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시행령 개정, 임원후보 범죄경력 공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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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상법시행령 개정, 임원후보 범죄경력 공시해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 인권·공익 사이에서 균형 찾아야

기사입력2018-05-31 18:09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집구석이 왜 그 모양이냐.”

지난 24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법무부 산하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한 시민이 목청을 높여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비난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경영복귀 여부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땅콩회항’ 사건 직후인 2014년 12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3월 칼호텔네트워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에 선임되며 경영에 복귀했다. 땅콩회항 사건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에 비해 자숙기간이 짧다는 비판이 거셌고, 결국 한달도 안돼 물러났다. 다음 달에는 관세포탈 혐의로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에 출석할 예정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무산된 배경엔 동생 조현민 대항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도 한몫했다. 조 전무는 지난 3월 광고대행업체 직원에게 물을 뿌리고 고함을 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생 못지않은 화려한 이력을 보였던 언니에 대한 인식도 덩달아 악화됐다.

두자매 이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와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만행을 보자면, ‘집구석이 왜 그 모양이냐’는 질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일반 가정이 아니다. 노동자, 소비자, 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이어서다. 그리고 조씨 일가가 행한 만행리스트는 ‘집구석’을 망치는 수준을 넘어, 수천수만명의 밥줄이 달린 대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상장사 임원 후보자 범죄이력을 공시하자

임원자격에 미달하는 자가 상장사 임원에 선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임원 후보자 범죄이력을 공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소집공고’ 및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는 해당주총에서 선임될 이사·감사의 성명, 약력, 추천인 등 간단한 정보와 시행령에 위임한 내용만 담으면 된다. 상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공시 내용은 후보자와 최대주주 간 관계, 후보자와 해당회사 간 최근 3년간의 거래내역 정도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처럼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경우가 아니라면, 주주는 임원 후보자의 범죄위반 경력을 알기 어렵다.

<그래픽=조한무기자> ©중기이코노미

중대범죄자는 임원 선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규제하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발표한 ‘시행령 등 하위규정 개정을 통한 경제민주화 실천방안’에서 “횡령·배임·분식회계 등 법령위반 경력과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 등은 일정기간이 지나 법적 결격사유는 아니라 할지라도 임원자격을 판단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이며, 주주대표소송 피소 경력 역시 공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대범죄자는 임원 선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규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을 개정해 범죄행위 이력이 있는 임원이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금고형을 받고 집행종료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자는 얘기다.

범죄이력을 공시하거나 범죄자의 임원 선임을 원천봉쇄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범죄이력 공시는 개인정보보호에 어긋나며, 범죄자의 취업길을 막는건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상장기업이 그저 ‘집구석’이 아니란 사실을 고려하면, 인권과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