競業·적대적 M&A…회계장부열람청구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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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競業·적대적 M&A…회계장부열람청구 부정 경영진 위법·회사손실 막기위한 ‘소수주주 회계장부열람권’

기사입력2015-06-26 14:00

이영철 객원 기자 (lawlyc@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주원’ 이영철 변호사

주식회사의 경영은 대주주가 직접 하거나 아니면 그들이 선임한 전문경영인이 하게 된다. 따라서 지분이 매우 적은 소수주주들은 주식회사의 경영과정이나 성과로부터 소외되게 된다. 하지만 소수주주들 또한 주식회사의 주인이고 대주주의 전횡이 있을 경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정보들을 직접 보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상법은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의 소수주주에게 직접 회계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 요건이 더 완화돼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10 이상의 소수주주에게 이와 같은 권리가 부여된다.

하지만 소수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이 무조건적으로 인정된다면 회사 업무가 마비되거나 회사 기밀이 밖으로 새나가 회사에게 손해를 안길 가능성이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주주가 회계장부열람권을 청구할 때, 그 사유로 드는 회사의 업무집행행위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고, 부정한 행위 또는 부적정한 행위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의심이 생기는 정도여야 한다.

상법은 이와 같은 취지를 “회사는 주주의 열람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판례는 주주의 열람청구가 부당한 경우로써, 회사 업무 또는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치거나 주주가 회사의 경쟁자로서 그 취득한 정보를 경업(競業)에 이용할 우려가 있거나, 회사에 지나치게 불리한 시기를 택하여 행사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경업관계에 있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의 경우에는 회계장부열람청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자료=비자트>

이와 관련해 ‘무학소주 대 대선주조 사건’을 그 예로 들어보겠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무학소주와 대선주조는 모두 부산·경남 지역에 영업기반을 두고 오랜 기간 경쟁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점 ▲무학소주는 대선주조가 139억원 남짓의 자본금을 33억원 남짓으로 대폭 감자한 후 비로소 대선주조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더구나 대선주조의 계속된 자본전액 잠식으로 인해 대부분의 보통주가 상장폐지 되었음에도 액면의 5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그 주식을 매입해 그 주주가 되었으므로, 무학소주의 주식 취득은 그 본래의 목적인 회사의 경영성과를 분배받고자 하는 데 있지 않음이 분명한 점 ▲무학소주가 대선주조의 주식 취득과 때를 같이해 공개적으로 대선주조의 경영권 인수를 표방하면서 50% 이상의 주식 취득을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착수함과 아울러 이미 무학소주의 주식 취득 이전에 드러난 대선주조 전 대표이사 최병석의 부정행위, 미수금 채권관계, 상장폐지건 등을 내세워 이 사건과 같은 회계장부 열람청구 외에도 임원 해임 요구,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대선주조의 경영진을 압박하는 한편, 대선주조의 주주 및 채권자들을 상대로 한 설득작업을 통해 대선주조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점 등 두 회사의 관계, 무학소주가 대선주조의 주식을 취득한 시기 및 경위, 주식 취득 이후에 취한 무학소주의 행동, 대선주조의 현재 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무학소주가 주주로서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다는 대선주조의 현 경영진에 대한 해임청구 내지는 손해배상청구의 대표소송을 위한 사실관계 확인 등 대선주조의 경영감독을 위해 이 사건 서류들에 대한 열람·등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라는 지위를 내세워 대선주조를 압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목적인 경영권 인수(적대적 M&A)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위 서류들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두 회사가 경업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열람·등사 청구를 통해 얻은 상대방의 영업상 비밀이 재항고인의 구체적인 의도와는 무관하게 경업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결국 재항고인의 이 사건 열람·등사 청구는 정당한 목적을 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04. 12. 24. 결정 2003마1575] 이처럼 경업관계에 있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의 경우에는 그 열람청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무학소주 대 대선주조 사건에서는 경업관계를 인정하면서 그 열람청구를 전부 기각했지만, 경업관계가 인정된다고 해 전적으로 회계장부열람청구를 안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주주로서의 권리행사에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는 열람등사를 인정하되, 열람청구 한 측에게 회사의 영업비밀이 유출됨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회계장부 및 서류에 한해서만 열람등사를 제한하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적대적 인수합병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회계장부열람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아니라, 기존 경영진의 위법한 행위가 뚜렷하고 그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주목적인 경우에는 그 열람청구를 인정하고, 별 다른 이유없이 광범위하게 일체의 서류에 대한 열람을 청구하는 등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인 점이 나타날 경우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장부열람청구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으로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청구가 있을 때, 해당 소수주주는 법원에 회계장부열람 등사를 명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소수주주의 회계장부열람청구를 거절하게 된다. 결국 대부분 회사 경영진의 위법, 부당한 업무집행이 있고, 그로 인해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그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회사의 회계장부 등 관련서류를 보아야만 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신청을 통해 강제적으로 회계장부열람 및 등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회계장부 열람 등사를 통해 회사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밝혀내는 확률은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많지 않다. 회사 경영진은 나름대로 분식과 장부조작을 교묘하게 하기 때문에, 회계전문가를 동원하더라도 경영진의 비위행위를 끄집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결국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소수주주에게 준 수단 중 하나가 회계장부열람권이지만, 여기에 더해 회사 내부고발자의 자세한 진술과 회계장부 열람 등이 병행됐을 때 그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제대로 밝히고 형사고소 등을 통해 처벌받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그 열람의 대상은 그 회사가 작성한 회계장부 또는 서류만이 아니다. 다른 회사가 작성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소수주주가 열람 등사를 구하는 이유와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거나 그 근거자료가 되는 것이라면 그 열람청구의 대상이 된다. 대법원은 ‘연합철강공업 사건’에서 “상법 제466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의 대상이 되는 ‘회계의 장부 및 서류’에는 소수주주가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와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는 회계장부와 그 근거자료가 되는 회계서류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것이 회계서류인 경우에는 그 작성명의인이 반드시 열람·등사제공의무를 부담하는 회사로 국한되어야 하거나, 원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열람·등사제공의무를 부담하는 회사의 출자 또는 투자로 성립한 자회사의 회계장부라 할지라도 그것이 모자관계에 있는 모회사에 보관되어 있고, 또한 모회사의 회계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근거자료로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모회사의 회계서류로서 모회사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연합철강공업의 대표이사 등이 소수주주들 주장과 같은 주식매수, 자회사 합병, 해외투자, 감가상각방법의 변경, 사옥 및 제2공장 신축, 법인세 불성실신고, 주식회사 신중앙상호신용금고 주식의 매수 계약 등을 한 사실이 있었음이 소명되고, 이에 따르는 경영 결과와 그로 인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소소주주들의 청구이유도 비교적 구체성이 있다고 보면서, 자회사가 작성한 회계장부 또는 이를 보충하는 서류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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