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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자의적 잣대로 일감몰아주기 막을 수 있나?
공정위, ‘부당성’ 비중 낮추라는 시민사회 의견 귀기울여야
- 기사입력2014-05-30 11:24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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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마련하는 등 과징금 관련 고시를 개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로운 기준 역시 자의적 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가 발표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는 거래단계의 중간에서 실질적인 역할 없이 수수료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관행’에 대한 규제 근거가 신설됐다. 통행세란 협력업체에서 납품을 받을 때 직접 계약하지 않고 중간에 계열사를 끼운 다음, 계열사에게 중간마진을 챙겨주는 관행이다. 중간 계열사가 거래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문제가 돼 왔다. 공정위는 이처럼 총수 일가 지배 계열사가 통행세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경우를 수 차례 적발해낸 바 있다.
과징금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 위반액의 80%를 부과하도록 정했다. 중대한 행위는 50%,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위반액의 20%를 부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분화했다.
새로운 기준은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세분화했다. 위반행위의 내용이 50%, 위반액이 30%, 특수관계인의 지분보유 비율이 20%로 책정됐다.
특수관계인의 지분보유 비율은 50% 미만인 경우와 50% 이상 80% 미만인 경우, 80% 이상인 경우를 상중하로 나눠 차등을 뒀다. 위반액 역시 50억원 미만인 경우와 5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인 경우, 200억원 이상인 경우를 상중하로 나눴다.
이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29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위반 금액이 200억원 이상 및 지분율 80% 이상에 해당돼 부과기준율 80%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불과 9개뿐”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확정된 일감몰아주기 규제 관련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른 규제대상은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과 총수일가의 지분율 30%(비상장회사는 20%)인 회사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이 기준의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가 120개 미만이다.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금액의 10%를 위반금액으로 가정해 부과기준율 80%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살펴봤더니 불과 9개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가 부당성이 크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이들 회사의 거래가 일감몰아주기라 하더라도 위반액의 50%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50%의 비중에 해당하는 부당성 판단 여부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 보인다. 공정위는 “행위의 의도·목적, 당해행위에 이른 경위, 관련업계의 거래관행 등을 고려할 때” 부당성의 정도가 큰 경우와 보통인 경우, 작은 경우에 대해 상중하로 나눠 배점기준을 마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같은 기준이 “객관적인 요소가 아닌 공정위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요소”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결정하는 셈”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기준이 자의적인 경우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공정위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총수일가의 부당이득 챙기기를 규제하는데 효과적이다. 공정위는 개정 고시의 자의적인 부분을 최대한 객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시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경제민주화의 추진을 위해서도,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공정위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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