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수기업’ 되면 가업상속공제 1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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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명문장수기업’ 되면 가업상속공제 1000억원 업력 30년이상…경제기여·지속가능·사회적 책임 고려 선정

기사입력2014-11-13 00:00

가업상속공제를 현행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그 대상이 되는 ‘명문장수기업’의 기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이 명문장수기업의 기준과 선정과정에 대해 공개하고, 하반기 중으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의 상속 시 가업상속 재산가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고 있다. 한도는 피상속인의 계속경영기간에 따라 다르다. 경영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에는 200억원이 한도이며, 15년 이상일 때는 300억원, 20년 이상일 때는 500억원을 공제한다.

©중기이코노미

여기에 정부가 지난 9월18일 세법개정안 정부안을 확정하면서 명문장수기업에 한해 한도를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세법개정안에서는 없었으나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명문장수기업에 대해 “30년이상 장기간 건실한 가업 운영으로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고, 세대를 이어 지속적인 존속 및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중기청장의 확인을 받은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30일 중기청은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도입’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의 선정기준을 공개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제외한 전체 중소·중견기업이 적용대상이다. ‘명문’에 경제적 기여, 지속 가능성, 사회적 책임의 기준을 설정하고, ‘장수기업’은 30년 이상의 기업으로 기준을 정했다.

업력을 30년으로 정한데 대해 중기청은 “외국의 경우 장수기업은 통상 100년 이상의 업력을 의미하나, 국내의 경우 짧은 산업화 역사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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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기여의 경우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책임으로 매출액, 고용 창출, 납세실적 등의 기준을 검토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 증가율이 최근 5년간 업종별 평균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은 가업승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의 혁신역량, 재무 건전성(부채비율) 등을 감안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최근 5년간 업종별 평균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표준인 ISO26000의 7대 항목에 대한 실천수준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형 CSR을 측정해 9등급 중 A(-)등급(85∼90점) 이상을 획득한 경우 명문장수기업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ISO26000의 7대 항목이란 지배구조, 환경, 인권, 노동, 사회공헌, 공정 운영, 소비자 권익을 의미한다.

중기청은 이같은 핵심 지표를 토대로, 하반기 중 전문가 포럼 및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세부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확인절차는 신청기업의 편의를 고려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견기업연합회 등에 접수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요건 확인 및 질적 검증을 통과한 기업에 대해 중기청 내 ‘(가칭) 명문 장수기업 선정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최종 확정하게 된다.

정부는 ‘존경받는 명문 장수기업 TOP 100’ 발굴과 함께 ‘명문 장수기업 센터’를 설치해 명문장수기업 지원정책을 실행할 예정이다. 또 ‘(가칭)한국장수기업협회’를 신규 설립하며 ‘명문 장수기업 정책포럼’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자체 주도의 지역별 가업승계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명문 장수기업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계속 커나갈 수 있도록 R&D·수출·인력·정책자금 등 지원사업 참여시 우대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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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핵심은 중소·중견기업 성장의 바람직한 롤 모델을 제시하는데 있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의 세제지원과 엄격한 사후관리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을 롤 모델 제시와 존경받는 기업문화 형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명문 장수기업으로서의 명예와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투자 및 사회적 기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청에 따르면 업력 30년 이상으로 명문 장수기업의 요건을 만족하는 영리법인은 1만여개 남짓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법인세를 납부한 전체 법인 중 학교와 의료법인을 제외한 영리법인은 총 48만개였는데, 이 중 업력 30년 이상이 2.1%였기 때문이다. 업력 10년 미만이 66.6%였고, 10∼19년은 26.5%, 20∼29년은 4.4%로 조사됐다. 그러나 업력 30년 이상 기업들은 전체 매출액의 38.7%, 자산의 49.2%, 자본의 45.4%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근대 기업의 역사가 짧아 100년 이상 기업은 두산과 동화약품 등 7개사에 불과하고, 60년 이상 법인기업도 184개사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100년이상 기업을 ‘시니세(老鋪)’라 하며 장수기업으로 보고 있다. ‘시니세(老鋪)’란 “前의 사람이 하고 있던 것을 동일하게 한다는 의미로 선조의 가업을 지속하는 것”이란 의미다. 외국에서는 200년 이상 존속한 기업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창업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총 57개국에 7212개사가 있으며, 일본이 전체의 4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독일(21.7%), 프랑스(4.6%) 순이었다.

정부는 장수기업 육성에 나서기 위해 사회적 공감과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점도 밝혔다.

외국 장수기업들은 높은 성과를 내는 ‘가족기업’이 많으며, 가족기업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기준에 따른 히든챔피언 기업, 즉 세계시장에서 1~3위 이내이거나 대륙단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40억달러 이하인 기업 2734개의 평균 업력은 66년이며, 100년 이상은 38%에 달한다. 전체의 2/3가 가족기업이기도 하다.

독일에서는 기업승계 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자녀가 상속하거나, 자녀 승계가 곤란한 경우 신탁재단 형태로 기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중기청은 그러나 가족기업은 관리, 기업문화, 장기적 안목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제한적 후계 경영자 Pool이나 기업사유화 등 단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족기업이 장수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은 ‘창업자의 후손배려 욕구’와 ‘기업의 지속발전 역량’과의 조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가업승계를 장수기업 육성수단으로 활용하려면 존경받는 기업문화, 폭넓은 조세 형평성 확보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