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침체, 사업단 비전문성”…청년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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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상권 침체, 사업단 비전문성”…청년몰의 한계 전통시장 청년 점포가 생존할 수 있을지 이제 돌아볼 때

기사입력2017-09-06 13:0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몇 년 전통시장에 청년이 운영하는 상점을 입점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지자체와 시장 자체적으로 청년 점포를 늘리기도 하고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도 청년몰 조성에 발벗고 나섰다. 전통시장에 청년상인들이 들어오면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새로운 연령층의 고객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건물주는 빈 채로 남아있던 공간을 활용해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고, 지자체에서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도 좋다.

하지만 전통시장을 취재하러 다니다 보면, 청년몰을 성공적으로 활성화시키기에는 이러한 정책의 한계점이 곳곳에 눈에 띈다.

우선 공간의 문제다. 청년몰을 조성하려면, 시장 내 빈 점포 등 유휴공간 20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 안에 빈 점포 20개가 있다면, 이 시장은 방문객 저조로 침체된 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중에서도 빈 점포들은 고객 유입이 더욱 어려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장사가 잘 되는 만큼 빈 점포가 생기지도 않는다. 1년여 간의 임대료지원과 인테리어비용 보조 등 청년몰 조성사업으로 청년들이 창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궁극적인 목적인 수익창출 이라는 벽을 넘지 못해 임대료 지원이 끝나면, 시장을 떠나는 청년상인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청년상인이 들어옴으로써 젊은층 고객이 시장으로 유입되고 이를 통해 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좋다. 하지만 청년상인들의 창업 품목을 보면 분식류, 수제맥주, 공예품 등 기존시장과는 어딘지 동떨어진 아이템들이다. 청년몰을 찾은 젊은 고객들이 시장에서 장을 봐서 갈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청년몰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두번째는 청년상인을 뽑아 청년몰 조성을 주도하는 전통시장 청년창업사업단의 전문성과 지속성 여부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 사업단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청년몰은 20개 내외의 점포 입점을 전제로 하고, 청년몰 1곳당 최대 15억원이 지원되는데 국비 50%, 지방비 40%, 청년 자부담 10%로 운영된다. 지자체는 청년몰을 조성할 전통시장을 선정하고 사업단을 뽑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청년몰 조성사업 신청을 한다. 소진공에 따르면 지자체가 전통시장 청년창업사업단을 선정하는 기준은 창업사업 경험이나 시장사업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 유무 여부이며, 사업단의 운영기간은 대략 2년이다.

즉 사업단의 역할은 청년들을 모아 시장 안에 창업을 시키는 것까지가 끝이라는 얘기다. 청년몰의 사후관리는 소진공의 지역센터에서 한다고는 하지만, 청년들의 사정이나 지원이유 등에 대해 전후 맥락을 소진공이 다 파악하고 있을리 만무하고, 청년들도 창업 후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상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갈 대상이 없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상인회장은 사업단이 하는 사업을 보면 이 시장의 특성이나 상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사업단은 청년상점을 어떻게든 창업시키려고만 하지, 그 청년들이 이 시장 안에서 먹고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나, 기존 상인들이 겪는 소외감 등에는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이와함께 청년몰이 들어와 언론에서 관심을 갖게 되자, 건물주들은 슬그머니 임대료를 인상하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청년몰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청년은 기자를 만나 한숨을 내쉬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고작 두 테이블이 손님의 전부였던 매출 부진 탓이었다. 그는 창업은 했지만 매일매일이 걱정이라고 말한다. 정부 지원기간도 끝나가는데 손님이 이곳까지 찾지 않는다며, 정부지원이 끝나고 사업단도 2년의 운영기간 후 해체되면 우리 사정을 알고 들어줄 사람도 없다고 푸념한다.

청년몰의 성공은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그림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에서 생업을 하는 기존 상인과 이 전통시장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상인들이 살아남을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지 이제 현실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칫 단기간 예산만 쏟아 붓고 집토끼마저 잃을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