협업이란 ‘전제조건’을 달고 한국철수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GM의 한국 철수설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국회에서 28일 열린 ‘GM 해외시장 재편, 오해와 진실’ 토론회에서 한국GM은 서면을 통해 “한국GM은 GM의 자동차 제조, 디자인, 설계를 담당하는 중요한 글로벌 허브”라면서 “GM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성과 사업성과, 장기성장 기회를 강화할 수 있는 시장에 존재하고 있으며, 한국GM도 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국 철수설이 제기된 이후 나온 한국GM의 공식적인 첫 입장 표명으로, 이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GM이 한국에서 자동차 생산라인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철수설에 대한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발제자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GM 한국 철수설이 수그러들지 알수 없다.

GM 전체 영업이익의 96%가 북미시장에서 나왔다(?)

한국GM의 철수설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2014년 이후 계속된 한국GM의 적자다.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GM은 2014년 3534억원, 2015년 9868억원, 2016년 6314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이날 토론회에서 GM이 직접 발표한 판매수익 자료를 분석한 금속노조 안재원 연구원에 따르면, GM의 해외사업본부인 GMIO(GM International Operations)의 영업이익중 중국사업 부분을 제외하고 2013년 -5억800만달러, 2014년 -8억4400만달러, 2015년 -6억6000만달러, 2016년 –8억38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2016년의 경우 GM이 북미지역에 판매한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체의 36.3% 수준이다. 하지만 북미지역의 영업이익 규모는 120억4700만달러, 전체 GM 영업이익 125억3000만달러의 96.1%를 차지했다.

안 연구원은 이에대해 “GM의 노조들이 제기한 이전가격 의혹이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근거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전가격은 모회사와 자회사 등 관련기업 사이에 원재료, 제품 및 용역을 공급할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만약 이 가격을 조정해 한국GM이 비싸게 부품을 사들인다면, GM본사 영업이익은 그만큼 커지는 반면 한국GM 영업이익은 줄어든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영업이익을 과소신고했다는 이유로 2013년 국세청으로부터 약 273억원의 추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이때 국세청은 한국GM이 차량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판매법인이나 남미에 있는 특수관계사로부터 받는 금액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이전가격과 환차손, 로열티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배경이기도 하다.

높은 인건비가 문제? 왜곡된 정보가 통용되고 있어

GM은 한국의 높은 인건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GM의 시간당 인건비가 39달러, 한국은 27달러다. 미국GM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파산후 임금이 하락해왔다”며 “해외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고임금 저효율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정보다. 우선, 미국GM은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감지하고 근로자와 고통을 분담하면서 고정 인건비를 낮췄지만, 그에 따른 보상안도 마련했다.

국회에서 28일 열린 ‘GM 해외시장 재편, 오해와 진실’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이 선임연구위원은 “GM은 작년에 근로자 1인당 1만2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으며, GM과 함께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는 5000달러, 포드는 9000달러 등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지급하며 낮아진 임금을 보상했다”고 밝혔다. GM이 한국의 고임금이 아닌 중국시장 집중 등 GM본사의 전략에 따라 한국철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어 이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 근로자 임금을 9만달러(한화 약 1억원)정도로 인식하고, 하청업체라도 동일노동·동일임금에 따라 7~8만달러 수준일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국내 대기업 완성차업체 평균을 기준으로 알려진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미국보다 인건비가 높았던 적도 있지만, 미국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는 한국의 인건비가 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GM노조 조합원은 “한국GM측과 정확한 내용을 논의한 적이 없다. 단지 인건비가 비싸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부평과 창원 일부공장이 휴업에 들어가 있는 등 인건비가 올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GM의 매출원가는 92.05%로 현대·기아가 각각 76.7% 87%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이전가격에 따라 한국GM이 손해를 보는만큼 GM본사는 이득을 본다”고 했다.

경영실패 만회하는데 한국GM 역할 커…지금은 찬밥신세

GM본사는 경영전략 실패를 한국GM을 통해 만회했음에도 오히려 한국에서의 생산물량을 줄여가고 있다. 한국GM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직접적인 이유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GM은 북미지역 영업에서 유가하락으로 인해 연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대형차인 픽업트럭과 SUV가 호조를 보였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저유가 시대가 끝나고 고유가로 접어들 것이라 예상하며 소형차로 소비를 선회했지만, GM은 기존 영업방식에 도취돼 적응하지 못했다. 2007년 저유가에 기댄 GM의 영업전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미국내에서도 나왔고, 그 결과가 2009년 파산”이라고 말했다.

그 와중에 소형차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GM이 GM본사에 큰 힘이 됐다. 금속노조 안 연구원에 따르면 GM 파산 직후인 2010년 한국GM의 매출은 12조5974억원, 영업이익 756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또 2013년에는 한국GM 출범이래 최대 매출인 12조6000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매출 증대에도 GM은 한국GM에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생산물량을 줄여갔다. 한국GM은 2012년 당시 신형 크루즈 모델을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 노조에 통보하기도 했다. 이후 생산량이 줄기 시작해 2011년 약 206만대이던 한국GM 생산물량은 2016년 124만대까지 줄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GM은 최근 친환경, 자율주행, 고급화, 픽업트럭 등을 앞으로의 수익모델로 정하고 북미지역과 신흥시장 위주로 경영전략을 세웠으며, 한국GM은 최근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 디젤차량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한국GM이 그간의 생산량을 줄여가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사업축소 또는 한국철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GM이 직접 고용한 1만6000명의 근로자를 포함 관련업계 30만명의 근로자들은 GM의 행보에 당연히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안 연구원은 “2013년 2월 GM은 한국GM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계획인 ‘GMK 20XX’를 발표했다. 하지만 ‘20XX’에서 보이듯, 투자를 언제까지 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 실제 투자를 하지도 않았고 달라진 것도 없다”며 “노조에서는 구체적인 미래발전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운 금속노조 GM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노조가 양보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에 반해 GM이 근로자들에게 하는 형태를 보면 너무 폐쇄적이다. 사외이사는 물론, 한국정부가 자료를 요청해도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오늘 토론회에 GM 관계자도 참석하길 요청했지만 할말이 없다며 불참을 통보해왔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홍영표 의원은 “한국GM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한국만큼 외투기업에 지원해 주는 곳도 없다고 한다. 또 철수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한국정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현재 철수까지 거론하는 것은 극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