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비틀어놓고 中企와 ‘경쟁’한 KT·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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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손목 비틀어놓고 中企와 ‘경쟁’한 KT·LGU+ 기업메시징 ‘도매가’보다 ‘소매가’ 낮거나 비슷하게

기사입력2014-09-12 00:0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Web 발신] △△카드 승인, 아무개님. 09/06 08:00 일시불 100,000원. 사용처 ○○○. 누적 405,150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고객의 휴대전화로 이런 알림문자를 보내주는 카드사가 많다. 은행·카드·증권·보험을 비롯한 금융사, 백화점·할인점을 비롯한 유통사, 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관공서 등에서 거래내역·조치내용·향후일정·홍보사항 등을 이런 휴대전화 문자로 통보해 주는 것을 ‘기업메시징 서비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일구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5000억원 이상으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정작 판을 만들고 키워 온 중소 메시징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라며 아우성이다. 통신대기업 KT와 LG유플러스의 불공정행위로 생존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이하 메시징협회, 회장 장준호)라는 단체를 만들어 공동대책을 꾸려오고 있다. 메시징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이 시장을 구축할 1998년 당시 시장규모는 100억원 미만이었다. 이후 시장이 커지면서 2002년 KT, 2005년 LG데이콤 등 유선기간통신사업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중소기업들과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메시징협회는 “2009년 KT, 2010년 LG유플러스 합병 이후에는 이들 유무선통합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상위시장인 이통시장과 그 하위시장 중 하나인 기업메시징시장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불공정행위를 해왔다”는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 메시징업체들에게는 ‘원료’와도 같은 SMS ‘공급가’를, 자신들이 기업고객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소매가’보다 높거나 거의 같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바람에 애초부터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이 메시징업체에 판매하는 SMS 단가는 9~10원 수준인데, 이 중 SK텔레콤을 제외한 KT와 LG유플러스는 자신의 ‘소매’ 고객(금융사 등 기업고객)에 8원대~10원대 초반에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 협회의 주장이다. 반면 메시징업체들은 9~10원에 SMS를 공급받아 20~30%를 더 붙여 판매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구조다. DB연동, 영업 및 마케팅비용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윤 압착’(margin squeeze) 과정을 통해 KT와 LG유플러스가 중소 메시징업체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메시징협회는 항변한다. 이 협회가 낸 자료에 의하면 2005년 이전 100%였던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66%, 2010년 31%로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16%로 쪼그라들었다. 반대로 2005년 3%였던 KT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2010년 31%, 지난해 72%까지 커졌다.

이에 따라 메시징협회는 지난해 8월13일 KT와 LG유플러스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되고, 기간통신사업자와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이 어려워 시장에서 철수하도록 조처를 내려달라는 것이다.

메시징협회는 특히 이들 대기업들의 사례를 “국가 인프라인 고속도로를 독점운영하는 회사가 운송시장이 커지자 이 사업에 후발로 진출해 경쟁운송사를 견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며 “그간 기업용 메시징 시장에서 KT, LG유플러스의 불공정 행위로 중소기업들이 입은 손실 매출 규모가 신고 당시까지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독일의 도이치텔레콤과 스웨덴의 TeliaSonera를 비교사례로 제시했다. 도이치텔레콤은 경쟁사업자에게 일반 가입자 소매요금보다 높은 접속료를 부과했다가 EU로부터 ‘이윤 압착’으로 126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TeliaSonera는 ADSL 회선을 제공하면서 소매가보다 도매가를 높이 매겼다가 EU최고법원으로부터 ‘유럽기능조약’ 위반 판결을 받았다.

공정위는 신고 1년여만인 지난 2일 전원회의를 열고 KT와 LG유플러스의 불공정행위 심의 결과 ‘재심사’ 명령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심사 명령은 법령해석 또는 적용의 착오가 있는 경우 등 다시 심사를 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보완작업 후 이른 시일 안에 안건을 재상정해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사업활동 방해 혐의는 벗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공정위 경쟁과 김정기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통화에서 “재심사 사유에 해당돼 재심사명령을 내린 것일 뿐 현 상태에서 아무 것도 정리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보완작업 등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안건을 재상정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계획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