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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물건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꿈을 팝니다”
취약계층 아동 지원 예비사회적기업 ‘꿈담’ 윤승현 대표
- 기사입력2014-12-20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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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담 윤승현 대표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아이들에게 ‘꿈’을 그려보라고 했어요. 남자아이가 발레하는 여자 모습을 그렸기에 ‘발레를 하고 싶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엄마의 못다 이룬 꿈이 발레리나라고 답하더군요. 또 다른 아이는 케이크를 그렸어요. 생일 때 케이크를 받는 친구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웠다는 거예요. 집안형편이 어려워 생일 때 케이크를 받아보지 못한 아이였죠”아이들의 꿈을 그린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있다. 취약계층·장애아동들에게 미술교육과 교구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그림을 제품에 넣어 파는 예비사회적기업 ‘꿈담’이다. 꿈을 주제로 그린 아이들의 그림은 텀블러, 머그컵, 티셔츠, 거울, 엽서 등 저마다의 제품에 담긴다. 아이들의 그림을 콘텐츠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꿈담의 윤승현 대표가 대학원 시절부터 구상해온 아이디어다.내 그림이 제품으로? “아이들 자존감 높아진다”“취약계층아동과 장애아동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자기가 그린 그림이 제품으로 출시된 것을 보면 정말 좋아합니다.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며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요”아이들의 그림은 제품 출시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제품 판매 순수익의 10%는 그림을 그린 아이에게 저작권료 개념으로 환원된다. 제품 출시에 앞서 아이와 부모님 함께 계약서를 쓴다. 동의한 경우에 한해서만 제품으로 출시되는 것이다.
꿈담은 취약계층 아동들의 그림을 제품에 넣은 뒤 판매수익을 해당 아동들에게 환원하고 있다. <사진=꿈담>“제품이 판매된 만큼 아이들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판매금액의 일부는 또 다른 아이들의 미술교육과 교구지원에 쓰인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줍니다. 취약계층 아동들은 어려서부터 일방적으로 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아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자존감도 높여줄 수 있는 방안으로 제품 판매 수익금을 나눠주는 구조를 생각하게 됐습니다”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제품에 넣어 판매했는데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단다. 제품으로 구입하기에는 다소 유치해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디자이너를 섭외한 뒤로 반응이 달라졌다. 아이들의 그림에 디자이너의 손길이 더해지니 상품성을 갖춘 제품이 됐다.꿈담은 2011년에 이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3월에는 대전지역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회사 제품이 tvN ‘택시’, KBS ‘인간의 조건’ 등에 협찬으로 등장하며 홍보도 상당부분 됐지만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윤 대표의 고민이다.20살에 ‘월매출 3000만원’ 청년사업가
꿈담 윤승현 대표 <사진=꿈담>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잘할 자신이 있다고 윤 대표는 말한다. 대학시절부터 혈혈단신으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시절에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청년사업가들을 인터뷰한 경험 덕에 지금도 예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다니곤 한다.“20살 때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대전에서 4년간 호프집을 운영했어요. 어머니는 비용만 대주시고 가게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셨죠. 당시 월매출 3000만원, 순수입이 600~700만원 정도였으니 괜찮은 편이었어요. 어려서 창업을 해보니 돈에 대한 개념도 명확했고,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창업의 매력에 흠뻑 빠진 터였다.“1년 동안 후원을 받으러 돌아다녔어요. 대기업에 문도 많이 두드렸고요. 결국 1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떠났어요.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캐나다, 일본의 청년사업가들을 만나 3시간씩 인터뷰를 했어요. 왜 창업을 하게 됐는지, 창업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은 어떤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한국에 돌아와서는 본격적으로 수익환원형 미술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장사’는 쉬웠지만 ‘사업’은 간단치 않았다. 취약계층 아동들의 미술교육과 교구를 무상으로 지원하다 보니 비용은 많이 들어가는데 제품에서 많은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어린 시절 받았던 도움 다시 돌려주고파”
윤승현 대표가 꿈담의 제품을 바라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취약계층아동과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그의 소신 때문이다.“어머니 혼자 저를 키우셨습니다. 미혼모 가정이었죠. 어렸을 적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땐 몰랐는데 성인이 돼 생각해 보니 주변 도움 덕분에 편하게 성장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죠. 저보다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요. 제가 받았던 도움을 부족하나마 누군가에게 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선의로 시작했지만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그때마다 마음을 붙잡는 건 아이들의 얼굴이란다. 윤 대표는 최근 서울대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난치병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술교육을 회고하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소아암, 백혈병을 앓고 있는 난치병 아이들이었습니다. 태어나서 병원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죠. 미술교육을 하기 전 병원 측에서 당부한 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너무 심어줘선 안된다고요. 지금까지 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왔는데 어떻게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됐습니다”막상 아이들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밝은 모습이었단다.“어려운 상황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제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가진 게 훨씬 더 많은데도 힘들다며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던 거죠. 아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게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나쁜 말로 하자면 저 자신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다.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방법이 꼭 ‘사업’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였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어렵게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기보다 소위 ‘돈 되는’ 일을 하고 기부 등의 방식으로 선행을 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사회적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기업입니다. 비영리단체는 기업이나 외부 후원으로 운영되는데, 재정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지원을 끊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이 필요한 겁니다.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기업이 수익을 내면서 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