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단가 낮추려 하도급사 기술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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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두산인프라코어, 단가 낮추려 하도급사 기술탈취 공정위 과징금 및 검찰고발…피해업체, 보복 두려워 공정위조사에 비협조

기사입력2018-07-23 16:32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도급업체 기술을 제3업체에게 넘기고, 기존 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3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제3업체가 개발을 완료하고 납품을 시작하자, 기존 업체와 거래관계를 단절했다.

납품가 인하 거절한 하도급업체 기술 제3업체에 빼돌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굴삭기에 장착하는 에어컴프레서를 이노코오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았다.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는 납품가격 18%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노코오퍼레이션이 거절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납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노코오퍼레이션 기술을 제3업체에 넘겨 기존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업체와 거래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과 거래과정에서 ‘승인도’라는 명칭으로 11장의 도면을 확보하고 있었다. 2016년에는 제3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도면 20장을 추가로 요구해 제출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아 3~10일내에 제3업체에 전달했다.

에어 컴프레서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승인도는 원사업자가 위탁한 제품이 위탁한대로 제조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가 작성한 도면이다. 여기엔 해당제품 제조방법에 관한 내용이 망라돼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제3업체가 에어컴프레서를 개발해 납품을 시작하자, 납품업체를 이노코퍼레이션에서 해당업체로 변경했다. 2017년 8월에는 이노코퍼레이션을 에어컴프레서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제3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은 가격은 이노코퍼레이션 납품가격에 비해 모델별로 많게는 약 10%정도 낮았다.

두산인프라코어,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 요구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정위 심의과정에서, 이노코퍼레이션에 기술자료를 추가로 요구한 목적을 ‘에어탱크의 균열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료요구 당시, 직전 1년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한 에어컴프레서중 에어탱크 부문에 기술상 하자가 있었던 제품은 단 한건도 없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에게 도면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었으며, 기술자료를 요구한 행위만으로도 별도로 위반행위가 된다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납품가 인상요구업체 기술자료를 5개 업체에 전달

두산인프라코어가 행한 기술탈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냉각수 저장탱크를 납품하는 코스모이엔지가 납품가격인상을 요구하자 거절하고, 해당업체에게 받은 승인도를 5개 사업자에 전달했다. 도면을 전달받은 사업자들과는 거래조건에 합의가 안돼 실제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궁극적으로 납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하도급업체 기술자료를 사용해서는 안되는 용처에 사용했기 때문에 하도급법에 위반하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해기업은 보복 두려워 공정위 조사에 비협조

두산인프라코어는 하도급업체로부터 승인도를 제출받을 때도 법적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기술자료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원사업자는 하도급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반드시 ▲기술자료 명칭·범위 ▲요구목적 ▲요구일·제공일·제공방법 ▲비밀유지 방법 ▲기술자료 권리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의 지급방법 ▲요구가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 등 7가지 사항을 서면으로 적시해 요구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동안 30개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 총 382건을 제출받아 보관했는데, 서면을 통해 요구한 사례는 없었다.

하도급업체는 두산인프라코어 요구에 따라 기술자료를 제출하면서, 심기를 건드릴까봐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기는커녕 비밀이라는 표시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기술자료가 제3업체에게 전달되는걸 용인하기도 하고, 피해사실 진술을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해 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회사와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관여한 간부직원 및 담당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원사업자의 보복행위로 하도급업자가 입은 손해의 3배 범위내에서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하도급법이 지난 17일부터 시행된 만큼, 공정위는 올해 하도급 서면실태조사에서 보복행위 부문을 면밀히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정액과징금 상한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기술유용으로 단 한차례만 고발돼도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며 “기술유용을 행한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개정도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