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의결권 공시, ‘주총 직후’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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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기관투자자 의결권 공시, ‘주총 직후’로 바꿔야 길게는 1년, 시장관심 멀어진 후 ‘뒷북공시’…감시기능 무력화

기사입력2018-07-04 16:22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로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감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내역 공시를 적기에 하도록 함으로써 시장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일반투자자가 기관투자자를 선택하는데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민간투자기관 역시 동참할 것으로 보여,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내역 공시의무를 강화해야할 적기란 지적도 있다.

기관투자자는 ‘주총 거수기’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과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사결정에 적극참여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을 말한다. 한국에선 기업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2016년 도입했지만, 실제 채택률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기관투자자는 경연진이 올린 안건 대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서 ‘주총 거수기’란 오명을 갖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해 안건별 반대율은 재무제표·이익배당의 경우 1.1%, 정관변경 7.2%, 이사선임 9.4%, 보수한도는 4.7%에 불과했다.

<자료=한국기업지배연구원/조한무 기자>

의결권 행사내역 ‘뒷북공시’…주주의 견제기능 무력화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고 반대의견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의결권 행사 공시기한마저 늦춰지면서 주주의 견제기능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의결권 행사내역을 매년 4월30일까지 공시하면 된다. 대개 상장사 정기주총이 3월에 몰려있어, 일반주주들은 한달이 지나서야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내용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5월에 임시주총이 개최되면, 1년이 경과한 이듬해 4월30일에 이르러서야 기관투자자의 판단을 확인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주총회후 5일이내’ 공시규정을 바꿔 ‘직전연도 4월1일부터 1년간 행사한 의결권 행사내용을 당해연도 4월30일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내용을 일일이 공시하는게 부담이란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공시기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주총직후 공시했던 당시보다 기관투자자 결정에 대한 시장의 감시기능이 훼손됐고, 판단의 적합성 평가 역시 부실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경영진 견제역할을 기관투자자가 제대로 하는지 공시하도록 해야

이에따라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발표한 ‘시행령 등 하위규정 개정을 통한 경제민주화 실천방안’을 통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종전과 같이 의결권행사 공시기한을 ‘주주총회후 5일이내’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의무를 강화함으로써 경영진에 대한 견제역할을 기관투자자가 제대로 하는지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가 기관투자자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에게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함으로써 지배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도 강화할 수 있다는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기관투자자 결정에 대한 시장감시기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주총 이후’가 아닌 ‘주총 이전’에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기업지배연구원 송민경 연구위원은 지난 2015년 발표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내용 공시개선 방안’에서 “주주총회전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개하면 부적절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며 “언론과 시장감시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고, 기관투자자가 이를 무시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신중하게 정한 입장은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이어 “기관투자자가 찬반 입장과 사유를 미리 공개하는건 경영자 입장에서 부담이지만, 여타기관과 개인투자자에게는 유익하다”며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할 유용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