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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주도 사업으로 밀려나는 ‘관트리피케이션’
자생적인 문화지역에서 도심정비·도시재생 사업이 주민을 내쫓는다
- 기사입력2017-09-04 18:1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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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등 이들 지역은 독특한 특색과 문화를 가진 문화관광 핫플레이스로 매년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고,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이 자생적으로 조성한 이들 문화지역에서 최근 관주도의 도심정비, 도시재생 사업 등으로 원래 주민들 또는 예술가들이 밀려나는 ‘관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트리피케이션은 ‘관+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노후한 지역이 상업화, 관광지역화로 임대료가 인상되면서 기존주민이나 세입자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정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시키는 현상을 관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대구시 ‘방천시장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0년 11월 90m구간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예술인들이 참여해 저마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대구 중구청과 협의해 진행하는 형식으로 이 프로젝트는 운영됐다. 문화예술인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고, 중구청의 후원으로 조성된 길이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다. 슬럼화된 거리에는 작가들이 개성을 담아 표현한 김광석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하고, ‘김광석가요제’ 등 문화행사가 계속되면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350m까지 확장됐다.
대구 중구청이 지난달 14일 ‘김광석다시그리기 관광인프라 개선사업’ 입찰공고를 내면서, ‘관트리피케이션’의 결정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사진=대구광역시 중구청>그러나 지난달 14일 대구 중구청이 ‘김광석다시그리기 관광인프라 개선사업’ 입찰공고를 내면서 관트리피케이션의 결정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대구지회(연합회) 등 시민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대구 중구청의 일방적인 ‘김광석다시그리기 관광인프라 개선사업’ 입찰공고는 민간에서 이룩한 성과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가져간 관트리피케이션”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측은 “사업공고문에는 사업수행으로 얻어지는 자료 일체, 저작권 및 기타 법률적인 행위의 권한 일체는 대구 중구청의 소유라는 내용과, 일정기간(2년) 경과후 벽화 조형물이 퇴색돼 리뉴얼(renewal)이 필요한 경우 수급자의 동의없이 대구 중구청의 판단으로 벽화 조형물을 철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아직도 수많은 곳에서 민간의 제안으로 시작된 다양한 문화사업이 행정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예술종사자들의 열정과 자발성이 일회용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의 ‘펭귄마을’은 치솟는 집값을 피해 사직산·양림산 자락에 모여든 주민들이 일군 마을이다. 이곳은 수년전 이 마을에 거주하던 김동균 씨가 동네 빈집에 쓰레기처럼 쌓여있던 가재도구와 생활용품을 동네 이곳저곳을 장식하던 것에서 시작해 독특한 볼거리로 유명세를 탔다. 팽귄마을이란 별칭은 이 마을을 특색있게 만든 텃밭정원과 마을꾸미기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걸음걸이가 뒤뚱거리는 팽귄같다고 해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 도심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행정당국이 주민들의 땅과 집을 수용하기 시작했고, 세입자들은 하나둘 쫓겨나는 상황에 처했다. 광주시 남구청이 지난해 1월 이 마을 일대를 ‘문화공원지구’로 지정하고 펭귄마을 일대 가옥과 폐가를 리모델링해 공예 입주작가와 창업희망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 주민들과 작가들은 내몰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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