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외주화로 대가를 치르는 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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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무조건’ 외주화로 대가를 치르는 한국도로공사 도로공사 사장 “외주화된 안전순찰 업무를 인소싱 하겠다”

기사입력2017-12-31 06: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한국도로공사 외주화㊦]한국도로공사로부터 고속도로 순찰업무를 위탁받은 외주업체 운영자들(이하 원고들)은 안전순찰원이 제기했던 통상임금소송으로 용역대금 산출의 기초가 되는 법정수당이 변경된 만큼 변경된 법정수당과 기존 법정수당과의 차액은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로공사는 “용역대금 산출내역서 등을 통해 적정가격을 원고들에게 제시하였을뿐 용역대금이나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노임단가를 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바 없다”는 등을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법원의 판단=대구고법은 이 사건 통상임금소송 결과에 따라 법정수당이 증액된 것이 “계약금액 조정 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도로공사가 원고들에게 통상임금소송 결과에 따라 변경된 법정수당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용역대금 산출내역서가 도로공사와 원고들간 용역계약금액 조정시 적용할 기준이기 때문에, 소송결과에 따라 용역대금 산출내역서 내용이 변경되면 용역계약내용도 변경돼야 한다는 말이다.

법원은 또 “국가계약법에 따라 용역대가의 적정가격 산출을 목적으로 용역대금 산출내역서를 작성했을뿐 원고들 소속 안전순찰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는 도로공사의 항변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법원은 도로공사가 대관사업 수행경험이 없는 원고들을 대신해 안전순찰원에 대한 임금지급 등을 목적으로 용역대금 산출내역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법원은 원고들이 안전순찰원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 용역대금 산출내역서에 구속된바 없다는 도로공사의 주장도 배척했다. 법원은 “외주사업주(원고들) 대부분이 독립적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 보기 어렵고 도로공사에 상당히 의존하는 형태였으며, 이 사건 용역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되어 독자적 협상력을 가지고 계약체결에 나갔다 보기 어렵다”는 사정을 들어 원고들이 용역대금 산출내역서에 따라 임금을 지급했다고 봤다.

외주업체 소속 안전순찰원과 톨게이트 요금징수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도로공사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임금지급시 원고들이 자율성을 갖지 못한 징표에 대해 법원은 ▲원고들의 근로자 선발과 근로자 수, 휴게시간, 임금수준 등 결정에 도로공사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점 ▲원고들이 용역계약 체결 후에도 도로공사의 기준에 맞춰 안전순찰원 수를 유지할 의무가 있었던 점 ▲원고들이 안전순찰원에게 지급한 임금액이 노임단가 설계에 따른 노무비의 일정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도로공사가 원고들에 대하여 시정조치나 제재를 가한 점 ▲원고들이 도로공사가 제공한 양식에 따라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각종 근태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원고들과 안전순찰원간 근로계약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복무방침을 준수함은 물론 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제기시 외주사업체를 퇴사하기로 정한 점 ▲도로공사가 안전순찰원 교육·훈련에 상당히 관여하였던 반면 원고들은 독자적으로 안전순찰원을 교육하지 않은 점 ▲도로공사 외주사업주 대부분이 도로공사 근로자였으며, 도로공사 정책에 따라 사무장과 사무원 안전순찰원을 고용한 것이 사실상 전부였던 점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법원은 이 사건 수당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것은 원고들이 설정한 구체적인 지급조건 내지 수당의 지급실태 때문이라는 도로공사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도로공사의 임금설계상으로 이 사건 수당 등은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석하고 “외주사업의 운영형태, 도로공사와 원고들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통상임금소송에서 해당수당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것은, 원고들이 도로공사가 제시 및 설계한 임금 등의 기준에 따른 결과”라며 도로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실제 도로공사가 작성해 원고들에게 제공한 취업규칙에 따르면, 식대 및 교통비를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이 뿐만 아니라 상여금의 지급시기를 ‘연간상여금 총액을 월할 계산하여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도로공사의 현장수당은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고들 역시 안전순찰원에게 실제 근무일수에 따라 현장수당을 지급했다.

이번 판결은 파견(고용)사업주가 아닌 사용사업주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부담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물론 이번 판결이 적시한 사용자책임은 파견·용역업체 소속 노동자가 통상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고, 통상임금보다 적게 지급한 귀책사유가 사용사업주에 있는 경우로 제한적이긴 하다.

그러나 공기업·공공기관 대부분이 용역사업을 발주 운용하고 있고, 그 계약의 형태나 노무관리 실태는 도로공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장이 적다고만은 볼 수 없다.

이번 판결로 외주업체 소속 안전순찰원과 톨게이트 요금징수원들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도로공사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판결 다음날인 11월30일 새로 취임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이러한 위기를 반영한 듯 취임사를 통해 “외주화된 안전순찰 업무를 인소싱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