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요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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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재직요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일 수 있다 부산지법, 임금성격 고려 ‘소정근로 대가’인지 여부로 판단

기사입력2014-12-31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특정일에 재직하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2014.10.10선고, 2011가합27496). 부산지법의 이번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2013.12.18선고, 2012다89399)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후속대책으로 발표한 노사지도지침(2014.1.23)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거나, 퇴직자에 대해 일할 계산해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이 아니다. 지침이후 산업현장에서 실제 상당수 사용자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 위해 상여금 지급 규정에 ‘재직요건’을 부가했다.

부산지법, 고용노동부 노사지도지침 정면 부정

또 부산지법의 이번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이후 하급심에서 외관상으로 유지돼 왔던 ‘재직요건’ 가이드라인도 무너트렸다. 정기상여금 지급 규정 및 관행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지금껏 하급심에서 ‘재직요건’ 존부에 따라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다툼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으로 회귀한 것인가? 부산지법 이번 판결의 당사자인 ○○자동차가 판결에 불복함으로써 2심 그리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부산지법의 이번 판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법리를 실질적·구체적으로 해석·적용했다는 점에서 원심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법리를 실질적·구체적으로 해석·적용

이번 사건의 쟁점은 정기상여금 외에도 각종 수당 명목의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또 이들 수당이 통상임금이라면 사용자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여 미지급 수당을 청구한 근로자들의 주장을 기각할 것인가 등 다수의 쟁점이 있었다. 재직요건에도 불구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부산지법 법리에 집중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쟁점들에 대한 검토는 생략한다.

먼저 이 사건 사실관계를 보자. ○○자동차는 1년에 상여기초의 500%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는데 매년 12월1일~1월31일 근로에 대해 2월 상여금, 2월1일~3월31일 근로에 대해 4월 상여금, 4월1일~5월31일 근로에 대해 6월 상여금 방식으로 8, 10, 12월 상여금 등 모두 6회에 걸쳐 짝수 월 급여 지급일에 지급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특정일에 재직하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후속대책으로 발표한 노사지도지침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비자트

회사의 상여금 지급 규정은 “지급시점에 재직 중인 사원에 대하여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급 규정에 따라 짝수 월 급여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했어야 했지만, 실제 운용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짝수 월로부터 소급해 2개월 기간 동안 전부 근무를 한 근로자가 짝수 월 급여 지급일 직전 ‘홀수 월 말일’까지만 근무하면 정기상여금을 지급했다. 즉 ‘홀수 월 말일’까지 근무한 이후 정기상여금 지급일(짝수 월 급여일)이전에 퇴직한 경우에도 정기상여금을 지급한 것이다. 상여금 지급 기준일(홀수 월 말일)과 상여금 지급일과의 기간의 갭이 존재함에 퇴직자에게도 상여금이 지급되는 결과가 됐다. 예컨대 6월 정기상여금 지급일(짝수 월 급여 지급일)이 6월10일인 경우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전 기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6월1일~6월9일 사이에 퇴직하면 상여금 전액을 지급했다는 말이다.

사용자 “특정 시점 재직자에게만 지급, 통상임금 아니다”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사용자는 “정기상여금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홀수 월 말일’ 이전 퇴직자에게는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또는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만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사용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산지법은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통상임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형식적 징표로 하여 그것이 객관적인 성질상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여부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

통상임금 판단 기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 명칭이나 그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은 아니다”고 천명한 바 있다. 부산지법의 이번 판결은 ‘객관적 성질’에 따라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전원합의체 법리에 근거해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 형식적 징표를 고려하되,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등 실질적 징표(객관적 성질)에 주목한 것이다.

‘지급일 전 근로’ 고려치 않고 재직사유만으로 지급, 통상임금 아니다

그렇다면 재직요건이 전제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지 않는 요건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부산지법은 “(정기상여금을)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형태여야 한다”고 했다. 반복하자면 특정 임금 지급일 이전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실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직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특정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만 그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의미다.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른 ‘재직요건’이 통상임금여부를 판단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면 재직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될 수 없는 임금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이에 대해 부산지법은 “명절수당, 휴가수당과 같이 특정시점에 특별한 목적의 필요에 대응하여 지급되는 복리후생적 성격이 강한 수당”을 예시하고 있다.

부산지법은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통상임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형식적 징표로 하여 그것이 객관적인 성질상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여부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비자트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지급 근거 및 객관적 성질에 대해 부산지법이 ‘재직요건’ 사유만으로 지급했다거나 ‘특정시점에 특별한 목적의 필요에 대응하여 지급되는 복리후생적 성격이 강한 수당’으로 보지 않고 소정근로의 대가로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자동차 정기상여금 관행에 따르면 상여금 지급 짝수 월 이전 2개월의 기간 동안 무단결근자, 직무 외 상병 결근자, 휴직·복직자에게는 일할 계산해 지급했다. 이와 같은 상여금 지급 관행을 근거해 부산지법은 “특정시점에 재직한다는 사실만으로 정기상여금 전액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결근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근로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하여 지급하였는 바, 이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기상여금이 재직요건이 부가된 임금으로서 소정근로의 대가성 및 고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여금 월 기본급 50% 비중, 우발적·일시적 급여아닌 통상임금

또 부산지법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근로자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언급했다. 임금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전원합의체 법리를 부산지법이 구체화한 대목이다.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액수가 근로자 개인 1월 기본급의 약 50%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부산지법은 “근로의 대가성이 없는 금품이라거나 근로자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좌우되는 우발적·일시적 급여라고 보기 어렵다”며 소정근로의 대가, 즉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기본급의 5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홀수 월 말일’ 이전 퇴직자에게 전혀 지급하지 않는 관행에 대해 부산지법은 “임금채권을 보호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통상임금 해당 여부 판단을 떠나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전혀 주지 않은 것은 그 자체가 위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임금의 객관적인 성질을 고려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한 이번 부산지법의 판결이 제2심과 대법원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