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협약 위반한 정리해고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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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고용안정협약 위반한 정리해고는 부당 협약이행에 따른 객관·명백·부당 결과 입증하면 정당한 해고

기사입력2014-07-10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단체협약을 위반한 정리해고는 무효다’ 대법원(대법원 2014.3.27. 선고 2011두20406 판결)은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 해고자 19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과 관련한 상고심에서 근로자 승소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내용과 전개과정은 이렇다. A사는 2008년 공장을 시화에서 화성으로 이전하면서 노조와의 특별교섭을 통해 ‘현 시화공장 재직인원(2008년 7월말 현재)에 대해 고용보장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2008년말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자동차산업의 경기침체로 2009년초 생산물량이 급감했고, A사는 정리해고 계획을 노조에 통보했으며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에 해고자 19명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서울행정법원 역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법 판결에 불복한 이들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2011년 7월 원심판결을 깨고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서울고법(2011.7.21. 선고 2010누19647)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이다.

4년10개월에 걸친 쟁송과정 중에 지노위와 중노위 그리고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사용자가 웃었지만, 이어진 서울고법과 대법판결로 최종적인 승자는 근로자다. 사용자 및 근로자의 주관적인 입장(희망)과는 별개로 법률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법원의 주류적인 입장을 재천명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정리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근로자도 고통을 받았고, 사용자 역시 원치 않았던 치명상을 입었다는 점에 아쉽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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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법원의 주류적인 입장을 재천명한 것에 불과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명시된 정리해고 요건 전반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재판의 쟁점이었던 고용안정협약의 법적성격 및 효력에 국한해 논의한다.

고용안정협약의 법적성격에 대해 대법원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고용안정협약,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 인정

고용안정협약의 효력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따라 정리해고를 제한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는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에 대한 대우에 관하여 정한 것으로서 그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정리해고는 원칙적으로 정당한 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약하자면 A사 노사가 체결한 고용안정협약은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을 가진다는 것과 고용안정협약을 통해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면, 고용안정협약에 위반한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의 내용 중 ‘해고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체협약을 위반한 정리해고는 무효

고용안정협약 당사자 일방에게 협약을 이행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정이 발생했음에도 무조건적으로 효력을 부여한다면 일방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가?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재판과정에서 사용자는 ‘생산물량의 급감이라는 경영사정의 변경에 따라 고용보장 확약의 합의는 더 이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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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반론에 대해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실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을 두고 있더라도, 그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되어 사용자에게 그와 같은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한 제한에서 벗어나 정리해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회사가 이 사건 특별교섭 합의서 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하였던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하여 고용보장에 관한 확약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부당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고용보장에 관한 확약에 반하여 단행된 이 사건 정리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객관·명백·부당한 결과 입증하면 협약 위반 정리해고는 정당

대법원이 사정변경의 법리를 수용하지 않은 배경에는 판결문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번 판결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확인되었던 사실관계가 사용자에게 불리한 증거로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판결문에 따르면 A회사는 정리해고를 한 뒤 생산물량이 늘어나자 임시직까지 채용해 잔업과 특근을 했던 사실(매일노동뉴스, 2014.03.28) 등 근기법 제24조에 명시된 정리해고의 전제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근기법 제24조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이란 이름하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 설정’ ‘근로자대표에게 50일전 사전통보와 성실한 협의’ 등 정리해고 4가지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