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600억…가업상속 여부로 세금 250억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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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상속 600억…가업상속 여부로 세금 250억 차이 500억 공제 ‘가업승계’ 달콤한 만큼 요건도 깐깐

기사입력2015-06-11 14:00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인이 가업을 물려받을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정부는 꾸준히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늘려가는 추세다. 처음 제도가 도입된 2007년만 해도 최고 공제액이 1억원에 불과했으나 네 차례에 걸친 개정에서 30억원→100억원→300억원→500억원까지 늘었다.

가업상속재산이 600억원이고 대표이사가 20년간 경영한 중소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업이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받지 않고 다른 공제액도 없을 경우, 과세표준은 일괄공제액인 5억원을 차감한 595억원이다. 상속세(50%)에 누진공제액(4억6000만원)을 적용하면 최종 산출세액은 292억9000만원이 된다. 상속재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의미다.

©중기이코노미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경우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상속재산가액인 600억원에 일괄공제액(5억원)과 가업상속공제액(500억원)을 차감하면 과세표준은 95억원까지 줄어든다. 여기에 상속세와 누진공제액을 적용하면 최종 산출세액은 42억9000만원이 된다. 가업상속을 받았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25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공제 대상이 되는 가업상속재산은 법인의 주식, 출자지분 등으로 사업과 무관한 자산은 제외된다. 사업과 무관한 자산으로는 비사업용토지 그리고 영업활동과 관련이 없는 주식, 채권, 금융상품 등이다.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주식도 가업상속재산에서는 제외된다. 만약 양말 제조기업이 고가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미술품도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한다.

상속인 2년 이상 가업 종사 경험 있어야

모든 기업이 가업상속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이 반드시 10년 이상 경영을 했어야 하며 업종에도 제한이 있다. 2010년까지는 중소기업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었으나 2011년부터는 중견기업이라도 연 매출이 3000억원 미만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된다.

가업상속공제 적용이 안 되는 업종도 있다. 농·림·축산·어업, 전기·가스·수도사업, 일반숙박업, 주점업, 금융·보험업, 부동산임대 및 공급업, 학교, 장애인복지시설, 보육시설, 골프장, 스키장, 게임장, 무도장, 예식장업, 가사서비스업 등은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할 수 없다. 가업을 물려주려는 피상속인이 일정 기간 이상 대표이사로 재직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①가업 영위기간 중 50% 이상의 기간 ②10년 이상의 기간 ③상속 개시일로부터 소급해 5년 이상의 기간 등인데, 셋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만약 피상속인이 15년간 가업에 종사했고 최근 7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했다면 ①과 ②에는 부합하지 않으나 ③에 해당하므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해당한다.

©중기이코노미

여기서 대표이사는 등기부 상에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경영에 참여했다는 증거도 있어야 한다. 중부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 김윤용 세무조사관은 최근 열린 가업상속공제 납세자 세법교실에서 “세무당국이 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급여명세서나 직접 결재한 서류 등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경영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속인에 대한 요건은 더 까다롭다. 상속인은 상속개시 전에 2년 이상 해당 가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단, 피상속인이 60세 이전에 사망하거나 천재지변 등의 부득이한 사유로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2년이 안 돼도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로 상속을 하는 경우 자녀 중 1명에게만 가업을 물려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자녀가 다섯 명인데 첫째에게 가업을 상속할 예정이라면 나머지 네 명에게는 나눠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윤용 세무조사관은 “향후 자녀들 간에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면서 “가업상속공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미리 자녀들을 설득해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속보다 중요한 ‘사후관리’ 못 지키면 공제액 토해내야

가업상속공제는 상속 과정보다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은 상속개시 후 10년간 사후의무를 이행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공제받은 금액에서 추징률을 곱한 금액을 다시 상속세로 납부해야 한다. 추징률은 7년 미만이 100%, 7~8년이 90%, 8~9년이 80%, 9~10년이 70%다. 5년간 사업을 잘 해오다가 6년째에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사후의무 중 한 가지만 어겨도 공제액을 100% 토해내야 한다.

사후의무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상속을 받은 뒤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면 위반사유에 해당한다. 상속일로부터 5년이 넘지 않았다면 10%만 처분해도 추징을 당한다. 또 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종사하지 않거나 업종을 바꾸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표준산업분류 5단계 중 세분류 안에서 업종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단위에서 업종을 변경하면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식료품제조업에서 예를 들자면 도축업(1011)에서 육류가공업(1012)으로 바꾸는 것은 되지만 세분류가 다른 설탕제조업(1072)으로 바꾸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기업주들이 가장 곤란해 하는 부분은 고용유지 의무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은 매년 기준고용인원의 80%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붙는다. 만약 80% 미만으로 떨어지면 사후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여기서 기준고용인원은 상속이 개시된 사업연도의 직전 2개 연도의 정규직 근로자 수 평균으로 계산한다. 만약 기준고용인원이 100명인데 가업상속을 받은 지 5년 후에 79명으로 감소했다면 사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 고용 기준은 매년 세무당국에서 점검한다.

경영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향후 10년간 이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기업주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김윤용 세무조사관은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거액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만큼 기업주들이 책임감 있게 경영을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는 가업상속공제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정부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이 안에서 기획재정부는 연매출이 3000~5000억원인 중견기업도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가업요건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여주고, 상속인도 1명이 아닌 여러 명이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주들이 애로를 호소하는 사후관리 의무를 느슨하게 만드는 내용도 담겼다. 사후관리기간을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고용유지도 매년 80%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7년간 평균을 냈을 때 상속시점과 변동이 없으면 이행한 것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업종도 세분류보다 상위 단위인 소분류 내에서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