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고용 근로자의 사용자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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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사내하청 고용 근로자의 사용자는 현대차 대법 “묵시적 근로관계는 성립않지만, 실질은 불법파견이다”

기사입력2015-04-22 14: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대법원은 최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김모씨 등 7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였다(대법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지난 2007년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던 1심을 최종 확정한 판결이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뒤집으면 사용자지위확인소송이다. 법원의 판결로 현대차가 사용자라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현대차는 이들 근로자들에게 사용자의 의무 즉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까지 현대차는 “특정한 업무에 한정해 사내하청과 도급인과 수급인이란 법률관계만을 갖고 있을 뿐, 소를 제기한 근로자들과 어떠한 권리·의무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외관만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현대차의 항변에 대해 근로자들은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보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첫 번째 주장(주위적 청구)으로서 “사내하청은 그 존재가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들과 현대차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관계가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얘기다.

또 이들은 두 번째 주장(예비적 청구)으로서 “설사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법파견에 따른 법률효과 즉, 구)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에 근거해 2년 이상 경과한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현대차”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최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김모씨 등 7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지난 2007년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던 1심을 최종 확정한 판결이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중기이코노미

파견법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업무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해 2년 이상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가 발생한다. 현행 파견법은 고용의무를 부담하지만 구)파견법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위적 청구(묵시적 근로관계) 기각, 예비적 청구(불법파견) 인용

법원은 근로자들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했으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였고, 판결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대차와 사내하청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는 성립하지 않지만, 그 근로관계의 실질은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이다. 사내하청의 업무는 현대차 직접 생산 공정업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구)파견법을 적용, 2년 이상 근로한 사내하청(고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들은 사용사업주인 현대자동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의제)한다.

소를 제기한 근로자들의 사용자를 사내하청에서 현대차로 바꾼 법원의 법리 전개 과정을 되짚어보자. 법원은 먼저 현대차와 사내하청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살폈다(주위적 청구). 묵시적 근로관계를 검토한 이유는 이들 근로자들과 사내하청 사이에 명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묵시적 근로관계의 존재 여부를 심리했고, 이를 부정했다.

다음으로 법원은 사용사업주인 현대차와 고용사업주인 사내하청의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관계의 실질이 도급인지 또는 근로자파견인지 여부를 심리했다(예비적 청구). 결과 도급이란 껍데기를 벗겨내고 근로자파견이란 알맹이를 찾아냈다.

이번 현대차 사건에서 근로자들의 예비적 청구 즉 파견과 도급의 구분에 대한 검토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주위적 청구 즉 묵시적 근로관계의 의미와 그에 따른 법률효과만을 살펴보자.

근로자파견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및 파견근로자, 도급은 도급인과 수급인 및 수급인의 근로자, 양자 모두 3자 관계를 전제로 성립된다.<자료=비자트>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파견법 제2조 제1호).

도급은 수급인이 어느 일의 완성을 약정하고, 도급인은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민법상의 계약이다(민법 제664조). ‘일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근로자 고용 여부는 전적으로 수급인의 몫이다. 도급인은 ‘일의 결과’에 대해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할 뿐, 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와는 어떠한 법률관계도 없다.

3자 관계 성립하지 않는 도급의 경우 묵시적 근로관계 추정

근로자파견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및 파견근로자, 도급은 도급인과 수급인 및 수급인의 근로자, 양자 모두 3자 관계를 전제로 성립된다. 따라서 3자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애초부터 근로자파견인지, 도급인지를 구별할 필요도 실익도 없다. 이번 현대차 사건에서 법원이 묵시적 근로관계 존재 여부를 심리한 이유는 불법파견의 전제가 되는 3자관계의 실제 여부를 찾기 위함이다. 근로자파견 또는 도급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외관상 3자관계인 경우에도 수급인이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의 근로자만이 존재하는 양자관계가 된다. 이 경우 법원은 도급인과 수급인의 근로자는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묵시적 근로관계로 추정되기 위해서는 수급인이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도급인의 일개 사업부서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해야 한다[(주)코스콤(서울남부지법 2007가합10338, 2008.7.18), 주)현대미포조선(대법 2005다75088, 2008.7.10), SK(주)(대법 2003두3420, 2003.9.23.)].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동관계법이 바로 적용된다.

“사내하청,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

이번 현대차 사건에서 묵시적 근로관계의 존재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사내협력업체가 사용자로서의 권리·의무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징계권을 행사함에 있어 피고(현대차)가 직접 관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사내협력업체가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수급인이 사업주로서 독자성과 독립성을 가지는 경우 즉, 사업주로서의 실체로 인정할 수 있는 징표는 무엇인가? 고용노동부·법무부·검찰이 함께 마련한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2007.4.19.)’은 ①채용·해고 등의 결정권 ②소요자금 조달 및 지급 책임 ③법령상 사업주 책임 ④기계·설비·기자재의 자기 책임과 부담 ⑤전문적인 기술·경험과 관련된 기획 책임과 권한 등 5가지 징표를 열거하고 있다.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2007.4.19.)

①채용·해고 등의 결정권=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의 채용여부를 결정하거나, 사실상 직접적으로 해고 또는 징계를 결정한 사실이 있는 경우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부정될 수 있다. 채용공고 및 채용면접표, 해고통지서 등 해고관련 서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②소요자금 조달 및 지급 책임=금전적 측면에서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자기 책임 하에 조달하고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규모나 관리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 주식회사의 경우 주금 납입 경위 및 주식 소유비율, 도급계약서, 기성금 지급방법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③법령상 사업주 책임=수급인 명의 사업자 등록이 있어야 하고, 노동관계법상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 4대보험 가입증명원, 사업소득세 영수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④기계·설비·기자재의 자기 책임과 부담=수급인에게 반드시 기계·설비의 소유권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의 사용 필요성과 사용에 따른 수급인의 부담 등을 고려해 도급인 소유여도 무방하다. 기계·설비 도입 계획서 및 조달 계약체결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도급인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필요성 및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⑤전문적인 기술·경험과 관련된 기획 책임과 권한=수급인이 도급인과의 계약 내용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적 기술이나 경험을 보유하고, 그것을 수급인 책임과 권한 아래 사용해야 한다. 기획관련 작성서류, 사업계획서, 수급인의 업무 수행능력 및 소속 근로자 자격증 유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단순히 육체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수급인이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전제돼야 불법파견 여부 심리대상

이상 다섯 가지 징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도급인이 주로 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수급인은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반대로 수급인이 주로 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수급인은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급인이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법원은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심리에 들어가는데 이번 현대차 사건의 경우에는 여기까지 갔다. 근로자 파견 또는 도급 여부에 대한 판단 즉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대한 심리 내용은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