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직강화보다 공정행정 권한 분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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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공정위 조직강화보다 공정행정 권한 분산해야 조사시작 후 4년 지나서 시정명령 “무책임하다”…㊤공정행정 다변화

기사입력2017-09-25 19:1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강한 권한 약한 집행’, ‘경제적 약자에게 무의미한 조직’, ‘대기업-대형로펌-공정위의 위험한 관계’, ‘대기업 중심 경쟁법 생산 이론’ 등, ‘불공정거래위원회’라는 오명을 갖게 된 공정거래위원회를 혁신하기 위한 개혁과제가 제시됐다. 공정위의 위상에 부합하는 ▲엄격하고 투명한 경쟁법 집행을 하고 ▲공정행정을 다변화하는 한편, ▲법 위반을 통해 얻는 기대손해를 키워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함께 무엇보다 ▲공정위 스스로의 성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동우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는 25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등이 주최한 ‘공정위 신뢰회복을 위한 법집행체계 개혁과제’ 토론회에서 “공정위는 지난 보수정권에서 소극적인 행정으로 불공정거래 관행이 심화되는 것을 방치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경쟁당국일 뿐 피해구제기관이 아니다’라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조사 시작 후 4년 만에 시정명령이 내려진 ‘마메든샘물’ 사건과 같이 공정위 실무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관행처럼 ‘심사절차종료’라는 무책임한 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신고된 기업측 대리인이 주장하는 논리에 추종하는 듯한 담당 조사관의 태도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마메든샘물 사건은 하이트진로음료가 중소 생수업체 마메든샘물의 대리점을 부당하게 영입해 사업활동을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그 외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대표되는 약한 제재와, 고발권을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문제 역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점 또한 아직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거래 문제에 대한 민사·행정·형사적 접근을 체계화해 다양한 방식을 종합적으로 실행해야 공정한 경제질서가 확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방법으로는 ▲공정행정 다변화 ▲집단자치를 통한 거래질서 확립 ▲민사법적 접근 ▲공정위 행정절차의 개선을 제안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위 자체를 강화하기보다 공정행정 체계를 다변화해야”

이 변호사는 미스터피자로 대표되는 부적절한 고발권행사와 신고 후 1년 넘게 걸리는 사건처리 등 현재 공정위의 문제점은 공정위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김기식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공정위에 사건이 신고된 후 무혐의 처리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0년 112일에서 매년 늘어나 2011년 149일, 2012년 129일, 2013년 245일, 2014년 215일, 2015년 240일 등이다. 이는 고소사건에 대해 3개월(90일) 내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검찰조사와 비교해 조사기간이 매우 길다.

이 변호사는 제대로 된 공정행정을 위해서는 공정위 자체 강화보다는 불공정거래 사건처리 행정체계를 다변화해, 검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하도급거래, 가맹점거래, 대리점거래, 대규모유통업거래 등 전국에 걸쳐 불공정 사건이 발생해 다수의 피해 중소상공인이 존재하는 불공정 사건분야에서 이러한 공정행정 다변화 요구가 높다”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체계를 만든 미국의 공정행정체계와 우리의 공정위원회 체계를 비교했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시스템은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모델이다. 연방거래위원회 제도의 경우, 셔먼법의 조문이 추상적이고 법원이 합리적 심사 법리를 적용해 재량적 판단을 개입, 반독점 판정에 소극적이자 불공정 행위를 유형화하고 법원에 형사사건으로 기소하기 전에 준사법적 심사를 통해 행정처분으로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의 역사적 배경에서 알 수 있듯 연방거래위원회는 형사사건 기소 등은 하지 않고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고 준사법적 심결을 거쳐 행정처벌을 하는 방식이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 개개의 구체적 유형을 제재하는 입법을 일일이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우리의 각종 고시와 같은 행정입법을 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아 준입법적 기능도 하고 있다.

이동우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는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관행이 심화되는 것을 방치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경쟁당국일 뿐 피해구제기관이 아니다’라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미국의 경쟁법 체계는 연방거래위원회 시스템을 토대로 법무부의 반독점국, 각 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등 여러 행정기관에 권한이 분산돼 각자의 역할을 한다.

“권력분산, 협력체계 구축”…지자체 조사권 부여, 전속고발권 폐지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공정행정 분야 역시 권한분산을 통해 행정을 효율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선 콘체른, 트러스트, 담합 등의 경제력 집중사건은 전통적으로 중앙정부가 행정력을 발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 재벌그룹 내의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 감시 등도 중앙행정기관이 검찰과 긴밀히 협조해 집중해야 할 공정행정 분야다.

반면 가맹점거래, 대리점거래, 대형유통점 납품입점업체, 하도급, 소비자보호 등 그 대상이 수십만개에 달하는 분야의 공정행정은 분산과 협력체계 등 행정개혁이 필요하다. 공정위 10여명의 인력이 이들의 문제를 모두 관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조사권을 부여해 촘촘한 공정행정망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는 폐지하되, 검찰에 전문적으로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공정거래 전담부를 설치할 것도 제안했다. 나아가 금융기관의 CD금리담합 사건과 같이 사건 초기 검찰과 협력,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 방식을 통해 신속하고 실효적인 조사를 해야 하는 사안도 적지 않은 만큼 전속고발권 폐지 외에 검찰과의 상시적인 협의체계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