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역질서를 깬 횡포…미국 흉내를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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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일본, 무역질서를 깬 횡포…미국 흉내를 내나? 국제사회가 묵인 안해…경제보복 철회하고 한국정부 제안 수용해야

기사입력2019-07-04 19:3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27일 미쓰비시중공업 원고단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기업 간 소송에 대한 일본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한국정부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해당기사가 게재되고 10여일만인 7월1일, 일본은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와 관련된 3개 품목의 한국수출을 제한하고, 첨단재료 등의 수출허가를 면제하는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과 일본 기업 모두가 피해를 입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아베 일본총리는 일본기업과 언론들마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한다.

일본의 이번 경제보복은 충분히 예상됐지만, 한편으론 의외인 면도 많다. 한국의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이후 일본은 지속적으로 경제보복 의사를 내비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는 예전부터 그런 내용이 있었고, 또 관계부처 TF를 통해 점검을 쭉 해왔다”며, 일본이 올해 연초부터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경제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보였다고 했다. 신호가 비밀스런 것도 아니었다는 말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까지 의회 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직접 거론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의외인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보복을 단행하는 것은 WTO협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언론과 전문가들도 한국이 WTO에 제소하면 패소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최근 미국이 국제무역 질서를 깨는 횡포를 다반사로 벌이지만, 국제사회가 일본에게까지 그런 횡포를 허락할 리는 만무하다.

두 번째로, 경제보복으로 일본기업이 입을 피해 역시 만만치 않아서다. ‘글로벌경제의 벨류 체인’이란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일본의 원자재를 구매한 한국이 반도체를 만들면, 이 반도체가 중국의 공장으로 넘어가 아이폰이 되는 무역구조는 너무 명확하다. 한·중·일·미 4개국 간 무역이란 연결고리를 통해 아이폰이 생산되고, 그 이익 또한 이 연결고리 내에서 공유된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한국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가치의 연결고리를 따라 일본기업의 피해 또한 불가피한 현실을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이 일본기업의 피해를 우려하며 경제보복 조치 중단을 촉구하는 이유다. 아베 총리가 이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비극이고, 알면서 한 선택이라면 무모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일본정부의 이번 경제보복은 자국 기업의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자기 파괴적인 조치다. 또 정치문제를 경제에 끌어들여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측면에서 시장참여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다. 강제징용이란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을 거부했다는 점에서도 정의롭지 못하며,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해쳤다는 점에서 국제평화에 반하는 행태다. 일본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이와 함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백배사죄한 뒤, 합리적인 배상방안을 한국정부와 협의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