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온 로봇…인간의 적인가 동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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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일상으로 온 로봇…인간의 적인가 동반자인가 노동시장 판도 바꾸는 지능형 로봇과 노동자 공존을 하려면

기사입력2022-08-26 00:00

거대한 로봇 팔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방금 로스팅한 커피 가루를 탬핑한 뒤 에스프레소 머신에 능숙하게 꽂는다. 이후 얼음 컵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후, 키오스크로 미리 지정한 테이블로 미끄러지듯 이동해 배달을 완료한다.

언젠가부터 이처럼 ‘로봇’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됐다. 심지어 공항, 호텔, 레스토랑 등 섬세한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서도 로봇이 고객 응대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정 산업현장에서 주로 로봇을 활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로봇 관련 기술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를 두고 눈에 띄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찬사와 환호를 보내면서도, 일각에서는 모든 노동력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세월 따라 변하는 로봇의 위상=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초고속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주로 대형공장이나 물류업계에서 쓰였던 로봇이 우리 삶과 깊숙한 서비스 업종에도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 산업화 시대 로봇은 단순노동이나 수공업 등의 작업을 도와주는 존재로서의 가치가 컸다. 일례로 자동차 부품을 이동시키거나 용접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출현하며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로봇이 등장했는데, 1999년 소니가 출시한 애완용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 2000년 혼다가 개발한 두 다리로 걷는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가 대표적이다.

언젠가부터 ‘로봇’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됐다. 특정 산업현장에서 주로 로봇을 활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로봇 관련 기술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 시기에는 가정에도 로봇이 처음 등장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도 한참 전인 2001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사가 내놓은 로봇 청소기는 당시만 하더라도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값비싼 가격과 한정된 성능 때문에 즉각적인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10여 년이 흐른 후부터 다른 브랜드에서 발전된 형태와 저렴한 가격대의 로봇 청소기가 대거 출시됐고, 주부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에 ‘고마운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작년 로봇 청소기 시장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올해에는 더 성장해 3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AI(인공지능)·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식품 제조부터 배달과 같은 고도의 섬세한 능력이 탑재된 로봇이 출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빙을 하거나 물건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이 그것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달 18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실내 로봇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각 게이트 앞 좌석마다 비치된 QR코드로 결제하면, 로봇이 완료된 음식을 싣고 고객에게 도착하는 형태다.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6분이다. 이 로봇은 LG전자가 개발한 것으로 두 곳의 서랍형 적재공간을 갖췄고, 최대 17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운행 중인 로봇은 6대며 입점가게는 배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등 간편식 위주로 돼 있지만 배민은 점차 입점가게와 로봇을 늘려갈 계획이다.

배민은 이전부터 로봇 배달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이며 발전 모델을 내놨다. 2019년 11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형 서빙 로봇 렌탈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2020년 8월에는 수원 광교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실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통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이 로봇은 단지 내 마련된 스테이션에 있다가 주민이 주문하면 스스로 식당으로 이동하고, 배달 목적지인 각 동의 1층이나 광장 내 야외 테이블에 도착하기 100m 전과 도착 후 주문자에게 알림톡을 준다.

편의점에서도 로봇 배달은 미래 큰 먹거리 시장이다. 작년 8월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뉴빌리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세븐일레븐은 11월부터 자율주행 로봇인 ‘뉴비’를 도입해 시범운영 중이다. 이 로봇은 2020년 11월 업계 최초로 GS25가 내놓은 배달 로봇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뉴비의 경우에는 특정 실내 구간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야외형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주문 시간은 100m 기준으로 2~3분 정도다.

이처럼 기업들이 배달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을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대 10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로봇의 경우에는 6~7분 정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라이더가 마진을 이유로 근거리 배달을 기피하는 현상을 로봇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사람이 없이 혼자 커피를 만들고,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로봇 카페부터 AI 호텔 로봇, AI 케어 로봇을 만나는 것은 이제 흔한 광경이 됐다. 피자를 굽는 로봇도 있다. 이 로봇 덕분에 그동안 피자를 구워 상자에 담기까지 해야 했던 가게 알바생은 다 만들어진 피자를 담기만 하면 된다.

