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야망위해 국가미래 걸고 도박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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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유승민, 야망위해 국가미래 걸고 도박하지 말길 재난지원금,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고집도 포기할 수 있어야

기사입력2020-04-08 18:1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소득하위 70%에 100만원(4인가구 기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더니, 이번에는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고 나왔다.”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부분의 정당들이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다”면서 같은 당 황교안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글에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며 다소 도발적인 제목까지 달았다. 판세가 그리 녹록지 못한 총선전쟁 한복판에 당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항명사태가 벌어졌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1일 이혜훈 서울 동대문구을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격려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래통합당 빼고’를 다짐한 이들에게 미래통합당 당론이 어찌되든 관심 둘 이유는 그다지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대공황까지 거론되는 미증유 사태. ‘기승전-문재인’만을 고집했던 제1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유사한 정책을 발표한 시점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 특히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서민에게 한줄기 빛을 주기 위해서라도, 미래통합당 내부 ‘논쟁’에 한마디 보태야겠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간다고 했다. 이를 만든 허경영 대표의 온갖 행태를 상기하면, 모욕 이상의 독설이다. 1930년대 미국발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로 수요·생산 시스템이 붕괴될 위기를 목전에 뒀다. 공멸을 피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는 처방을, ‘허경영 따라하기’로 폄하할 일인가.

전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하자는 설문에 58%가 찬성했다. 미래통합당 의원 거의 전부가 황교안 대표의 제안을 토론회와 유세장에서 설명한다. 이들 모두를 허경영 대표와 동일시해 비판하는 유승민 의원, 스스로가 문제다. 정작 허 대표를 닮아가는 당사자는 바로 유 의원이어서다. 본인만 원칙이 있고, 나머지 모두를 부초로 얕잡아보는 엘리트의식이 문제다.

유승민 의원. 스스로 설정한 포퓰리즘 프레임에 매여 정치적 고립을 자초했지만, 자신의 선택이기에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3자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하면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민 모두에게 5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하고, 이 방식을 다수가 원한다는 사실만이 포퓰리스트로 매도하는 이유의 전부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 유독 포퓰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만의 유별난 경기부양책도 아니다. 미국은 코로나19 재난수당으로, 초고소득층을 제외한 성인 1인당 1200달러씩 현금을 지급한다. 독일도 프리랜서·자영업자·최대 5명의 정규직원을 고용한 소기업을 대상으로 기본 5000유로(약 673만원)를 지급하고, 추후 3개월내 9000유로(약 1212만원)를 추가로 지원한다. 유로존 국가 대부분이 독일과 유사한 지원을 시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21세이상 시민권자에게 최고 300싱가포르달러(26만원)의 재난수당을 지급한다. 홍콩도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1만홍콩달러(약 155만원)를 현금으로 지원한다. 이들 나라 이외 많은 국가에서 재정을 동원해 다양한 형태의 ‘현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사정이 긴박해서다. 당면 위기를 방치해 산업생태계가 무너지면, 다시 복원하기 위해 수십 수백배 현금이 필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취약계층 등 경제적 약자가 겪을 고통의 크기와 강도를 현대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와 국민이 유승민 의원보다 무지해서 현금지원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유승민 의원은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과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찍어낼 수 있어 ‘펑펑’ 쓸 수 있다고까지 강변한다. 한국에 비해 미국의 재정적자 활용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 의회 심의 절차를 거친 재난수당에 ‘펑펑’이라 수식어를 갖다 붙일 수 있는 오만과 독선은 어디서 나온 건지.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사실상 합의한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유 의원의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유승민 의원은 재정건전성과 국가채무비율도 우려한다. 하지만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으로 재정건전성 또한 양호한 편이다. 비상시국에는 관성과 타성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대책만이 의도한대로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점진적, 단계적 등의 수식어와 전제조건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실효성만 반감시킬 뿐이다.

기우여야겠지만, 유승민 의원이 황교안 대표에게 건 딴지에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경계한다. 4·15 총선 결과에 따라 ‘포스트 황’의 지위를 선점하려는 명분쌓기라는 분석이 있어서다. 개인이 정치적 야욕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건 도박, 금도를 넘어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과 함께하는 정치인이라면, 때론 자신의 주장과 고집도 내려놓을 수 있어야한다. 전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이 속도를 낼 수 있게 유승민 의원에게 당부한다. 주장에 대한 철회까지는 아니어도, 미래통합당 당론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주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