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기업 ‘아트콜라보’로 협력 가능성 모색

프린트

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韓中기업 ‘아트콜라보’로 협력 가능성 모색 ‘Made In China’ 인식과 달리 中미술 4인방 세계 관심높아

기사입력2014-05-31 00:00

(주)예술만세 기자 (artmanse2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위에민준, 얼굴, 50 x 40cm, 캔버스 위에 유채, 2003년

문제가 있는 물건들을 보면 자연스레 중국산이 아닌지 확인하게 되는 것처럼 ‘Made In China’ 제품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은 좋지 않다. 미 플로리다주의 팜베이시는 ‘차이나프리’ 도시를 선언하고 중국 제품 소비를 금지하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산을 혐오하는 아주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넓은 대륙과 엄청난 인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중국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딘지 모르게 조악해 보이는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미술 4인방 세계인들의 관심 이끌어

하지만 미술 분야에서는 그 인식이 완전히 뒤바뀐다. 소위 말해 잘나가는 중국작가의 경우에는 아무 것도 그리지 않은 빈 캔버스조차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중국미술의 거래규모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하나는 이런 흐름이 85운동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85운동이란 문화대혁명 이후 시각예술계의 활동에 대한 자성으로 일어난 아방가르드 운동이다. 사람들은 그 시대를 이끌어 온 작가들을 중국미술의 4인방(장샤오강, 위에민준, 팡리쥔, 정판츠)으로 부른다. 중국미술에 대한 세계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바로 이 4인방이 이뤄낸 성과라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중국의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많은 인구로 인해 중국사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발생한 문화의 거품 현상일뿐, 중국이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안착하면 미술에 대한 현재의 열렬한 관심도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팡리쥔, Series1 No. 4, 100 x 100cm, 1990~1991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미술시장은 다른 루트를 찾기 시작하면서 그 대안으로 아시아의 미술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미술의 성장은 많은 인구와 지리적 유리함을 강점으로 내세워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구미를 당기면서 시작된 결과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특정 견해만으로 중국미술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미술은 진한시대를 거쳐 명·청·근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화론을 펼쳐왔고 고유의 전통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시대적 상황을 작품에 반영하는 과정을 밟으며 발전해 왔다. 여기서 비평가들의 활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이 50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속에서 쌓아온 문화적 토양은 굳건하며 역량과 가능성이 실로 대단하다.

브랜드 이미지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아트콜라보레이션

세계 시장에서 중국 미술품과 공산품은 이렇게 확연히 다른 위치에 있고 이를 보는 시선 역시 그 격차가 크다. 중국은 이 점을 이용해서 공산품의 이미지 상승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을 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이질적인 분야의 전략적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아트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이미지 상승효과를 보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루이비통과 무라카미 타카시, 야요이 쿠사마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할머니 세대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라는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던 루이비통이 무라카미 타카시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를 통해 20대를 사로잡았다. 야요이 쿠사마와의 협업은 밝고 세련된 이미지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밖에도 앱솔루트 보드카의 ‘Absolute blank’ 프로젝트는 마셔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달콤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었으며, BMW는 ‘아트카 프로젝트’를 통해 로히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과 협업을 하며 차가운 자동차의 이미지에 따뜻함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모레퍼시픽, LG전자 등이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LG는 얼마 전 갤러리 OLED TV를 출시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허물었다. 아티스트는 이런 협업을 통해 본인들의 작품이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되는 가능성을 보고 홍보의 기회를 가지며, 본인 작품의 소장가치를 높일 수 있다.

LG 울트라HD TV 갤러리 존(팝아티스트 로메로 브리또 Romero Britto의 팝 아트를 결합한 콜라보레이션 작품)

콜라보를 통해 중국과 협력 가능성 모색해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성장이 아닌 양쪽 모두가 진화한다는 점에서 아트콜라보레이션은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 흐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의 아트콜라보레이션은 각기 다른 예술의 장르끼리의 융합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의 기업보다 훨씬 더 큰 이미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아트콜라보레이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업과 기획자들도 중국의 아트콜라보레이션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그동안 쌓아왔던 아트콜라보레이션 히스토리를 통해 중국 기업과 협력을 제안해 볼 수 있으며, 기획자들은 역시 획기적인 콘텐츠와 기획력으로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국은 아트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세계인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의 경제발전 또한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나지혜 독립큐레이터, aimer12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