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重 불법 확인에 3년, 배상받으려면 또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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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現重 불법 확인에 3년, 배상받으려면 또 몇 년?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배제 등 대기업 갑질 예방책 시급하다

기사입력2020-07-28 10:3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뺏고 거래를 끊은 현대중공업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 제재를 받았다. <사진=현대중공업/뉴시스>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뺏고 거래마저 끊어버린 현대중공업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란 논란과 함께 기술탈취 등 대기업 갑질로부터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중,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탈취, 단가인하 후 거래관계 단절”

공정위는 지난 26일 “20여년간 핵심부품 국산화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글로벌 강소 하도급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취득한 후, 자사 비용절감을 위해 해당 기술자료를 타업체에 제공함으로써 피스톤 생산을 이원화하고 단가를 인하한 후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을 제재했다.

공정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에 부과된 과징금 9억7000만원은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그동안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액수”라고 강조했다. 2018년 공정위가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기준금액을 상향함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

공정위는 또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기술자료 유용행위 근절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10억원도 안되는 과징금으로 현대중공업이 얼마나 큰 경각심을 갖게 될 지는 의문이다. 지난 5월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산총액 62조9000억원, 전체 대기업집단 중 9위다. 계열사 분할 이후 연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5조4566억원에 달했다.

“이익은 막대한 반면 과징금 수억원, 구속력이 약하다”

26일 공정위의 현대중공업 제재처분에 대해 27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을 통해 “현재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탈취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한 반면, 공정위 조사를 통해 내려지는 과징금은 수억원 수준이므로 구속력이 약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년동안 대기업의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액이 5400억원을 넘는다”고 밝힌 사실을 들며 “전속거래구조 하에서 다수의 하도급기업들이 신고는커녕 각종 실태조사에 응답도 하지 못한 업체가 많아, 그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공정위 조사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 점도 문제다. 현대중공업이 피해 하도급업체(A사)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해, 받은 자료를 다른 하도급업체에 제공한 뒤, A사와 거래를 끊은 것은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의 일이다. A사는 2017년 7월 경찰과 공정위에 각각 수사·조사를 요청하면서 피해구조를 호소했다.

손해배상 아닌 現重 불법을 확인하기 위해 3년 기다려

그런데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의 기술탈취 행위에 제재처분을 내린 시점은 올 7월, A사가 수사기관 등에 피해사실을 신고한 이후 꼬박 3년을 넘겼다. A사 입장에선 기술탈취와 거래관계 단절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를 공정위로부터 확인받기 위해 3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그렇다고 A사가 빠른 시간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1심 결과에 만족하지 않으면, 99% 현대중공업은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다. 앞으로 수년이상 예상되는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승소하더라도, A사가 받은 손해 모두를 원상회복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전속고발권 폐지해 신속한 수사·기소, 재판, 손해배상으로 이어져야

하도급거래관계에서 원사업자의 이같은 불공정행위에 따른 하도급업체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이 나온지 이미 오래다. 하도급법·공정거래법·대리점법에 따라 원사업자(대리점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이른바 ‘전속고발권’이라는 제도다.

A사가 피해구제 신청을 한 이후 3년을 넘겨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또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이유도 전속고발권제와 무관하지 않다. 만약 전속고발권제 없었다면, A사는 피해사실을 신고한 시점인 2017년 7월 이후 경찰·검찰 수사가 속도를 냈을 터이고, 보다 빨리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기술탈취 범죄의 사실 여부를 밝히는데, 3년이상의 시간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또 3년이 돼서 사실여부가 밝혀졌다면, 손해배상 절차가 이어져야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게 현실이다. 전속고발권제를 페지해, 신속한 수사·기소 이후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 절차가 진행돼야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손해액의 수십배이상 배상의무 부담시킨다면, 현대중공업은?

원사업자의 갑질에 따른 하도급업체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속고발제 폐지 이외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주장도 나온다. A사가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승소해 실손해액의 수십배 이상을 배상받을 수 있다면, 현대중공업이 기술탈취와 거래관계 단절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참여연대 금융센터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상생협력법 등을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와 함께 “▲손해배상청구소송시 증거개시제도 도입 ▲불공정행위 관련 정당성 입증책임을 공정위에서 원사업자로 전환 ▲대·중소기업간 비밀유지 협약 체결 의무화 등 제도적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전면 폐지가 아니라 가격담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담합 등 일부에 국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고소 남발 우려 등을 이유로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의견을 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