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IP) 분쟁…중재로 해결해야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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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지식재산(IP) 분쟁…중재로 해결해야 빠르다 대한상사중재원 “평균 소요기간 5.8개월…비용도 저렴해”

기사입력2015-06-01 14: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IP 분쟁 세미나에서 박은아 WIPO 중재조정센터 싱가포르 사무소장이 중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한국기업 A는 중국의 B업체에게 원코팅용 습식수지 완제품을 판매했다. B는 얼마 뒤 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했다며 A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지원을 요청했고, A는 직원 김모씨를 중국으로 파견했다. 이후 B는 김씨를 채용해 해당 제품의 원료배합비율 정보를 빼낸 뒤, A에게는 물품구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A는 B를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했고, 약 5개월의 중재 절차를 거쳐 B의 영업비밀침해 판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또한 B로부터 손해배상액 5000만원도 지급받았다.

이처럼 기업간 지식재산(IP)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한상사중재원(KCAB)을 이용하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개최된 IP 분쟁 세미나에서 김지호 KCAB 국내중재팀장은 “신속한 해결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IP 분쟁은 소송보다 중재를 이용하는 게 좋다”며 “보통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는 데 2~3년이 걸리지만 중재는 판결까지 평균 5.8개월이면 된다”고 말했다. KCAB가 지난해 발표한 중재 평균 소요기간에 따르면 국내분쟁은 4.9개월, 국제분쟁은 6.7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재는 법원의 재판이 아닌, 분쟁 당사자들이 선정한 중립적인 존재(중재인)의 판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다. 국내 유일의 상설 중재기관인 KCAB는 특허심판원 전속 관할인 특허 등의 유효성 관련 분쟁을 제외한 IP 관련 분쟁에 대해 중재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김 팀장은 “KCAB에는 국내외 130명의 지재권 중재인이 기업의 IP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공동연구개발계약, 합작계약,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등이 주요 중재 분야”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IP 중재는 ▲사건 접수 ▲중재판정부 구성 ▲심리 ▲중재판정 등 4가지 과정을 거친다. 김 팀장은 “KCAB에 신청서가 접수되면 10명 내외의 중재인 후보자를 선정해 분쟁 당사자들에게 전달한다”며 “이들은 분쟁 금액에 따라 1인 또는 3인의 중재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후 중재인들은 분쟁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구속력 있는 최종 결정(판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내려진 판정은 국내에선 대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국제적으로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뉴욕협약)에 의거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154개국에서 그 효력이 인정된다.

김 팀장은 “중재판정은 집행력 있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소송과 비슷하다”며 “대신 판사가 아닌 회계사나 변리사, 대학 교수, 대법관 등 분쟁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재인으로 나선다는 점, 3심이 아닌 단심으로 사건을 끝낸다는 점에서 소송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재가 소송보다 빠르게 판정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일반 판사가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에 단심제로 사건을 끝낼 수 있고, 때문에 사건 해결의 신속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소송비용과 중재비용 비교

소송비용: 인지대 및 송달료, 중재비용: 관리요금 및 중재인 수당 <자료=대한상사중재원>

중재는 빠른 진행절차 때문에 소요되는 비용도 적다. 지난해 KCAB가 발표한 소송비용 및 중재비용 비교자료에 따르면 2억원 규모의 국내 분쟁의 경우 1심 소송비용은 96만1500원, 3심 소송비용은 409만6000원인 반면 중재 금액은 85만원이다. 김 팀장은 “분쟁 금액이 2억원 이하인 경우, 중재가 1심 소송보다 최고 59% 저렴하다”며 “중재는 소송과 달리 변호사 대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변호사 선임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IP 분쟁시 중재를 이용할 지에 대해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박은아 WIPO(세계지적재산권 기구) 중재조정센터 싱가포르 사무소장은 “중재판정은 분쟁당사자에게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일단 중재로 판결이 난 뒤에는 당사자들이 중재인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며 “장점만 바라보고 중재를 신청했다가 원치않는 결과를 받게 되면 이후엔 다른 결정을 구할 방도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또 “아무나 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기 위해선 사전에 계약서의 한 조항으로 분쟁 발생시 중재를 이용하겠다는 규정(사전 중재합의)이 있어야 한다”며 “물론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도 이를 별도의 서면으로 작성(사후 중재합의)할 순 있지만 보통 분쟁이 발생한 뒤에는 당사자들 간의 감정이 좋지 않아 중재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 체결시 중재조항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IP 분야 중재사건 접수 현황

단위: 건 <자료=대한상사중재원>

한편 최근 10년간 KCAB에 접수된 IP 분야 중재사건은 총 137건으로 국내중재 사건이 105건, 국제중재 사건이 32건으로 조사됐다. 분쟁 금액별로는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56건(41%)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1억원 이하 사건 53건(39%), 1억원 초과 2억원 이하 사건 28건(20%)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