勞 반대속 정부 全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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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勞 반대속 정부 全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민간 확산도 추진…노동계 “청년실업 해결하려면 좋은 일자리가 먼저”

기사입력2015-06-17 14:38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임금피크제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민간 영역까지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17일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현재 56개에서 316개로 늘리고, 성과연봉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임금체계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임금피크제란 55세 이후부터 정년까지 근로자의 임금을 순차적으로 삭감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인 사업장은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반대로 맞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더뎌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장년근로자의 고용불안도 심각해져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로, 300인 이상인 대기업의 도입률은 23.2%다.

이에 정부는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민간까지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조선, 금융, 제약, 자동차, 도소매 등 6개 업종과 30대 기업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정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하기로 했다.

<자료=고용노동부>

또 사용자가 손쉽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만들 방침이다.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바꿔야 하는데, 근로자 과반이나 노동조합이 찬성하지 않으면 변경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 적용과 해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노사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노사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근거는 청년실업 문제다. 지난 5월 청년실업률이 9.3%로 2000년 이후 5월 중 최고치라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 60세를 맞을 경우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청년 고용을 늘리지 않을 테니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청년 고용을 늘린 기업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장년 근로자 한명과 신규채용 청년 1쌍 당 연 1080만원(대기업은 540만원)을 2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만약 한 중소기업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10명의 장년 근로자가 적용을 받고, 10명을 신규로 채용하면 연간 1억8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월28일 열린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는 양대노총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중기이코노미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번 노동시장개혁 추진방안은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세대 간 상생고용의 핵심으로 제시된 임금피크제는 신규 청년고용 증진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청년실업 문제의 효과적인 수단인양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청년실업 대책은 노동시장 단축을 통한 민간 부문 좋은 일자리 나누기, 정부 재원 확충을 통한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노동조건 개선 등 종합적인 정책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정부 개입으로 강제된 임금피크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사업장 여건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사항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면서 “법정 정년에도 불구하고 실제 퇴직연령이 50대 초반인 상황은 개선하지 않고 강제적인 임금피크제만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60세 정년의무화 시행으로 청년들의 고용절벽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보며, 민간부문에도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강력히 도입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 경총의 주장이다. 경총은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이지 않다. 취업규칙 내용이 기존보다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되더라도 합리성이 있으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