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법 개정, 경제력집중 해소 위한 빅픽처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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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공정법 개정, 경제력집중 해소 위한 빅픽처 無 개정안, 일부 긍정적이나 보완 필요…경제민주화기본법 제정해야

기사입력2020-07-08 10:11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남주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에 대해 방향성과 목표설정 등 “빅픽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경제력 집중을 어느 수준으로 낮출 것인가라는 ‘빅픽처’가 있고, 빅픽처를 위한 수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나와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과 ‘새로운 사회의원경제연구모임’이 7일 공동으로 주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어떻게 바꿔야 하나?’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남주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해 “한조항 한조항 보면 종전 규정보다 진전되긴 했다”면서도,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각론에 대한 설명에 앞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의 방향성과 목표설정 등 큰 그림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정위는 지난 6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0대국회에 제출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먼저 김남주 변호사는 “경제력집중을 방어하기 위해 어느 수준으로 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계속 늘어나는데, “계열사 숫자를 어디까지 내리겠다, 아니면 OECD 평균수준으로 가겠다”와 같은 목표를 공정위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 중견·중소기업이 3분의 1만 가져간다. 그런데 중견·중소기업 근로자수는 상당히 많고, 거기서 나눠 갖는 몫이 적어, 소속 노동자들은 대기업대비 53%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며, 경제력집중으로 발생한 이런 문제점을 어느 수준까지 되돌릴지 등의 목표가 나올 때, 공정거래법 개정의 방향성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에 관한 기본법이나 이런 것이 아직 없다”며 “경제민주화를 위해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국토계획법을 보면 국토기본계획을 수립하고, 5년마다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담당부처를 정해 실행에 옮기는 등의 내용을 정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목표 설정 및 예측·하위 행정행위·행정계획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국가 전담조직이 없고, 법률체계도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그 같은 내용을 공정거래법에 담기는 어려우니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어떻게 나갈지 방향을 설계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 기존 지주사에도 적용해야=공정위의 전면개정안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기존과 비교해 진전된 부분이 있지만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봤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보유율을 상장회사는 현행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이상에서 50%이상으로 강화한 내용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존 지주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기존 지주회사에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지분율을 상장과 비상장 모두 20% 이상으로 일원화하고, 간접보유한 자회사도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한 개정안 역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감몰아주기 대상회사를 국내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해외계열사도 포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도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적용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폈다.

공익법인의 보유지분 의결권을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한도를 제한하고, 단계적으로 한도를 축소하는 내용도 진일보했다고 평했지만, “일부라도 허용할 합리적 필요성이 없으므로 전면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보험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전면 제한해야=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위해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선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개선특위는 2018년 7월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다양한 공정거래법 개편안을 제안했는데, 그 중 하나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제한 강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선특위는 이 한도를 5%까지 낮추자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규제효과도 크지 않고, 적대적 M&A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남주 변호사는 공정위가 적대적 M&A에 얼마나 취약해지는지 등의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의결권 전면제한을 주장했다. 편법적 지배수단이고 금산분리 원칙에 예외를 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요건을 완화해 재벌이 벤처캐피탈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안에 대해서도, 재벌의 경제력집중 우려를 이유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