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사설
뼛속까지 공안검사 ‘황세모’, 당 대표직 오르다
자유한국당 극우편향, 정부의 우회전 정책에 면죄부될까 우려된다
- 기사입력2019-02-28 18:2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황세모’,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네이밍이다. ‘세모’라는 의미 속엔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지금껏 걸었던 인생행로가 그대로 담겼다. 보다 신묘한 것은 자유한국당 대표로서 그가 취할 행보까지 세모라는 표현 속에 녹아있다는 사실이다. 세모란 단어가 황교안 대표 자신의 입에서 최초로 나왔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황세모란 네이밍의 절묘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상황이다.황교안 대표는 뼛속까지 공안검사다. 대한민국 검찰의 과거 역사에 비춰보면, 공안은 공공의 안전이 아닌 정권의 안전을 의미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공안검사는 체제수호란 허울로 권력이 하명하는 선거·노동·학원 분야 이른바 시국사건을 처리한다. 사회 통념에 따른 정의를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특수부·형사부 검사와는 직무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일관된 일반 범죄와 달리 공안검사가 전담하는 공안사건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처벌 기준이 달라진다. 백이면 백, 합리적 이성을 가진 국민 모두가 하나같이 검찰개혁을 이 시대의 화두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공안검사와 법무부장관 그리고 국무총리, 이 모든 직무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사안별 정책을 제안하는 참모의 역할이다. 부처 내 재량업무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해당업무에 대한 결정권한은 대통령이 제시한 틀 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정계에 입문하기 이전 관료 황교안 대표는 주어진 업무를 집행할 뿐, 그에 따른 책임은 대통령에게만 지면 족했다. 그러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 대표가 된 지금, 그는 113명의 자당 의원을 통솔하고 자신 스스로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은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원, 무엇보다 국민 모두에게 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올랐다.
지난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후보가 당기를 들고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시스>정치인, 특히 제1야당 대표로서 황교안 대표는 국민 앞에 설 준비가 됐나. 아무리 혜량해도, 답은 세모를 넘어설 수 없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내내 그는 공안검사 특유의 습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음이 입증됐다. 그리고 극우 정치인 김진태 의원도 천명했던 신념에 찬 소신, 정치인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최소한의 명분도 보여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점에 왜 정치를 하는지, 황교안 대표의 정치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그는 탄핵의 스모킹 건으로 작용했던 태블릿 PC에 대해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작을 인정한다면, 그에 따른 결론은 탄핵의 절차 위법이란 형식의 문제를 넘어, 실질적으로 탄핵이 불법이었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셈이다. 법조문으로 평생을 먹고 산 게 황교안 대표다. 이들 3개의 발언이 공존할 수 없음을 그 자신이 너무 잘 안다. 그럼에도 그는 양심과 진실에 반해 상호모순된 답을 어렵지 않게 내놨다.자유한국당 대표라는 목표을 위해 황교안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태극기부대의 지지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던 당내 합리적 보수세력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공안검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특정인을 간첩으로 만드는 결과이지, 수사과정에서 헌법상 기본권과 법률규정을 준수하겠다는 법치주의가 아니다. 공안검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음에도, 그는 공안검사 근성을 발휘해 자신의 목적인 자유한국당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황교안 대표가 갈 수 있는 길은 여기까지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내내 현안 해결 방안을 물어보면, 그의 답은 앵무새였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얘기해야 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말 이외 한 마디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내 계파갈등을 해소하고, 바른미래당을 포함 보수통합 위해 제시한 그의 해법도 미래이고 통합이다. 자신만의 명예와 권력을 위해 자신에게만 충실했고, 상사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바쳤던 그였기에 공익과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비전 자체가 없다는 건 너무 당연하다. 또 자신이 지향하는 국가 또는 이웃과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의 상을 단 한 번도 꿈을 꿔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원들에게 설득력있는 호소와 감동을 주지 못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됐다고 현재 정치상황에서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가 배박이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자이든 관심이 없다. 또 그 자신은 국정농단과 무관하다지만, 그에 대해 따지고 싶지도 않다. 혹자는 그의 후안무치를 비난하지만, 그에 대해 가타부타 평가하고 싶지도 않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자유한국당 간판 자리를 너무 손쉽게 차지함으로써 자유한국당은 ‘박근혜당’이란 사실이 분명해졌다는 점이다.아울러 막말을 입에 달고 사는 김진태 의원을 비롯 김순례·이종명 의원 그리고 남자 3호 ‘김준교’씨가 자유한국당 주류 지위를 차지해도 토를 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자유한국당의 뿌리였던 제정당의 대표였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와 김진태 의원류의 정치인 간 하등 구별을 할 수 없어서다.다만 우려되는 지점은 제1야당의 극우편향이 노골화됨에 따라 정부와 집권여당의 우회전 정책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나오면 땡큐라는 의미의 ‘황나땡’이란 신조어는 그래서 나온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그 자리에 혁신경제란 이름으로 재벌친화 정책으로 채우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견제는 오롯이 시민사회의 몫이 됐다.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