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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득, 가계이전 못하면 저성장 탈출 어렵다
소득주도 성장론…“총수요를 늘려 총공급을 확대한다”
- 기사입력2017-11-01 19:5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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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을 임금인상만을 놓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동안 ‘공급측면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펼쳐왔으나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는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총수요를 늘림으로써 총공급도 늘릴 수 있다는 인식이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기반의 신성장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주요 비판지점중 하나인 ‘공급이론’ 부재를 반박했다.
인위적 부양 조치에도 2%대 성장…“수요부족이 원인”
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기반의 신성장전략’ 토론회. ©중기이코노미이날 발제를 맡은 주상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한국경제 성장률은 노무현 정부 당시 연간 4%대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3%대, 박근혜 정부 2%대로 주저앉았다. 2%대 성장마저 부동산 경기부양 등 인위적 부양조치를 통해 가까스로 얻은 성적이라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조치(공급측면에 중심을 둔 정책)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국면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주 교수의 진단에 따르면 저성장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부족’이 아닌 ‘수요부족’이다.
주 교수는 “2016년기준 GDP대비 총 투자율은 29.3%로 여전히 높다”며 “높은 투자율에도 불구하고 2%대 성장에 머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GDP대비 고정자산 배율은 3.3정도로, 자본축적 수준이 이미 높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며,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 가운데 우리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배율을 가진 국가는 오스트리아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현대적 형태의 기술진보를 고려하면, 과거와 같이 높은 투자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보다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공급이론 중심의 주류경제학자(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론자)의 이론에 대한 반박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소비율 높은 저소득층 소득 늘려 수요·공급 확대
저성장의 원인인 수요부족과 관련 주 교수는 “최근 모든 계층에서 소비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저·중위소득층인 소득 1분위에서 8분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 추세가 시작된 반면, 9분위에서 10분위 고소득층은 1990년부터 소비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말했다.
또 주 교수가 이날 발표한 소득대비 소비지표를 보면, 1분위에서 2분위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대비 소비가 1990년 83.9%에서 2004년 104.7%까지 증가하다 2015년 90.2%로 감소했다. 3분위에서 8분위 중소득층은 1990년 73.1%에서 2015년 73.9%다. 반면 고소득층은 1990년 70.4%에서 2015년 59.5%로 꾸준한 하락세다. 주 교수가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은 소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조정함으로써 수요를 늘리고, 이를 통해 공급까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이와함께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 소비를 증가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분수효과가 작동하도록 노동시장에서의 분배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기업소득을 가계로 이전하지 않으면 저성장 국면 탈출 어렵다주 교수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대비 기업본원소득 비율을 보면, 한국과 일본은 2014년 기준 각각 22.1%와 21.1%다. OECD 평균(16.7%)은 물론 미국·프랑스(11.6%), 영국(13.2%), 독일(14.8%) 등 다른 선진국과도 차이가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1995년에 비해 약 6%p이상 증가했지만, 다른 주요 선진국들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OECD 평균이하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본원소득의 높은 비중은 가계에 지급되는 소득에 비해 법인에 잔류하는 소득이 많다는 것으로, 높은 기업소득은 높은 기업저축으로, 또 높은 기업저축은 기업의 높은 현금보유성향으로 이어진다. 기업본원소득이 가계에 흘러가지 않고는 소비를 늘리기 힘들고, 수요부족에 따른 현재의 한국경제 저성장 국면을 탈출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주 교수는 “일본은 1992년부터 2014년까지 노동생산성이 연간 1.5%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20년 넘게 한번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있다. 또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한국 또한 외환위기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에 미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거시경제학자인 블랑샤는 2015년 12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일본기업들은 명목임금을 5~10% 인상하고, 기업이 광범위한 임금인상을 단행하기 전까지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미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해 일본정부에 총수요 확대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동소득분배율 1%p 상승시 소비 0.13%~0.26% 상승”
또한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1975년 70% 초반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6년에는 60%도 되지 않는다. 주 교수는 “2009년에서 2010년 동안 법인의 영업잉여는 26%가 증가했지만, 피용자보수는 7% 증가하는데 그쳤다”며 “외환위기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급격히 하락했고, 그것이 내수침체의 주요한 요인이다. 노동소득분배율 1%p 상승이 소비를 0.13%~0.26% 정도 상승시킨다”고 했다.
이어 “생산성이 오로지 공급측면에서 결정된다는 사고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은 수요의 영향도 받는다”며 “다만 소득주도성장은 내수성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수출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수요주도의 중기 성장개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에 있어 분배개선이 소비를 증가시킬 여력은 있으나, 분수효과는 서서히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앞으로 경제성장에 있어 소득주도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는데는 모두가 동감할 것”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이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 대기업의 동참이 중요하다. IMF 이전에는 국가가 모든 재원을 지원해 대기업을 키웠는데, 그 기업들이 혁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수·골목시장을 잠식하고, 기술탈취·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선의로 중소기업이 소득주도 성장에 동참하기를 바랄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어떻게 동참시킬지,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강제할 수 있을지가 핵심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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