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근로시간 산정어려운 경우’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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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포괄임금제 ‘근로시간 산정어려운 경우’ 제한 약정된 시간 초과한 경우 사용자에게 차액지급 의무 발생

기사입력2014-08-01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갑은 2006년 6월30일 A전자회사에 입사해 제품 조립·포장 및 배달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2011년 6월15일 퇴사했다. 퇴사 당시 갑의 연봉은 주휴수당, 연·월차수당 및 직책수당을 포함해 1900만원이었다. 갑은 입사 이후 퇴사할 때까지 A사 취업규칙에 따른 소정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 상시적으로 연장근로를 수행했으나, 연장근로에 따른 별도의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갑은 퇴사 이후 A사를 상대로 1300만원 상당의 연장근로수당(2009년 1월1일~2011년 5월31일)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연장근로수당을 포함, 미지급된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 이 사건의 경우에는 29개월분에 대해서만 청구)

갑의 청구에 대해 A사는 갑에 대한 임금계약은 포괄임금제로서 갑에게 이미 지급한 임금에는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돼 있으므로 추가로 지급할 연장근로수당은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①연봉계약서의 급여내역에 주휴수당과 연월차수당은 기재되어 있으나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에 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②원고의 업무는 조립·포장 및 배달업무로 포괄임금제에 적합한 ‘감시·단속적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피고의 취업규칙에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특정되어 있는 점 ④피고가 출·퇴근카드에 출근 및 퇴근시각을 기재하도록 하여 원고의 근로시간을 관리하여 온 점” 등을 이유로 갑에 대한 임금계약은 포괄임금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사진)의 최근 입장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비원·물품 감시원 등 감시업무와 보일러기사·아파트 전기기사 등 간헐·단속적업무 등과 달리,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직무·직종의 경우에는 포괄임금제 임금계약 효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나아가 법원은 갑에 대한 임금계약이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계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갑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별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음에도 연장근로 여부 및 그 시간수와 상관없이 항상 동일한 급여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연장근로시간에 따라 일정한 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의 규제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부분은 무효”라며, A사는 갑에게 미지급된 1300만원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2014.06.12 선고, 대구지법2013나7439)

대구지법의 이같은 판단은 포괄임금제의 효력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자 하는 최근 법원의 경향성을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종전 판례, 비교적 폭넓게 포괄임금제 효력요건을 인정

종래 대법원은 ①근로시간·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해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고자 하는 목적 하에서 근로자와의 합의가 존재하고 ②포괄임금제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비교적 폭넓게 포괄임금제의 효력요건을 인정했다.(대법원 1997.4.25. 선고, 95다4056 판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가 사용자가 제시하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사정과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온전하게 보상하지 않음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사용자의 의도가 결합해 만들어진 왜곡된 임금지급 관행이다.

포괄임금제 효력요건으로 대법원이 ‘근로시간·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 고취’ 등 모호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용자 편익에 치우친 포괄임금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남용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포괄임금제 남용 조장 비판…최근 판례, 남용 관행에 제동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판결)”이라고 판단함으로써 포괄임금제 남용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의 최근 입장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비원·물품 감시원 등 감시업무와 보일러기사·아파트 전기기사 등 간헐·단속적업무 등과 달리,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직무·직종의 경우에는 포괄임금제 임금계약 효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

그리고 포괄임금제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예컨대 1개월에 30시간 연장근로와 8시간의 야간근로 수행을 전제로 연장·야간근로수당을 포함해 월정액을 약정했다면 근로자의 실제 연장 및 야간근로는 약정된 시간 내에서만 수행돼야 한다. 또한 근로자가 약정된 연장 및 야간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한 경우 사용자에게는 초과한 시간만큼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포괄임금제에 대해 대법원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자의 통상시급을 먼저 정하고, 정해진 통상시급을 기준으로 실 근로시간에 대해 법정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