특정 장소로 가서 충전해야만 했던 전기자동차의 한계를 극복한 로봇도 있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인 씨랩(C-Lab)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에바(EVAR)가 2018년 내놓은 충전 로봇은, 운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로봇을 호출하면 로봇은 자동차 번호판이나 QR코드를 보고 충전할 차량을 스스로 찾아온다. 에바는 최근 캐나다의 이브이커넥트솔루션즈와 25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고, 2023년까지 이동식 충전 시스템과 고정식 충전 인프라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LA에 위치한 전기자동차(EV) 충전 기술 전문기업 EV세이프차지(Safe Charge)도 전기차 충전 모바일 로봇 ‘지기(ZiGGY)’를 선보였다. 이 로봇 역시 모바일 앱이나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로봇을 호출할 수 있다. 이외에도 포드, 테슬라 등 다양한 기업에서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전기차 충전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전기인프라 없이 아파트나 호텔, 쇼핑센터 등 다양한 주차시설에 EV 충전을 제공해 전기차 소유주들의 니즈를 좀 더 쉽게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시장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의 로봇 의존도가 올라갈수록 일자리의 파괴가 빨라질까 경계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로봇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로봇은 노동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꿔놨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지금,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고용주들이 사람 대신 AI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도 로봇 시장의 변화를 가속한 원인 중 하나다. 그동안 비용 문제로 로봇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미국 첨단자동화협회가 발표한 올 1분기 미국 제조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주문 총액을 보면 16억달러(약 2조원)로, 작년 동기대비 40%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로봇 시장은 2020년 250억 달러(약 32조7750억원)에서 2023년 400억 달러(약 52조4400억원), 2030년에는 1600억 달러(약 209조76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역시 2023년까지 글로벌 4대 로봇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년도 인공지능·로봇 예산을 전년대비 11.7% 오른 758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인구 1만명당 로봇 활용도가 932대로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지만, 로봇 기술력과 점유율을 더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로봇 기술이 발달할수록 따라오는 것은 ‘노동력 축소’에 따른 문제다. 미국 경영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까지 로봇 도입에 따른 국가별 인건비 감소율을 추산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33%로 예상했다. 즉, 국내 노동수익의 총합이 2015년 대비 2/3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동 시장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의 로봇 의존도가 올라갈수록 일자리의 파괴가 빨라질까 경계하는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까지 일자리 7500만개가 로봇으로 대체되리라 예측했는데, 위험성이 가장 큰 직업군으로 ▲회계·데이터 입력 등을 하는 사무 직종 ▲정육업 ▲서빙 및 주방 보조 등을 꼽았다.

일례로 일본의 ‘편의점 로봇’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냉장고 선반에 음료가 비면 채워 넣고, AI 시스템을 통해 상품을 감지하고 식별해 부족한 상품을 다시 채우는 이 로봇은 올 8월 기준, 일본의 훼미리마트 300개 점포에서 일하고 있다. 이 로봇의 등장이 의미하는 것은 지금은 물건을 채워 넣는 단순 작업자에 불과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편의점 알바생이 하던 일을 완벽히 대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이 인간이 하던 서비스를 대체하게 되면, 노동자는 어디로 가야 할까.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로봇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로봇은 그 특성상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욱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피곤함을 느끼는 인간과 근본적으로 시스템이 다른 존재다.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로봇은 데이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뜻이 된다.

음식점을 예로 든다면, 미래에는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점포와 사람이 운영하는 형태로 나뉘게 되는데, 무인점포를 가는 소비자의 경우 기본적인 서비스와 맛만 제공받으면 나머지 서비스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심리적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간혹 사람들은 매뉴얼 이상의 극강의 맛과 고급스런 서비스를 원하기도 한다. 이때 소비자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 운영하는 점포가 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노동자와 로봇의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 만약, 로봇과 인간의 노동 역할이 겹친다면, 로봇은 인간이 하기에 위험하거나 물리적으로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업무로 제한해야 한다.

더불어 노동자가 자신이 가진 기술을 다른 업종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서빙 노동자의 경우라면, 로봇 서버를 관리하고 매장의 재고와 품질을 관리하는 일로 업무를 확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자 직업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등 노동 재교육의 확장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