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전 통보·사전협의절차 안 지켜도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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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50일전 통보·사전협의절차 안 지켜도 유효” 대법, 정리해고가 적법성을 갖기 위한 4가지 요건

기사입력2014-08-11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를 소개한 바 있다.(중기이코노미 2014년 7월10일) 이번에는 정리해고가 적법하기 위한 실질적 요건 4가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해고회피방법과 해고기준 등에 대해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 등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정리해고가 필요한 이유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은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적어도 기업재정상 심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제한하는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정도를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했다.(대법1990.1.12. 선고 1988다카34094 판결/도산 회피설)

그런데 1990년대 초부터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요건에 대한 엄격성을 점차적으로 완화하는 판례를 내놓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영업악화 등의 경제적 이유, 신기술 도입 등의 기술적·산업구조적 이유 등으로 인원삭감의 객관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판단했다.(대법 1991.12.10. 선고 1991다8647 판결/합리성 필요설)

정리해고가 적법성을 갖기 위한 4가지 요건 ©비자트

나아가 대법원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삭감의 객관적 합리성이 있는 경우’까지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확대했다.(대법 2002.7.9. 선고 2000두9373 판결/감량경영설 또는 장래대비설)

대법원 판결의 주류적 입장이 감량경영설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재판정에서 사용자가 기업의 장래 위기를 설득력 있게 항변할 수만 있다면 당장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정리해고가 가능하게 됐다.

사용자의 해고회피노력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갖기 위한 두 번째 요건은 정리해고에 앞서 사용자는 해고회피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고회피노력의 일반적인 형태는 일시휴직, 희망퇴직 실시, 전보 및 전직 등의 기업 내외 배치전환 그리고 작업방식의 변경, 외주·도급해약, 조업시간 단축, 신규채용 중단 등의 경영합리화 조치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자산매각, 경비절감, 임원임금의 삭감 등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모든 조치 역시 해고회피노력의 흔적이 될 수 있다.

사용자의 해고회피노력 이행 여부는 기업특성과 해고사유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해고회피방법에 대해 근로자대표와 합의해 시행했다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데 유리한 징표가 될 수 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세 번째 요건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일반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은 채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구체적·종합적인 방법으로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실시해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대법 2002.7.8. 선고 2001다29452 판결)

정리해고 50일 이전 근로자대표에 대한 통보 및 사전협의 요건은 정리해고의 유무효를 결정하는 효력요건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사진)의 입장이다. ©중기이코노미

반면 하급심 판례 중에는 근로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용자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해고기준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근로자와 사용자간 이익의 균형과 조화’라는 나름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사례가 있다.

“해고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연령, 근속기간, 부양의무의 유무, 재산, 건강상태 등 개별 근로자의 주관적 사정을 기초로 판단해야 하고, 근무성적, 업무능력 등 사용자측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정들은 부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임에도, 회사측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사항들만 반영하였을 뿐 근로자 각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였다면 정당한 해고로 볼 수 없다”(서울지방법원 95.12.5. 선고 1994가합106585 판결)

정리해고를 통해 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기업회생 및 존속이라는 측면에서 사용자의 이해관계(근무성적, 근로능력, 경험, 숙련도, 상벌 등)가 충분하게 고려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정리해고란 본래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사용자의 지배영역인 경영상 이유로 초래되었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이해관계(근로자의 연령. 근속기간, 부양가족 수, 배우자의 소득, 재산정도) 역시 적정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해고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면 설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과 해고회피노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정리해고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근로자대표에게 정리해고 50일 전 통보 및 성실한 협의

마지막 네 번째 요건으로 해고회피방법과 해고기준 등에 대해 근로자대표에게 정리해고 50일 전에 통보하고, 성실한 협의를 해야 한다.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그 노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대법원은 “근로자측과 사전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해고를 무효로 볼 수 없으며,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러 사정 및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으며(대법1992.8.14. 선고 1992다16973 판결) “정리해고의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춘 이상 그 통보시기가 해고 실시 50일 이전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리해고가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2003.11.3. 선고 2003두4119 판결)

“50일 전 통보 및 사전협의 요건은 유무효를 결정하는 효력요건이 아니다”

정리해고 50일 이전 근로자대표에 대한 통보 및 사전협의 요건은 정리해고의 유무효를 결정하는 효력요건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정리해고가 적법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근기법에 명시된 4가지 요건이 아니라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등 3가지라는 말이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