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최저임금’, 억지·궤변을 당장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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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기승전-최저임금’, 억지·궤변을 당장 중단해야 언론, 여·야당에게 개혁법안 입법부터 먼저 촉구하라

기사입력2018-08-24 17:3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양극화 참사에 ‘소득주도 성장 필요하다’는 청와대 잠꼬대(중앙일보)”, “소득주도성장 목표가 일자리 파괴와 양극화였나(국민일보)”, “정부 독선·무능이 부른 양극화 10년 만 최악(조선일보)”, “일자리 쇼크 이은 불평등 쇼크, 소득주도성장의 역습(매일경제)”, “일자리도 분배도 악화시킨 소득주도성장(서울경제)”

24일자 주요 일간지 사설 제목이다. ‘참사’, ‘잠꼬대’, ‘파괴’, ‘독선·무능’ 제목자로 뽑은 단어 자체도 자극적이지만, 그 내용은 더 가관이다. ‘기승전-최저임금’이란 주장 외에는 온갖 저주로 도배한 문장뿐이다. 이들의 얘기를 따라가면,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고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스터리다.

올해 전년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7530원)이 시행중이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10.9% 오른 8350원이다. ©중기이코노미

전년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7530원)이 시행중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0.9% 오른 8350원으로 했을 뿐이다. 외형상으론 2년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이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따라 내년도 실질 인상률은 한자릿수 초중반대라는게 노동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도, 내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과거 5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하는 부분은 정부가 보전해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차례 인상된 최저임금과 ‘일자리 쇼크’ 간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실증 데이터는 아직 없다. 또 수요공급곡선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로 귀결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전제를 깨는 연구보고서도 차고 넘친다. 그렇다고 예년과 달리 높게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주장하자는게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 경제가 당장 붕괴될 것처럼 과장해가며, 그 원인을 최저임금 하나로 지목하는 수구·보수 언론의 단세포적 사고를 지적하고자 함이다.

소득주도성장, 아직 시동도 제대로 걸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1년간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다지만, 저임금 노동자가 가장인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건들렸을 뿐이다. 노동자와 처지가 다를 바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가계소득 증대방안을 함께 병행·추진하지 못했던 무능한 관료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한국사회 자영업자 규모를 고려해 ‘임금주도성장’이 아닌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걸었을 때, ‘을간의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정리했어야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죄가 있다면, 여기까지다. 목욕물을 버리겠다고 목욕하던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교각살우에 디름없는 억지만 부리는 수구·보수 언론에게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입을 빌어 대신 묻는다. “조물주 위 건물주라고 상가임대차보호법, 왜 국회에서 처리 안하고 발목 잡느냐 물어보라”고 했다.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게 단가 후려치기인데, 단체구성권법 보장해달라고 법안이 제출된 지가 얼마인데 야당들이 발목 잡아 안 되고 있다”며 이렇게 얘기하라고 했다.

심상정 의원의 이 발언은 지나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결산회의에 참석했던 김동연 부총리에 대한 질타였다. 그렇지만 수구·보수 언론 또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스스로 ‘공기(公器)’를 자칭하고, 그에 상응한 대접을 받고 싶으면 말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여건 악화를 핑계로 최저임금 인상이 가파르다고 기사를 썼다면, 이들의 삶을 개선할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얘기해야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점 100분의 1이라도 상가임대차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는지 묻는다. 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지불여력 강화를 위해, 이들 민생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야당을 압박했는지를 묻고자 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 집행하는 최종 책임이 정부에게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금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겪는 고통의 모든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비난을 위한 비난만으로는 문제가 더 꼬일 뿐이다.

지금 언론에게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옥죄는 구조적인 문제가 어떤 것인지 찾아내 공론화하는 작업이다.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게는 정책마련을 주문하고, 여당과 야당에게 정부정책을 뒷받침할 입법을 촉구하는 역할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한국경제가 망했다’는 공포심을 조장할 목적이 아니라면, ‘기승전-최저임금’이란 억지·궤변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