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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 만병통치약 아냐…관건은 ‘골든타임’
거래 끊기고 신용 어려워 타격… 리스크 꼼꼼히 점검해야
- 기사입력2015-06-23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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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이 좋은 제도인 것은 맞습니다.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고, 압류가 풀리며, 지급을 유예할 수 있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회생에 성공하는 중소기업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신청할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입니다”중소기업청이 기업회생 컨설팅 수행기관으로 지정한 태경회계법인 유성만 공인회계사의 말이다. 그는 22일 오후 벤처기업협회가 주최한 기업회생제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회생할 수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정확히 구분된다. 중소기업이 회생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데도 장점만을 생각하고 회생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대표가 회생 문제로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렸을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유 회계사에 따르면 기업회생을 상담하는 기업들의 사연은 대개 비슷하다. 창업 단계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은행의 자금을 끌어와 쓰다가 원금 상환의 압박에 못 이겨 회생을 신청하는 경우다. 이중 회생 절차를 밟고 무사히 졸업하는 기업은 전체의 10% 미만인데, 중소기업의 성공률은 여기서도 한참 낮아진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중기이코노미중소기업이 회생에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회생 가능한 시기를 놓쳐서다. 기업회생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면 회생절차에 돌입해도 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창업 시점의 기업 리스크를 0으로 놓고 봤을 때 리스크가 0~50% 일 때는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50~70% 수준이 되면 회생을 고려해야 한다.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온다 해도 영업활동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돌려막기에 그칠 뿐”이라고 유 회계사는 말했다.리스크가 50~70%인, 다시 말해 회생에 적합한 기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매월 현금유입이 10억원, 현금유출이 9억원, 이자비용이 2억원인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이자비용 때문에 매달 1억원씩 회사 재무에 구멍이 나게 된다. 이 기업의 경우 채무는 일부 탕감되고, 매달 현금유입액인 10억원으로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회생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 회계사의 말이다.매월 10억원이던 현금유입액이 차츰 감소해 2억원까지 떨어졌다면 리스크가 70% 이상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유 회계사는 “대부분의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 시점에야 기업회생을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 시각에서 이 시점은 회생이 아닌 파산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단언했다.회생의 장점만 보고 무턱대고 시작했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회생인가가 떨어지면 채무가 일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이전처럼 기업의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유 회계사는 “기업회생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회사 신용으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장 개설, 보증서 발급 등이 불가능해진다. 법인카드조차 만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기업회생에 들어간 사실이 거래처에 알려지면 영업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간 계약서상에는 “상대 기업이 기업회생에 들어갈 경우 일방적으로 거래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있는 탓이다. 조달청 납품 등 공공기관 조달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유 회계사는 “만약 기업 대표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무리해서 회생을 진행하기 보다는 파산 후 재기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현재 기업의 경영상황이 회생과 파산 중 어느 쪽이 적합할지 궁금하다면 중소기업청의 정책자금 지원사업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진로제시 컨설팅사업을 통해 회생 관련 컨설팅 비용을 최대 24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상태를 점검한 뒤 구조개선, 파산, 재기교육, 기업회생 등을 상황에 맞게 안내하게 된다. 지원 대상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지급이자보다 낮은 기업, 신용보증기관에 보증료를 연체한 기업, 최근 1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기업, 자본잠식 중인 중소기업 등이다.회생을 결정한 기업이라면 중기청의 회생컨설팅 사업을 신청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회생 신청부터 인가까지 전 과정에 대한 상담과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중기청 의뢰로 해당 컨설팅을 맡고 있는 유 회계사는 “정책자금 지원 없이 회생컨설팅을 받으려면 1000~1500만원 가량 든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면서 “정부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니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