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만명 중 9%만이 통상임금 판결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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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1840만명 중 9%만이 통상임금 판결 수혜 대다수 근로자에겐 딴 나라 얘기…노사간 마찰 불가피

기사입력2014-02-06 06: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노무사

통상임금이란 연장 및 야간근로 등 가산임금의 기준이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연장 및 야간근로수당이 커지고 순차적으로 연차수당,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 총액이 많아지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총액이고 근로자 임장에선 임금총액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의 기준과 범위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노사간 초미의 관심사인 통상임금의 기준과 범위에 대해 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을 내렸고, 그 판결의 요지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급여는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이 아니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통상임금’이라고 앞선 두 차례의 기고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당시 소송을 제기했던 (주)갑을오토텍 근로자의 경우 ‘정기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더라도 상여금의 일부를 일할 계산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는 점, 즉 예외성을 인정받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구가 인용됐다.

대법원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으니, 이제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의 범위가 잘못 계산돼 적게 지급됐다는 주장과 함께 제 수당 등에 대한 차액을 임금 소멸시효 기산점인 3년 전부터 소급해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가?

미지급 차액 소급청구, 신의칙에 따라 사실상 불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신의칙 법리를 내세워 임금소급 청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고, 그 합의에 반해 통상임금을 청구할 경우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그 청구는 신의칙에 반해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신의칙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사용자는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만 입증하면 미지급된 임금, 과거임금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미래임금이라는 족쇄다. 과거는 그렇더라도 대법원 판결 이후 정기상여금 지급일 시점 이전 퇴직자에게 상여금의 일부를 일할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통상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은 여전히 사용자의 난제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용자가 고심하는 또 하나의 숙제, 미래임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단초가 될 수 있는 키워드 하나를 제시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으로 처음 선보인 ‘재직요건’이 그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다수 사용자는 정기상여금은 물론 복리후생급 등 각종 제 수당의 지급 요건으로 ‘재직요건’을 추가하고자 하는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통상임금 판결 이후 경영계가 주관한 각종 세미나 등에서 대응방안과 관련한 발제 내용을 보면 실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재직요건’을 둘러싸고 사용자와 근로자간 마찰 불가피

통상임금의 범위, 재직요건을 둘러싸고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적지 않은 마찰 또한 불가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분쟁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 심화돼 국가 또는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개연성은 어느 정도인가?

대법원 ©중기이코노미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에서 복리후생급여를 사실상 제외시켰기 때문에 정기상여금을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하는 사업장의 경우에만 미래임금에 대한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현재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978개소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의 상여금 지급기준을 조사한 결과 38.2%만이 ‘퇴직자에 대해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꾸로 말하면 100인 이상 고용 사업장 중에서도 60% 이상의 사업장 근로자에게 있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말이다.

1846만명 전체를 헤아리는 공동체의식 복원이 요구되는 시점

또 통계청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2012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자 수는 1846만 385명, 이 중 1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453만6685명이다.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100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453만 여명 중 172만 여명 정도만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화에 따른 수혜자다. 지불여력 등을 고려하면 영세·중소기업 등 10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1670여만 대다수 근로자에게 정기상여금 관련 판결은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근로소득·가계소득 양극화 확대에 따른 절대적 빈곤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10% 정도의 수혜자가 또 다시 10%만을 위한 목소리가 아닌 1846만 모두를 헤아릴 줄 아는 양보, 공동체의식의 복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