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사와 가맹사업자 간 지배·종속구조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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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가맹본사와 가맹사업자 간 지배·종속구조 깨야 사업자단체 신고제 도입, ‘단체협상’ 거부시 시정조치 등 제재해야

기사입력2018-10-01 10:2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불과 20m 거리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서도 가맹점주가 이를 본사에 항의하거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진=참여연대>

올해 3월기준 국내 편의점 상위 10개 브랜드가 거느린 편의점은 4만192개다. 편의점 숫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편의점본사의 불공정한 계약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편의점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편의점주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은 양자간 지배종속구조에서 비롯된다. 경제·사회적 격차, 계속적 거래관계 등으로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가맹점주의 협상력·대응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본사에 종속된 편의점 수익 정산방식

가맹사업의 대표적인 유형인 편의점 운영방식의 경우 편의점주가 하루 매출분을 모두 송금하면, 편의점본사가 제반 수수료 및 비용을 제외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직영대리점이 아닌 가맹점에서 이와같은 정산방식은 편의점주가 본사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일방통행식 정산방식으로 편의점주는 35%가 넘는 가맹수수료를 부담하면서도, 편의점본사가 공급하는 물품의 원가조차도 알 수 없었고, 부당하게 심야영업을 강제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으로 폐점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배종속 구조는 보다 강화됐다.

편의점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이호준 사무국장은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보이지 않는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편의점주 개인은 거대 자본을 가진 편의점본사와 협상할 힘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가맹사업법은 단체구성권, 거래조건 협의요청권 등 가맹점주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사무국장은 가맹사업법에 명시된 가맹사업자단체 관련규정은 있으나마나 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자단체의 협의요청권 ‘유명무실’

가맹사업법 제14조의2는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으며, 가맹사업자단체는 가맹본부에 대해 가맹계약 변경 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가맹사업자단체가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사는 성실하게 응해야하며, 가맹사업자단체의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입 또는 가입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해서는 안된다.

<그래픽=채민선> ©중기이코노미

가맹사업법이 협의요청권을 보장했음에도, 가맹점주단체가 비용분담 등 협상을 요청하면 가맹본사가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삼으며 협의요청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게 현실이다. 이는 가맹사업법 제12조2 제3항에서 복수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다수 가맹점사업자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와 우선적으로 협의한다는 단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맹점주가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면 계약해지 등의 보복조치로 대응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 가맹사업 브랜드는 본사의 잦은 판촉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협상을 요구하자, 가맹본부는 이들의 협상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법상 적법하게 구성된 단체인지 여부를 입증하겠다며, 구성원명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피자전문 브랜드는 식자재 폭리에 대응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항의하자, 표적점검을 실시해 가맹점주협의회 대표와의 가맹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가맹사업법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단체의 협의요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가맹본부가 성실교섭의무를 위반한 경우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고 말했다. 또 가맹사업자단체와 가맹본부가 협의를 거쳐 거래조건에 합의해도, 합의효력에 대한 규정이 없어 관련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가맹사업자단체 법적지위·협의요청권 강화해야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가맹점사업자단체의 법적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맹사업자단체 신고제 도입을 주장한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기관에 신고하도록해, 가맹사업자단체의 지위를 법으로 보장함으로써 가맹본부와의 협상력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가맹점사업자단체 신고제도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전해철 의원과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 등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서 규정했으나,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와함께 가맹점사업자단체 협의요청권의 실효성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거래조건 변경 등에 관한 협의요청을 하면, 가맹점본사에게 협의 개시의무를 부과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가맹점본사에게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요청권을 강화하는 방안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제윤경·전해철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 등이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담겼지만 국회에 계류중이다. 개정안에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집단휴업을 하거나 30일이내에서 거래 일시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함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7월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에서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신고된 가맹점사업자 단체 및 회원수, 가맹본부와의 협의횟수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