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부과 외 경영권도 위협하는 차명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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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증여세 부과 외 경영권도 위협하는 차명주식 판례는 실질주주 보호하지만 법적분쟁 등 위험요소 존재

기사입력2015-04-03 00:00

이영철 객원 기자 (lawlyc@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주원’ 이영철 변호사

처음 회사를 설립하거나 이미 설립된 회사의 주식을 양도받는 경우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와 같이 차명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법인에 부과된 세금에 대해 법인이 아무런 자산이 없어 이를 납부할 수 없는 경우 그 법인의 과점주주가 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되는데, 과점주주의 지위를 만들지 않기 위해 차명으로 주식을 분산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는 차명주식임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에만 타당한 이야기일 뿐, 차명주식으로 밝혀지는 경우에는 결국 명의를 빌린 실질 과점주주가 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차명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법률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름을 빌려 준 주주가 자신이 실제 주주라면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형식적으로는 차명주주가 주주인 것이기 때문에, 실질주주가 그 권리행사를 막기 어렵다.

예를 들어 A와 B가 50%씩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그 때 A가 차명으로 20%를 C에게 명의신탁한 경우, 만일 B와 C가 결탁하고 70%의 지분을 바탕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A를 경영권에서 배제하는 사태가 종종 일어난다.

자신을 경영권에서 배제하는 조치 즉 주주총회에서 자신을 이사에서 해임하고, B와 C가 내세우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를 열어 A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결의에 대해, A는 자신이 실질주주임을 내세워 결국 그 취소(이사회 결의는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이를 구제받는 방법 밖에는 없게 된다.

이같은 위험이 있기 때문에 차명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판례가 실질주주를 진정한 주주로 보는 실질설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차명주식임이 밝혀지게 되면 세법적으로는 증여의제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게 되는 것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물론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겠지만, 일단 명의신탁이 밝혀지면 과세관청은 일반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게 되고, 위 목적이 없음을 주장 입증해 그 증여세부과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수 밖에 없다.

판례 상에 나오는 실제 사례를 보기로 한다.

사례 1.

Z회사는 1971년 6월17일 콘크리트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갑, 을, 병 등에 의해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2만주, 1주의 금액은 1000원으로 하고, 설립당시 발행하는 주식은 1만주(1주당 금 1000원)로, 설립당시 자본 총액을 1000만원(1만주×1000원)으로 해 설립됐다. 그 후 유·무상 증자를 거듭해 1988년 6월17일이후 발행주식의 총수는 20만주(1주당 금 1만원), 자본금은 20억원(20만주×1만원)으로 증가했다.

갑, 을, 병 등은 1971년 6월17일 Y주식회사로부터 장비와 기자재를 인수해 위와 같이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설립당시 동업비율이나 그들이 소유하는 주식의 비율은 정한 바 없이 세무상의 편의를 위해 갑과 을의 합의에 따라 주주명부상 Z회사의 주식을 분산하기로 해 Z회사의 직원 및 갑과 을의 친척, 친지들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를 빌리거나 또는 승낙을 얻음이 없이 그 명의를 차용해 주주명부를 작성했다.

Z회사는 설립 당시에 갑과 병이 공동대표이사로 있다가 1971년 7월6일 병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갑이 단독으로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후 1983년 3월16일 을이 Z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해 갑과 을이 공동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갑이 1991년 6월7일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하면서 그때부터 을이 현재까지 Z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편 갑과 을은 1976년 8월31일에 이르러 Z회사가 발행할 보통주식 20만주를 갑과 을이 각 10만주씩 소유하기로 약정했고, 다시 1990년 3월6일 갑은 실무에 관여하지 아니하되 Z회사의 총 발행주식 중 각 50%를 갑과 을이 소유하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1989년 12월31일 현재 Z회사가 발행한 총주식 20만주에 관해 주주명부상 갑 명의로 6만690주, A명의로 5만890주만 등재돼 있고 나머지는 25인 명의로 등재돼 있다. 갑과 을 사이의 위 1990년 3월6일자 합의 당시에도 주주명부상의 주주와 그 보유주식수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 후 을이 1990년 7월5일 및 1991년 9월12일 두차례에 결쳐 주주명부상 B, C, D, E 명의로 기재돼 있던 주식에 관해 자신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한 것을 비롯해 F, G, H, I 명의로 기재돼 있던 주식에 관하여도 자신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했다.

이에 따라 1992년 12월31일까지 Z회사의 주주명부상에는 갑과 을의 명의로 된 주식은 각 6만690주, 7만2290주이고 나머지는 위와 같이 을 명의로 명의개서를 한 B외 7인의 명의를 제외한 J 등 17인의 명의로 기재돼 있다.

Z회사가 제23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이 사건 주주총회라고 한다)의 소집통지를 한 1994년 3월15일이나 주주총회의 개최일인 같은 달 30일까지도 주주명부상의 주주와 그 보유주식수는 변동이 없었다.

Z회사의 설립당시부터 지금까지 Z회사의 주주명부상에 주주로 등재된 사람 중 갑과 을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주주명부상에 그들이 주주로 등재돼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Z회사에 투자하거나 Z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인수한 바가 없다. Z회사는 Z회사가 발행한 총주식 중 일부를 갑과 을 명의로 등재하고 남은 주식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주주명부상 적당히 분산시켜 등재(일부는 명의신탁의 관계이고 일부는 차명관계이다)했다.

한편 Z회사는 1994년 3월15일 주주명부상에 주주로 기재된 원고와 A외 17인에 대해 이 사건 주주총회(일시 1994년 3월30일 14:00시, 장소 본사회의실)를 의안 제23기 결산서 승인의 건, 이익잉여금처분(안) 승인의 건, 임원선출의 건, 수권자본금 변경의 건으로 개최한다는 소집통지를 했다.

이에 따라 1994년 3월30일 소집통지를 받은 주주명부상의 주주 중 을과 K 및 L이 실제로 참석하고 J, M ,N, O, P, Q, R, S, T가 의결권 행사를 을에게 위임함으로써 개최된 이 사건 주주총회에서 을, E, U, L을 각 이사에, K를 감사에 각 선임하고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20만주에서 80만주로 변경하는 결의를 했다.

이 케이스에서 갑이 주주총회결의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그 의결권 행사는 적법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다”고 판시함으로써 갑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사례 2.

전직 대통령이 동생에게 자금을 맡기고 동생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게 했는데, 설립 후에 동생이 마치 자신이 직접 투자한 것처럼 주장하면서 실질주주 행사를 했다. 이에 형은 동생을 상대로 주주임을 주장하면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즉 전직 대통령인 ‘갑’이 대통령 재직 당시 동생 ‘을’에게 알아서 관리해 보라고 하면서 돈을 교부했고, 을이 그 돈과 은행 대출금 등으로 회사를 설립했는데, 갑이 회사 주식 50%의 실질주주라고 주장하면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돈의 조성 경위, 돈을 교부할 당시 갑과 을의 언동, 갑과 을의 관계, 돈의 교부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돈의 교부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돈의 사용처, 돈의 관리·사용에 관한 갑의 관여 여부 등 돈 교부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 및 갑이 을에게 공동소유 회사 설립을 위임하는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한 사항에 관해 구체적으로 의사 합치가 있었다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해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나 관련 민사소송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돈의 교부 당시 갑과 을의 의사는 노모와 자녀들 장래를 위해 을이 위 돈을 어떤 형태로든지 유지·보전하고 있다가 갑의 요구가 있으면 반환하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