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중 10개월’ 근로계약 반복체결 “퇴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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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1년중 10개월’ 근로계약 반복체결 “퇴직금” 법원, 퇴사 후 공개채용절차를 거친 경우에도 계속근로 인정

기사입력2014-08-30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1년 중 10개월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동일한 근로계약을 반복해 체결했다면 최초 근로계약 체결 이후 계속근로 한 모든 기간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7.9. 선고 2013가단5079392)

오모씨 등 14명의 기간제 근로자는 2013년 6월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9076만원 상당의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오모씨 등은 2009년 3월 서울시와 10개월을 기간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2013년 3월 퇴직할 때까지 이들은 매년 동일한 내용의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하면서 서울대공원 녹지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해 왔다.(편의상 입퇴사 일자는 실제 사건과 달리 했음) 근로계약 기간이 10개월로 한정된 이유는 동절기인 12월 하순부터 다음해 2월 중순까지 녹지관리 업무가 필요 없다는 서울대공원 측의 사정에 따른 것이다.

오모씨 등은 퇴사하면서 최초 근로계약 시점인 2009년 3월부터 퇴사시점인 2013년 3월까지 계속근로기간 4년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지급을 서울시에 청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매년 채용공고를 통해 신규 근로자를 채용했으며, 신규 근로자인 오모씨 등의 계속근로기간은 최장 10개월에 불과해 퇴직금 지급 요건인 1년 이상 계속근로기간에 미달하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4년간 해당하는 퇴직금 지급 청구’ VS ‘퇴직금 지급 의무 없다’

이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의 전제인 ‘1년 이상 계속근로’에 대한 해석이다. 즉 반복·갱신한 근로계약 사이에 단절기간이 있는 경우 그 단절기간을 계속근로기간에 포함할 수 있는가 여부다. 구체적으론 오모씨 등의 계속근로기간이 기간제 근로계약에서 약정한 10개월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한 시점까지 소급되는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년 중 10개월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동일한 근로계약을 반복해 체결했다면 최초 근로계약 체결 이후 계속근로 한 모든 기간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비자트

서울중앙지법은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원고들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 ▲공백기간이 2개월 정도로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하여 길지 않은 점 ▲공개채용 심사시 조경장비 작동능력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되어 신규 지원자보다 기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므로 기존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게 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던 점 ▲실제 2011년, 2012년도에 기존 근로자 지원자 대부분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이들 기간제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였고, 기간제근로자들 중 정년에 달하지 않은 근로자들 모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점 등 이유로 들며, 서울시와 오모씨 등 14명의 근로자 사이에는 공백기간을 포함한 전체 근로기간에 걸쳐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유지되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공백기간 포함 전체 근로기간 근로관계 계속성 유지’

서울중앙지법의 이같은 법리는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 요건 중 하나인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반복한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2009다35040 판결)

또 공백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수급했던 사실은 오모씨 등이 근로관계 단절을 자인한 것이라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업급여 청구와 퇴직금 청구는 양자의 법적인 성질과 지급의무의 주체가 다르므로, 이를 이유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앞에 언급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 오모씨 등의 손을 들어 줬다.

서울중앙지법 ‘실업급여 수령한 경우에도 근로관계 계속성 인정’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근로관계의 계속성 여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기간제라는 형식 보다는 근로관계의 실질을 심리하고 판단했다. 외관이나 형식보다 실질을 우선시하는 대법원의 실질판단의 원칙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판결 내용 그 자체는 법리적으로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퇴직금 지급 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규직 전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1년 미만의 근로계약을 남용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고용관행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